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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 교수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 펴내

기사입력 : 2025년01월06일 13:10

최종수정 : 2025년01월06일 13:10

23편의 비평, 기고문, 기조강연, 대담 등 다양한 형식의 총 495쪽
책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사, 시대, 민족, 한국문학
선배문인들의 일화나 인간적 면모가 보석처럼 곳곳에서 반짝여

[문학=뉴스핌]김용락 기자=한국문단의 원로 문학평론가인 염무웅 교수(영남대 명예교수)가 새 평론집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창비)를 지난 연말 펴냈다. 마지막 평론집 『살아 있는 과거』(2015)를 펴낸 후 9년만이다. 그 사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시에 관한 담론을 묶은 선집 『한국 현대시』(2021)를 엮어내긴 했지만 온전한 평론집으로는 오랜만이다.

이번 새 평론집은 저자가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온 지 60년 되는 해에 내는 책으로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자축하는 책이 되는 셈이다. 저자는 70년대 말 『민중시대의 문학』(1979)을 펴내면서 한국 민중문학론의 입안자이자 완성자로 60여 년을 치열하게 한국문학에서 현실주의 문학을 탐구해왔다.

그간 저자가 문학평론의 방식으로 문단에 던진 메시지는 문단을 넘어 한국사회 전반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면서 민주주의와 진보의 담론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지난 70년대 이후 2천 년대 초반까지 40여 년간 한국문학의 주류를 형성해 온 리얼리즘문학, 민중문학, 민족문학의 거대한 흐름은 저자의 이름을 빼놓고는 결코 논의할 수 없는 한국 민중문학의 대부(代父)이다.

이번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도 이러한 저자의 선행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제1부~제3부, 부록 등으로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23편의 비평, 기고문, 기조강연, 대담과 같은 다양한 형식의 글로 총 495쪽의 두툼한 부피이다.

[문학=김용락 기자]염무웅 교수 새 평론집 출간했다.[사진=창비] 2025.01.06 yrk525@newspim.com

제1부에는 민영 강민 고은 박해석 정호승 김지하의 시에 관한 비평과 난해시 문제를 두고 평론가 이성혁과 나눈 대담이 실려 있다. 제2부에는 김수영 신경림 김남주 송기숙 이성선 등 저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문인들에 관한 담론과 시대정신과 문학·역사에 대해 유성호 교수와 나눈 대담을 실었다.

제3부에는 민족문학과 만해, 소설 『임꺽정』, 언어의 원론적인 기능을 생각해보는 말과 글, 2005년 남북작가대회, 한국문학의 세계화, 국립한국문학관에 대한 저자의 견해와 백지연 평론가와 나눈 인터뷰 두 꼭지가 실려 있다. 마지막 부록에는 베트남 반랑대학교 한국어과 학생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강연한 한국현대문학 약사, 김수영 시인에 관해 백낙청 교수와 저자가 나눈 대담이 실려 있다.

이 책의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사, 시대, 민족, 한국문학이다. 이 책의 곳곳에서 문학과 민족현실, 시대정신과 역사의 연관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문학의 오랜 전통 속에서 현재 우리문학을 파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문학평론가가 되어 시대의 아픔과 함께 했던 시인들의 삶과 문학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평론의 형식으로 동시대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다"면서 "근년의 주요 문인들의 업적을 논할 때도 은연중 중시한 것은 그들이 차지한 민족문학 안에서의 역사적 위치였다. 이 평론집의 표제는 그런 고심 끝에 선택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자 자신이 20년, 30년 나이 많은 문단선배들에게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한국문학의 '있어야 할 모습'을 전해줄 의무가 있다고 느껴 '전달자'로서 이 책 여러 곳에서 기술한 선배문인들의 일화나 인간적 면모는 다른 책에서 결코 만날 수 없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이 책만의 큰 매력이다.

[문학=김용락 기자]문학평론가 염무웅 교수. 2025.01.06 yrk525@newspim.com

동네 어귀에 선 한그루 노거수가 여름철 그늘이 되기도 하지만 그 마을의 전설이나 민담, 인간사 희로애락을 간직했다가 전달하고 전승하는 지혜의 샘이 되는 것처럼 여든 중반의 노 비평가의 새 평론집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도 우리의 영혼과 지혜를 밝혀주는 한그루 큰 나무가 될 것이다.

염무웅 교수는 1941년 속초에서 출생하여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저서로 평론집 『민중시대의 문학』 『혼돈의 시대에 구상하는 문학의 논리』 『모래 위의 시간』 『문학과 시대현실』 『살아 있는 과거』 『한국 현대시』(선집) 등이 있고, 산문집 『자유의 역설』 『반걸음을 위한 현존의 요구』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대담집 『문학과의 동행』, 공역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등이 있다.

창작과비평사 대표, 한국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을 역임했고, 팔봉비평문학상, 요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이다.

yrk52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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