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로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시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문제로 지반 침하 위험 지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지반 침하 안전지도 내 위험 지역이다. 지반 침하 안전지도는 지반 침하 우려도를 분석·수치화해 위험 등급을 1~5등급으로 구분한 지도다. 특히나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216건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올해부터 지반 침하 안전지도를 활용한 위험 지역 GPR(지표투과레이더) 탐사 등을 집중 실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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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도 건설중기부 기자 |
하지만 서울시는 지반 침하 안전지도 상세 정보를 그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안전 등급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반 침하 위험 지역이 공개될 경우 지역 주민 불안을 되레 자극하고 지역 주민이 자체 조사를 통해 위험 등급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비공개의 이유가 됐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안전지도를 내부 관리용으로만 작성해 활용하고, 자치구와 시공사 등 관계 기관 외 외부 공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입장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유는 천만에 육박하는 시민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행정 당국이 실상 부동산 가격 하락을 더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고 발생 지역은 이미 싱크홀 취약 지역으로 지목됐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당시 용역 보고서 등을 통해 지반 침하와 싱크홀 발생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이를 예방하기 위한 별도의 조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결국 부실 공사와 예방·관리 소홀이 사고를 발생시켰다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기되는 비판점이다.
확실한 예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 주민 불안 자극 유발과 자체 조사를 통한 위험 등급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을 비공개 사유로 언급한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는 데에는 시민들의 의견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오만함이 드러난다.
정작 결과를 놓고 보면 시민들의 민원이 당국의 조사를 보완하고 역할을 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가 12월 실시한 특별 점검에서 사고 지역은 GPR 탐사가 진행됐으나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 초부터 싱크홀 지점 인근 주유소 바닥 균열이 발생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되면서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뒤늦게 검측을 시행했다.
싱크홀 문제가 빈번한 해외 사례를 보면, 관련 정보 공개가 한국보다 훨씬 자유롭다. 일례로 미국의 지질조사국(USGS)은 싱크홀 분포 지도를 통해 싱크홀 발생 위험과 관련된 정보를 해당 지역에 공개하고 있다. 특히나 플로리다와 같이 싱크홀 사고가 빈번한 지역은 이를 기반으로 싱크홀 인터랙티브 지도가 만들어질 정도다.
싱크홀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매년 지진과 수해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방재지도를 제작해 지역별 위험도를 공개한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방재 지도를 활용한 안전 교육을 실시하며 재난 문제에 시민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놓으며, 미연에 놓칠 수 있는 안전 문제를 공유함으로써 정보가 한 집단 내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되는 정보 사일로 현상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당국은 2020년 8월 이후 계약되는 집은 부동산 관련 법령에 따라 수해 방재 지도 첨부를 의무화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같은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은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부쩍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나 안전사고가 자연재해가 아닌 안전 의식 미비, 예방 조치 부족으로 말미암은 인재라는 점이 특히나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금 가장 우선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부동산 가격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이다. 시민들이 최소한 자신이 사는 지역의 위험 요소를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정보 공개는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