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수주 목표 달성 '막판 스퍼트'
HDC현산 94%로 선두…GS·현대 뒤이어
삼성E&A는 목표 달성 '불투명'…DL이앤씨 하향 조정
해외 수주 부진 여파 확대, 원인으로 지목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주요 건설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연초 제시한 수주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설업황 침체에도 불구하고, 대형 정비사업 중심의 주택 수주가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은 이미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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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3분기 주요 상장 건설사 누적 수주액 [그래픽=정영희 기자] |
◆ 대형 주택사업이 수주 증가 견인…정비사업에서 웃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3분기까지 신규 도시정비 수주액 3조7874억원을 포함해 총 4조4300억원의 일감을 확보했다. 연초 제시한 목표 4조6981억원의 94% 수준으로, 주요 대형 건설사 중 가장 높다.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대전 변동A구역 등 대형 정비사업지에서 연달아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연내 수주 목표 달성이 유력해졌다. 이 같은 효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또한 전년 대비 53.8% 늘어난 730억원을 기록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각 1조4000억원 규모의 천안아이파크시티 3~6단지와 복정역세권 개발사업 등의 착공이 예정돼 있어 2027년까지 완연한 실적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GS건설의 올해 목표치(14조3000억원)의 86.1%인 12조3386억원을 수주하며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 수주가 88.7%(10조8567억원)이며, 그 중에서도 건축 부문이 10조4063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울 삼환가락아파트 재건축(4605억원), 중화5구역 재개발(6497억원) 등 굵직한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정비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주택 및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점이 눈에 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서울 쌍문역 서측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5908억원)과 목동924번지 복합시설 신축사업(6185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건축과 주택 수주는 연간 가이던스를 초과 달성했으나, 그 외 공종에서의 달성률은 50%에 미치지 못했다"며 "GS이니마 매각을 통한 순차입금 증가로 재무 구조 개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올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누적 수주액은 26조1163억원으로 연간 목표 31조1000억원의 83.9%를 달성했다. 국내 수주는 전년 동기 15조5669억원보다 17.3% 늘어난 18조2671억원이다. 주요 실적으로는 서울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1조5138억원)과 부산 범천4구역 재개발(6202억원) 등이 있다.
해외 부문에서도 호실적을 거뒀다. 이라크 WIP 해수공급시설(4조2000억원)과 사우디 후마이즈 쿠라이스 송전사업(5125억원) 등을 등에 업고 전년 대비 17.3% 증가한 7조8492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2026년 플랜트 부문의 보수적인 원가율 추정에도 주택 마진 상승에 따라 영업이익의 큰 폭의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또한 올해 목표 14조2000억원 중 11조1556억원을 확보했다. 비율로 보면 78.6%다. 국내 9조9536억원, 해외 1조2020억원으로 국내 비중이 월등히 높다. 부산 서면써밋더뉴(1조5162억원), 수원 망포역세권 복합개발(7826억원), 의정부 탑석푸르지오파크7(6421억원) 등 타 대형 건설사와 비슷하게 주택·건축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 개선과 준공 손익 정상화가 이어지며 주택 마진율 자체가 기존 9%대에서 상향하는 추세"라며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체질 개선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 플랜트 부진 건설사, 수주 목표 달성 '글쎄'…"해외시장 회복 언제"
주택사업이 없는 삼성E&A는 연초 목표 11조5000억원 중 4조898억원을 수주하며 달성률 36%에 머물렀다. 화공부문 부진과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 축소 영향이 컸다. 삼성E&A 관계자는 "사우디 파딜리 가스 등 대형 화공 플랜트와 국내 산업·환경 플랜트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연간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며 "연내 중동 등 주력 시장에서 블루암모니아·석화 분야 신규 수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서울 장위9구역 재개발(5214억원), 연희2구역 재개발(3993억원), 경기 광명시흥 공공택지조성사업(4459억원) 등을 기반으로 올 3분기 누적 수주 5조5058억원을 기록했다. 토목 부문의 공기 지연과 발주처의 실착공 지연, 100% 자회사인 DL건설 대손상각비 증가에 따른 판관비 증가로 인해 목표치를 수정했다.
회사가 제시한 올해 신규 수주 목표는 초기 계획 대비 26.5% 부족한 9조7000억원이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주요 현장인 샤힌프로젝트 등의 준공이 예상되는 만큼 플랜트 부문의 외형 축소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국내 대규모 플랜트 현장에서도 추가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해외 건설수주 물량이 대폭 줄어든 점이 전반적인 수주 잔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8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372억 달러로, 이 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187억 달러)을 빼면 185억 달러만 남는다. 이 중 해외수주 비중이 꾸준히 높았던 중동 수주액은 77억 달러로 전년 동기(109억 달러) 대비 30% 이상 줄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정세 변화와 유가 변동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며 "해외 프로젝트는 덩어리가 큰 만큼 발주나 수주가 지연되면 분기 실적 전반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해외 건설 수주 예상액은 올해보다 23.7% 줄어든 382억달러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라진성 이지스자산운용 팀장은 "해외 수주에선 AI(인공지능) 기반 시설과 이를 지탱하는 발전 사업, 전력 인프라 관련 수주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부활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환경이 급변하는 유럽 건설 시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수주 흐름은 주택, 특히 재건축·재개발보다 규제가 덜한 소규모주택정비사업과 모듈러 주택 시장 등이 새로운 수익원에 몰릴 전망이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 혁신이나 지속 가능성, 미래 산업과의 연계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