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고, 거친 욕설 마다 않는 수녀역 송혜교 눈길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전편 못지 않은 완성도 갖춰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한국형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검은 수녀들'은 제목처럼 사제 대신 수녀들이 구마(驅魔)에 나서는 영화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로 540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또다른 오컬트 영화 '파묘'로 천만 영화감독이 됐다. 김윤석과 강동원이 사제로 나섰던 영화와 달리 '검은 수녀들'은 송혜교와 전여빈이 수녀로 나선다. 그리고 장재현 감독 대신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국적 오컬트 영화 ' 검은 수녀들'. [사진 = 영화사 집 제공] 2025.01.21 oks34@newspim.com |
전편의 성공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후편을 만드는 이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관객의 기대치와 눈높이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검은 수녀들' 역시 밀도 있는 긴장감과 요소요소 배치된 오컬트적인 장면들이 러닝타임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뻔할 것 같은 스토리도 곳곳에 흥미 요소들을 배치하면서 관객들을 이끈다.
영화 속에서 크게 세 가지 영역이 서로 충돌하거나 합을 이룬다. 그 하나의 축은 신의 대리인인 유니아 수녀(송혜교)와 미카엘라 수녀(전여빈)다. 또 하나의 축은 의사이자 사제인 바오로 신부(이진욱)다. 마지막으로 굿판으로 상징되는 무속신앙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 세계는 때로 충돌하고, 때로는 상생하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이들의 공동 목표는 악령이 깃든 소년 희준(문우진 분)을 구하는 것이다. 그들의 공통분모로는 '믿음'이라는 단어가 자리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국적 오컬트 영화 '검은 수녀들'. [사진 = 영화사 집 제공] 2025.01.21 oks34@newspim.com |
'더 글로리'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송혜교는 거칠면서도 따스한 연기로 눈길을 끈다. 수시로 담배를 피우고, 때로는 욕설도 마다하지 않는 수녀다. "서품도 못 받는 수녀가 구마를 하느냐"는 타박을 들으면서도 끝까지 희준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다. 전여빈 역시 트라우마를 간직한 수녀로서 내적 갈등을 극복하고 퇴마의식에 가담하여 동화돼 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구마를 위해 무속인들의 힘을 빌어오는 장면들은 얼핏 '파묘'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구마를 위해 북을 치면서 경을 외는 박수무당과 십자가를 쥔 채 기도문을 외는 수녀가 공존한다. 그런가 하면 생수통에 담아온 성수를 부어 붙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세계 160개국에 판매된 한국적 오컬트 영화가 세계인들의 눈에는 그동안의 오컬트 영화와는 사뭇 달라 보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신들린 소년 희준 역의 문우진의 열연도 인상적이었다.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처럼 귀신에 씌여 라틴어로 격한 감정을 쏟아내다가도 평범한 소년으로 돌아오는 연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오컬트 영화로서 공포를 불러오는 파격적인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대신 감독은 과하지 않은 컴퓨터 그래픽과 소품, 굿판을 휘감는 소리들을 활용하여 긴장감을 더했다. 그러나 굿판과 수녀들의 구마의식, 의학이 충돌하는 과정이 과감하게 생략되다 보니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설날을 전후해서 가족들끼리 봐도 크게 부담 없는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24일 개봉.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