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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출산은 개인 책임인가"...삼척시 '공공산후조리원 폐쇄 결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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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임산부의 호소…시설의 문제 아닌 '삼척시 복지 철학'으로 향해
"연고 하나 없는 삼척에서 아이를 낳아도 될까요?" 제도·공간 필요

[삼척=뉴스핌] 이형섭 기자 = 강원 삼척시에 자리잡고 있는 '삼척공공산후조리원 폐쇄' 논란은 한 임산부의 절절한 목소리에서 시작해 시민단체·전문가·해외 사례 논의로 확장되며 '출산 인프라'의 의미를 다시 묻고 있다.

◆"연고 하나 없는 삼척에서…" 한 임산부의 편지

강원 삼척에 정착한 한 임산부는 "연고 하나 없는 삼척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공공산후조리원이 든든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다"고 털어놓았다.

난임 치료를 위해 수도권 병원을 왕복 7시간씩 오가며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지만, 출산을 앞두고 삼척시 유일의 공공산후조리원 폐쇄 소식을 들은 순간 그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제도가 사라졌다"는 깊은 상실감과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민간 조리원조차 없는 지역 현실을 지적하며 "출산이라는 축복의 시간이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 찼다"고 호소했다.
"과연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개인의 불안이자, 지역에서 아이를 낳으려는 수많은 잠재 부모들의 공동 불안으로 확장되고 있다.

삼척공공산후조리원 폐쇄 결정을 알린 어느 임산부의 목소리.[사진=시민단체] 2025.12.04 onemoregive@newspim.com

◆시민단체가 나선 이유

이 임산부의 호소는 온라인과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퍼졌고, 곧 시민단체들이 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 지역지부, 지역 시민·환경단체 등 10여 개 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공공산후조리원을 "민간 조리원이 단 한 곳도 없는 삼척에서 산모·신생아를 지키는 마지막 공적 울타리"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산모와 아기를 받아 놓고 어디로 가라고 하는 결정이냐"며, 이번 폐쇄가 저출생 대응과 인구 유지라는 정부·지자체의 공식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또 "공공조리원 폐쇄는 곧 '출산은 개인 책임'이라는 선언"이라며 즉각적인 결정 철회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시청 앞에 선 시민들, 기자회견장의 목소리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삼척시청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말뿐인 출산 장려가 아니라 실제로 아이를 낳아도 되는 환경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출산 직후 산모와 신생아를 어디로 보내겠다는 것인지, 대책 없는 폐쇄는 곧 방치와 다름없다"며 "행정 편의와 재정 논리에 아이와 산모를 희생시키는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참석자는 공공산후조리원 침상 수, 이용률, 감염관리 체계 등을 언급하며 "단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건강·안전·생명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수막과 피켓에는 "공공산후조리원 폐쇄 철회", "지역소멸 자초하는 결정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혔고, 시민들은 시와 도, 중앙정부가 함께 나서는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공공산후조리원, 왜 필요한가

전국 산후조리원 가운데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매우 낮지만, 이용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감염·위생 관리 기준이 엄격해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산모·신생아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민간 조리원이 없는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공공산후조리원이 "있느냐, 없느냐" 자체가 곧 출산 가능 지역인지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국내외 연구에서도 분만 시설, 산후조리 인프라, 육아지원 시설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젊은 층의 이탈과 인구 감소가 가속화된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제시돼 왔다.

반대로 산모·신생아 지원 체계를 확충한 지역에서는 출산율 하락을 완화하고, "아이를 낳아도 되는 도시"라는 상징 효과를 통해 인구 유출을 막는 사례도 보고된다.

삼척 공공산후조리원 폐쇄 규탄.[사진=독자제공] 2025.12.04 onemoregive@newspim.com

◆삼척시의 설명과 남은 의문

삼척시는 "의료원 이전·신축 과정에서 조리원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며, 향후 새로운 부지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이전·재개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또 공백 기간에는 타 지역 조리원 이용료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 확대 등으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출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냐"를 두고 논란은 계속된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시간의 구멍'이다. "언젠가 다시 열겠다"는 약속만 있을 뿐, 현재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실질적인 공간과 인력이 당장 사라지는 만큼, 폐쇄 시기 조정 또는 단계적 이전 같은 대안이 먼저 검토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해외에서는 대형 '조리원 시설' 대신 국가와 지방정부가 비용을 책임지는 공공 산후·가정방문 서비스가 표준 모델로 자리 잡은 사례가 많다.

네덜란드의 '크라암조르흐(kraamzorg)'는 출산 직후 약 일주일 동안 전문 인력이 가정을 방문해 산모 회복, 신생아 돌봄, 모유 수유, 형제·배우자 적응까지 돕는 대표적 제도다.

이 서비스는 건강보험 체계 안에 포함돼 대부분의 가정이 경제적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고, 병원 입원 기간을 줄이는 대신 집에서의 안전한 회복을 촘촘히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영국·미국 등에서는 간호사·보건인력이 임신기부터 출산 후 수년까지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널리 활용되며, 산후 우울, 아동 발달, 재임신 간격 등에서 긍정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나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출산 직후 몇 주를 산모와 신생아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로 규정하고, 모든 국가에 '산후 초기 집중 관리' 체계를 공공 영역에서 책임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산후 가정방문과 정신건강 지원, 조기 우울증 선별을 결합한 서비스를 각국 가족·보건 정책의 핵심 도구로 제시하고 있다.

◆삼척이 선택할 수 있는 길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폐쇄냐 유지냐"를 넘어선다.

첫째, 의료원 이전·신축 과정에서도 일정 규모의 조리 기능을 유지해, 최소한의 병상과 인력으로 공백기를 줄이는 '단계적 이전'이 가능하다는 제안이 있다.

둘째, 재정 부담을 이유로 한 구조조정 논리를 줄이기 위해 국비·도비 지원 확대, 특별교부세·보건 예산 연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조리원 기능과 더불어 보건소·방문간호와 연계한 '공공 산후 가정방문 서비스'를 병행해, 시설 중심 모델을 지역 기반 돌봄 체계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민간 조리원 유치 또는 위탁 운영을 검토하되, 공공이 서비스 기준과 가격, 감염관리를 강하게 규제·감독하는 '공공성 강화형 민간 모델'도 하나의 선택지로 거론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에 실제 당사자인 산모·예비부모·의료진·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론장을 열어, "어떤 출산 환경을 이 도시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를 함께 결정하는 일이다.

◆"아이를 낳아도 되는 도시인가"라는 질문

삼척 공공산후조리원 논란은 한 시설의 존폐를 넘어, 지방 도시에서 출산과 양육이 가능한지 묻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용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 용기를 안전하게 받쳐 줄 제도와 공간이 필요하다.

"연고 하나 없는 삼척에서 아이를 낳아도 될까요?" 라는 한 임산부의 질문은, 사실 삼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 곳곳의 젊은 세대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지금, 공공산후조리원을 포함한 출산 인프라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투자'로 볼 수 있느냐가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되고 있다.

삼척의료원 전경.[사진=삼척의료원] 2024.09.12 onemoregive@newspim.com

onemoregiv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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