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식 나흘 앞두고 발표...참석자·추도사 미정
日 중앙정부 고위급 참석 요구에 아직 확답 없어
'모든 노동자'의 추도식...조선인 강제동원 희석
강제동원 언급없어 '식민지배 합법 주장'과 연결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일제 강점기 일본 니가타현(新潟縣) 사도(佐渡)광산에서 강제로 노역한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이 24일 처음으로 개최된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24일 추도식을 개최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이번 추도식은 지난 7월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한국의 동의를 얻기 위해 약속한 후속 조치다. 당시 일본은 "사도광산에서의 모든 노동자를 위한 추도 행사를 매년 현지에서 열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이번이 첫 추도식에 해당한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의 갱도 모습 [사진=사도금광 홈페이지] |
하지만 추도식을 불과 나흘 남겨두고 공식발표가 이뤄진 데다 일본 정부의 참석자와 추도사 내용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한국 측이 기대했던 추도식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측은 이날 추도식 개최를 발표하면서도 추도식 실행위원회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민간 단체와 중앙정부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중앙정부에서 누가 참석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은 차관급 고위직인 '정무관 이상'의 정부 인사가 참여할 것을 요구했으나 일본 측은 아직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측도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 10명과 함께 참석할 정부관계자의 급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중앙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참석해야 진정성 있는 추도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강조했으나 일본 국내적인 사정 등으로 확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도사의 내용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 측이 추도사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조선인 강제노역을 인정할 것인지,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사죄가 담길지 의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추도사 내용이 추도식에 맞도록 일본과 앞으로 서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양측이 추도사 내용에 대해 아직 합의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한 자료가 전시돼 있는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내부 모습. [사진=외교부] 2024.07.28 |
일본은 이번 추도식이 사도광산에서 노역한 '모든 노동자'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도 일본인 노역자와 함께 '모든 노동자'의 범주에 포함돼 함께 추모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경우 왜 조선인 노동자들이 사도광산까지 끌려와 노동을 하게 됐는지 설명할 수 없고 강제성도 명시되지 않아 한·일 역사 갈등이 다시 재연될 수도 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관여했던 전직 관료 출신 일본 전문가는 "이번 추도식이 '모든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로 진행되면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동원됐다는 역사적 사실이 파묻히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 합법 주장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본 정부의 총동원령에 따라 징집되었으므로 강제 노동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조선이 일본의 일부였으며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본 국민'으로 노역에 동원된 것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불법으로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를 특정하지 않고 '모든 노동자'라고 뭉뚱그려 추모하게 되면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고 더 나아가 일제의 조선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민간 기관의 일본 전문가는 "일본은 이번 추도식을 단순히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기까지 헌신한 모든 노동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로 계획하고 있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도 포함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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