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준, 낮은 타율과 함께 수비에서도 안정감 하락
엄상백, 선발·불펜 투입 모두 실패하며 2군 전전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이번 시즌 한화는 오랜만에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124경기를 치른 현재 팀은 리그 선두 LG 트윈스와는 5.5경기 차로 다소 뒤처져 있지만, 3위 그룹과의 격차가 무려 8경기나 벌어져 사실상 정규시즌 2위를 굳히며 포스트시즌 직행 티켓을 거의 손에 쥔 상황이다. 그러나 상승세의 그림자 속에는 뼈아픈 고민거리도 공존한다. 바로 지난겨울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영입한 자유계약선수(FA) 심우준과 엄상백이다.
한화는 시즌 전부터 뚜렷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kt에서 활약하던 유격수 심우준과 선발 투수 엄상백을 각각 4년 50억원, 4년 78억원에 데려온 것이다. 총액 128억원에 달하는 투자로 김경문 감독 체제의 핵심 퍼즐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두 선수 모두 팀 전력에 실질적 보탬을 주지 못하며, 팬들에게는 '실패한 영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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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준. [사진 = 한화] |
먼저 심우준의 경우, 타율 0.210(205타수 43안타) 2홈런 18타점 1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545 그치며 공격에서 전혀 힘을 보태지 못했다. 개막 직후부터 성적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3월 타율 0.208 OPS 0.532로 불안하게 출발했고, 4월에는 타율 0.164 OPS 0.448까지 곤두박질쳤다. 5월에도 반등은 없었다. 타율 0.133 OPS 0.388, 이어 6월에는 타율 0.125 OPS 0.250으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잃었다.
심우준은 스스로도 "너무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인정했다. 새로운 팀에서 맞이한 첫 시즌, FA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이 그를 짓눌렀던 셈이다.
7월 들어 타율 0.294 OPS 0.780으로 어느 정도 반등하는 듯 보였으나,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8월 타율은 0.227에 머물렀고 선발 출장 기회도 점차 줄어들었다. 여기에 부상까지 겹치며 76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수비 역시 기대에 못 미쳤다. kt 시절 수비 안정감을 보고 데려왔지만, 올 시즌 유격수 부문 수비 지표인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에서 0.940으로 6위에 그쳤고, 실책은 7개로 경쟁자인 하주석(1개)보다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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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유격수 심우준. [사진 = 한화] |
아이러니하게도 하주석은 올 시즌 79경기에서 타율 0.289(218타수 63안타) OPS 0.702를 기록하며 오히려 심우준보다 더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나마 빠른 발과 작전 수행 능력으로 상대 투수진에 압박을 주는 장면을 종종 보여주며 최소한의 존재 가치는 입증하고 있다.
투수 엄상백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 시즌 19경기에서 70.1이닝을 던지며 1승 7패 평균자책점 7.4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선발로 나서 퀄리티스타트(선발 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건 단 2번뿐이었고, 잦은 볼넷과 조기 강판으로 팀 마운드에 큰 부담을 남겼다. 가장 최근 거둔 승리가 4월 18일 NC전이니, 이미 넉 달 넘게 승리를 챙기지 못한 상태다.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제구력 저하가 꼽힌다.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이 많아지면서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흘렀고, 타자에게는 노림수가 되는 공이 자주 들어갔다. 또 구위가 떨어지다 보니 타자들에게 정타로 맞는 공이 많아졌다. 실제로 엄상백은 단 5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강판된 경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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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화의 엄상백이 지난 5월 15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 = 한화] 2025.05.15 wcn05002@newspim.com |
이러한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포수 최재훈은 "FA(자유계약신분)로 이적해 온 (엄)상백이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볼넷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표정에서도 기가 빠진 느낌이 든다. 힘이 없어 보일 때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엄상백을 불펜으로 돌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불펜 전환 후 3경기 5.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1.81(7실점)을 기록하며 더 흔들렸다. 결국 2군행을 통보받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도 불안한 투구는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고양 히어로즈전에서는 1이닝 4안타 3실점(1자책점), 29일 SSG 랜더스와의 2군 경기에서야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바로 다음 날 다시 1이닝 동안 안타 2개와 4사구 1개를 내주는 등 제구 불안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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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화의 엄상백이 9일 잠실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 = 한화] 2025.08.09 wcn05002@newspim.com |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9월 5인 확대 엔트리 멤버로 엄상백을 언급했다. 지난달 31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오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9월 확대 엔트리가 시작되면 투수 엄상백과 강재민을 포함해 포수 한 명, 내야수 박정현 등 총 5명이 콜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엄상백의 복귀에 팬들은 여전히 의아해하는 모습이다.
이제 정규시즌은 불과 20경기만 남았다. 남은 기간 두 선수가 기적 같은 반전을 이룬다 해도 올 시즌 성적표는 '실망'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한화가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심우준과 엄상백의 반등이 절실하다. 거액 투자로 데려온 두 선수가 남은 일정에서라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한화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무겁게 향하고 있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