시장 전문가 "비정상적 움직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급락과 주가 선물 급등을 촉발한 '이란 공격 유예' 메시지를 띄우기 직전 선물 시장에서 폭증한 이상 거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확한 거래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발표 전 유가 하락에 막대한 자금을 베팅한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 중단 메시지를 띄우기 직전인 전날 미국 동부 시간 오전 6시 49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단 2분 만에 최소 약 6000계약이 거래됐다. 이는 원유 600만 배럴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전 5거래일간 해당 시간대 브렌트유와 WTI 선물의 평균 거래량이 약 700계약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평소의 8.5배가 넘는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같은 시각 거래된 브렌트유와 WTI 선물은 5억 달러가 넘는 5100계약에 달했으며 로이터통신은 해당 거래에서 '매도세'가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현상은 미국 주가 선물 시장에서도 벌어졌다. 거의 같은 시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 역시 6000계약이 거래됐다. 명목 가치로 따지면 약 20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다.
이후 오전 7시 5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이란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5일간 유예한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전격 발표했다. 발표 직후 단 60초 만에 거래된 브렌트유와 WTI 선물은 무려 1만3000계약으로, 원유 1300만 배럴 상당의 거대한 손바꿈이 일어났다.

이러한 전례 없는 거래 폭발과 함께 유가는 곤두박질쳤다. 사전 거래가 발생하기 전 배럴당 112달러였던 브렌트유는 약 99달러까지 폭락했으며, WTI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포스팅 직전 배럴당 99달러 선에서 86달러 부근까지 속절없이 밀려났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일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례적인 거래 움직임을 두고 해당 베팅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결정을 사전에 인지한 상태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X애널리스트의 무케시 사데브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확실히 비정상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당시만 해도 미국과 이란 사이에 진지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는 징후는 전혀 없었다. 따라서 유가 하락에 그토록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은 의문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킬릭 앤드 코의 레이첼 윈터 파트너 역시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기 직전, 상당히 많은 투자자가 유가 하락 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약을 대거 체결했다"며 "이 때문에 내부자 거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당국의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웨스트팩 뱅킹 코프의 로버트 레니 원자재 및 탄소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의 극심한 혼란을 지적했다. 그는 "어제 우리는 트럼프가 이란의 발전소를 소멸시켜 버릴 때까지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이란과의 합의를 카운트다운하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에게 관건은 이처럼 극단적으로 오가는 상황 속에서 리스크와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거래 폭증이 타임스프레드나 옵션 등 파생상품과 연계된 보다 광범위한 투자 전략의 일환이었는지, 아니면 거래 중 일부가 초기 급등세에 자극받아 기계적으로 유입된 추격 매매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해당 거래를 주도한 상대방의 신원 역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mj7228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