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은 공동 17위... "2라운드에서 샷감 찾은 듯"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세계랭킹 158위 크리스 고터럽(미국)이 PGA 투어와 DP월드투어가 공동 주관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꺾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톱10 한 번 없던 무명 선수의 반란이었다.
고터럽은 1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르네상스 클럽(파70)에서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4언더파 66타를 기록,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해 머틀비치 클래식에서의 첫 승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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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고터럽. [사진=PGA] |
이번 우승은 단순히 '두 번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고터럽이 첫 우승을 거뒀던 머틀비치 클래식은 특급 대회인 웰스파고 챔피언십과 일정이 겹쳐 하위권 선수 위주로 치러졌던 반면, 스코티시 오픈은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2위 로리 매킬로이, 3위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무대였다.
특히 고터럽은 매킬로이와 챔피언조에서 맞대결을 펼쳐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고터럽은 7번과 8번 홀 연속 버디, 10번과 12번 홀 징검다리 버디로 앞서 나갔다. 15번 홀 보기로 쫓기기도 했지만, 16번 홀(파5)에서 3m 버디를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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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고터럽. [사진=PGA] |
고터럽은 "정말 멋지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다음 주 디 오픈에 출전하게 돼 믿기지 않는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157만5천달러(약 21억6천만원)의 상금과 함께 디 오픈 출전권, 마스터스 초청장까지 손에 넣었다.
세계 최강자들이 대거 출전한 스코티시 오픈에서 고터럽은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16야드의 장타를 앞세워 시즌 퍼팅 부문 126위라는 약점을 극복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퍼트 순위 6위로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다. 퍼트만 받쳐준다면, 고터럽은 언제든 '또 다른 반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시즌 4승을 노렸던 매킬로이는 2타 차 공동 2위(13언더파 267타)에 그쳤다. 이날 2언더파 68타를 기록한 매킬로이는 "트로피는 놓쳤지만, 경기력에는 전혀 실망하지 않는다. 다음 주 로열 포트러시에서 열릴 디 오픈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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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 [사진=PGA] |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우승 후 잠시 방황했다. 그랜드슬램 달성 이후 목표를 잃었다고 털어놨고, PGA 챔피언십에선 드라이버 부적합 논란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는 한층 차분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벙커에 빠졌던 공도 침착하게 처리했고, 인내심을 잃지 않은 채 꾸준히 타수를 줄여 나갔다.
이제 매킬로이는 '홈 코스' 포트러시에서 디 오픈 타이틀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런던으로 이사해 지난 2주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남은 시즌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김주형은 최종 합계 6언더파 274타로 공동 17위에 오르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2라운드에서는 과거 기량이 100% 돌아온 느낌이었다. 걱정보다는 선택의 여유가 생겼다"며 "이번 대회는 순위보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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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 [사진=PGA] |
김주형은 위기 속에서 강한 면모를 자주 보여온 선수다. 2022년 윈덤 챔피언십에선 첫 홀 쿼드러플 보기에도 불구하고 5타 차 우승을 거뒀고, 2023년 디 오픈에선 발목 부상과 악천후 속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그는 "이 대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김시우는 1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34위(4언더파 276타)에 올랐고 안병훈은 3타를 잃고 컷을 통과한 79명 가운데 최하위(8오버파 288타)에 머물렀했다.
psoq133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