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중학생 한 킥보드 타고 뒤에서 박아
병원비 청구하자 중학생 부모 "다친 거 맞냐" 되물어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운전자 35% 무면허
"면허 취득 유도해 제도로 관리해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지난달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대여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A(30) 씨는 갑자기 뒤에서 들이닥친 킥보드에 치였다.
자전거는 쓰러지고 A씨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 넘어지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니 운전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중심을 잡는 과정에서 발목을 삐끗한 A씨는 학생들의 부모님 연락처를 받은 뒤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이후 병원비를 보상받기 위해 운전자인 중학생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한 A씨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사고 이후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아이들이 봤다는데 진짜 다친 게 맞냐는 물음이었다.
A씨가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사고 현장 주변 CCTV를 보시면 되지 않냐"고 되받자 가해 학생 부모는 A씨의 집 주변 CCTV를 통해 A씨가 진짜 다친 게 맞는지 확인해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경찰에 사건을 접수한 A씨는 "합의할 마음은 없다"며 "운전면허도 없는 아이들이 공유 킥보드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문제 같다. 제대로 된 처벌과 교육, 공유 킥보드 업체의 책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공유킥보드 이용자가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동승자와 함께 공유킥보드를 타고 있다. 2023.06.14 choipix16@newspim.com |
공유킥보드를 운전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 면허가 있어야 한다.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는 16살 이상이어야 취득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면 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일부 공유킥보드 업체는 운전면허 인증 없이 주민등록 번호와 전화번호 등만 입력하면 곧바로 이용이 가능하다.
A씨는 "학생들이 운전하고 있던 해당 공유업체에 연락해 운전면허 등록을 필수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용자들에게 운전면허가 있음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공유업체는 책임소재가 없다는 답뿐이었다"고 토로했다.
나이가 어린 운전자가 사고를 낼 경우에는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 A씨는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하며 학생들의 나이가 어려 소년법상으로 봉사활동 처분 정도만 받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초등학생이었는지, 중학생이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의 학생들의 무분별한 무면허 운전으로 인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면허 인증을 원칙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 중 35%는 무면허 운전자로 인해 발생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전동킥보드로 대표되는 개인형 이동장치(PM) 교통사고를 조사한 결과 이같은 수치가 나왔다.
또 사고를 낸 운전자 대부분은 20대 미만의 미성년자다. 사고를 낸 사람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니 20살 미만이 32.4%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32.1%로 뒤를 이었다. 29살 이하가 전체의 64.5%를 차지하는 셈이다.
교통과학연구원 연구진은 "20대 이하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취득을 유도해 제도권 안에서 적극적으로 운전자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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