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출범 이후 첫 한·중 외교장관회담 개최
조현, 북한 문제 中 노력 당부...'서해 구조물'도 언급
왕이, 美 겨냥..."일방적 괴롭힘, 보호무역에 공동 반대해야"
中 자료엔 북한 문제 및 서해 구조물 언급 포함 안돼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모두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중 정상이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갖게 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치열하게 전개됐던 미·중의 무역 전쟁이 일단락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17일 오후(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이재명 출범 이후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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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왼쪽)과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17일 오후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외교부] 2025.09.17 |
회담에서 조 장관은 APEC이 열리기 전 왕 부장이 한국을 방문할 것을 요청했고, 왕 부장은 "조만간 한국에서 조 장관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조 장관은 회담 뒤 특파원 간담회에서 "시 주석이 APEC 정상회담에 원칙적으로 참석할 것이라는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왕 부장도 그 전에 방한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만찬을 포함해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한·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조 장관은 "한·미 동맹을 공고하게 발전시켜 나가되 국익과 실용에 기초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또 한·중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 제고 및 우호정서 증진 등 '민의를 기반으로 한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왕 부장은 "한국에 대한 우호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조 장관은 "(이재명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실현을 위한 실질적 진전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 측의 노력을 당부했다. 이에 왕 부장은 "중국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장관은 서해 문제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중국 내 우리 국민들의 안전 및 권익 보호를 위한 중국 측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다.
조 장관은 또 한·중 간 경제협력 구조가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 협력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 모델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중 간 호혜적 협력관계가 양국 국민의 민생에 지속 기여할 수 있도록 각급에서 소통·협력을 지속해 나가자고 했다.
왕 부장은 최근 중국 국민 구조 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이재석 경사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 중국 정부를 대표해 심심한 애도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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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17일 열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한중 외교장관회담 모습 [사진=외교부] 2025.09.17 |
중국 외교부는 회담 이후 결과 자료에서 왕 부장이 '수교의 초심'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해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또 왕 부장은 선린우호 관계 지속과 공통점을 추구하고 차이점을 존중함으로써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또 미국을 겨냥한 왕 부장의 발언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중국과 한국은 모두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라며 "오늘날처럼 일방적인 괴롭힘이 만연한 상황에서 양국은 보호무역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하고 국제 자유무역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또 왕 부장이 올해 '항일전쟁·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이자 유엔 창립 80주년을 맞아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체제를 수호하며 더욱 정의롭고 공평한 국제 질서의 발전을 촉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의 자료에는 양국 장관이 북한 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조 장관이 서해 구조물 설치 문제를 제기한 사실도 빠졌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