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NC), 배제성(kt), 이정용(LG) 등 최근 전역한 투수 사례 언급
"부상 없이 전역이 목표라면 전방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가는 게 맞아"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국군체육부대 상무 야구단을 이끄는 박치왕 감독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다. 최근 몇 년간 KBO리그 1군 투수들이 부상을 안은 채 상무에 입대해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도 못한 채 전역하는 사례가 이어지자, 감독으로서 쌓인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박 감독은 1일 고척에서 열린 kt 2군과의 퓨처스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구창모(NC), 배제성(KT), 이정용(LG) 등 최근 전역한 투수들의 사례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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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지난달 2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상무와의 홈경기에서 공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 구창모. [사진 = NC] 2025.06.28 wcn05002@newspim.com |
박 감독은 "이런 투수들이 부상 때문에 빠지면 결국 나머지 투수들이 혹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작년은 그런 상황이 많아 굉장히 힘들었다"라며 "여기는 프로 선수가 몸을 추스르는 쉼터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투수와 야수의 태도 차이를 지적했다. "야수들은 상무에서 기량을 더 끌어올리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반면 투수들에게 목표를 물어보면 '부상 없이 전역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라며 "그런 마인드라면 애초에 상무에 지원하지 말고 전방이나 사회복무요원으로 가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상무에 몸담았던 투수들의 기록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구창모는 재활로 9개월을 보내고, 올해도 어깨 부상으로 두 달간 결장한 끝에 제대 직전 겨우 11이닝만 던졌다. 같은 시기에 입대한 배제성 역시 입대 직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첫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고, 복귀 후에도 14.2이닝 소화에 그쳤다. 이정용 역시 상무에서 뛴 두 시즌 동안 합쳐 17경기 등판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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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발 투수 배제성. [사진 = kt] |
상무는 일반 구단과 달리 선수 수급이 제한적이다. 장기 리그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수 한두 명이 빠지면 나머지 투수들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이 때문에 박 감독은 팀 운영 차원에서도 부상 선수의 무분별한 입단은 문제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롯데에서 입단한 전미르는 투수로는 던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박 감독은 그를 타자로 활용하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투수로서 필요한 기본 훈련을 마친 뒤 타격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박 감독은 제도적 한계도 인정했다. "군대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곳이다. 법적으로 특정 선수의 입대를 막을 수 없다. 다만 구단과 선수 본인이 스스로 판단해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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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정용. [사진 = LG] |
그러면서 "상무는 건강한 선수들이 와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곳이어야 한다. 부상을 숨기고 들어와 개인의 이익만 챙기는 건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구단들도 도의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결국 그의 발언은 선수와 구단 모두를 향한 경고다. 상무 야구단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선수들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뛸 수 없는 상태로 입대하는 사례가 이어진다면, 이는 팀 운영뿐 아니라 다른 건강한 선수들의 기회까지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박치왕 감독의 '작심 발언'은 상무의 본래 취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