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제한 기업이 50% 이상 지분 보유 자회사도 거래제한
중국 원자재·부품 의존 미국 기업 부담…공급망 혼란 가능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이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로 알려진 무역 블랙리스트 목록에 오른 기업의 자회사까지 거래를 확대 제한하는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격화중인 미중 간 기술 경쟁 속에서 중국 기업을 정조준한 조치로, 수천 개 글로벌 기업에 영향을 주고 공급망을 교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연방 관보(U.S. Federal Register)에 게재한 공지에 따르면, 엔티티 리스트(거래제한 목록)에 오른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앞으로는 자동으로 거래제한 목록에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조치는 30일부터 발효된다. 엔티티 리스트에 오른 기업과 거래가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지만 별도의 허가(라이선스)를 신청해 승인받아야 한다. 상무부는 기업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 일반 거래 허가를 60일간 승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로이터는 미국이 중국 기업의 자회사나 해외 계열사를 활용한 반도체 장비 및 기타 상품·기술에 대한 수출 제한 회피 관행을 막기 위해 나섰다며 이번 조치로 미국 상품과 기술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별도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업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조치가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 인공지능(AI) 기업을 돕는데 이용됐다며 우려해온 미 당국자들에 의해 추진됐다며 주로 중국 기술 기업을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같은 중국 기업은 다수의 자회사와 글로벌 협력사를 두고 있어, 미국이 이들을 첨단 기술 접근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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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대회(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에서 관람객들이 화웨이(Huawei)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이번 조치가 중국 기업의 원자재 또는 부품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기업들은 앞으로 협력사들이 새로운 규정을 준수하는지 세심히 확인해야 하며, 이는 이미 관세 증가로 압박을 받고 있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기업들에 추가 비용 증가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미중 양국 간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수십 개 중국 기업을 엔티티 리스트에 추가하고 기업들에 화웨이 칩을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최근 미국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고 자국 기업들에게 엔비디아 AI 칩을 구매하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기술 부문 핵심 원자재 수출을 통제했다.
WSJ은 랜던 하이드(Landon Heid) 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소속 중국 담당 강경파들이 주도한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기술 정책이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받는 이유를 재확인했다고 꼬집었다. 행정부가 보안 우려에도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중국에 AI 칩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한편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상충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