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단주정차 킥보드 신고 받아
신고시스템 운영에만 3년간 예산 5억
관리 몫 민간업체에 있지만…처벌 근거 없어
업체, 이용자 주의 안내 등 자정 노력에 그쳐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서울시가 무분별하게 방치된 공유 전동킥보드에 대한 신고를 받는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최근 3년간 5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유 킥보드는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달리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것이지만 노상에 방치된 킥보드에 대한 신고의 상당수를 서울시가 처리하고 있다.
이는 민간업체에 대한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어 서울시가 세수를 투입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킥보드는 약 4만대이며 일부 민간업체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신고시스템 운영' 명목으로 2022년 투입된 예산은 1억4000만원, 2023년 2억3400만원이다. 2023년에는 시스템 운영 개선 등을 위한 추경예산 8000만원이 투입되며 기존 계획보다 실제 투입된 예산이 늘어났다.
서울 시내 횡단보도에 공유킥보드가 놓여있다.[사진=뉴스핌 DB] |
올해는 1억17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미 투입된 예산만 해도 3억7400만원에 달하며, 올해 책정된 예산이 모두 투입되면 3년간 5억원의 예산이 쓰이는 셈이다.
서울시는 버스 정류장 앞이나 자전거 도로 한 가운데 등에 무분별하게 방치된 민간업체 공유 킥보드에 대한 신고를 받기 위해 '개인형이동장치 신고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전동킥보드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고,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해당 기기 운영업체와 자치구별로 지정한 견인업체에 동시에 연락이 간다.
지하철 역 앞 등과 같은 '즉시견인' 구역은 곧바로 견인되고 '일반구역'은 3시간의 유예 시간을 줘도 운영업체가 수거해가지 않으면 견인업체가 견인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총 4867건의 견인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견인 건수는 한겨울보단 나들이 철에 더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9월 5451건 ▲10월 6206건 ▲11월 6476건으로 가을철 견인 건수가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수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동킥보드 무분별 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서울시는 즉시견인 구역을 늘리기로 했다.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는 2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6월부터 즉시 견인된다.
문제는 처벌법이 마련되기 전까지 이러한 노력이 계속해서 시의 재정과 인력 투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전동킥보드의 무분별한 방치와 관련해 운영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현재 국회에는 개인형 이동장치 무단방치 금지 의무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 계류 중이다.
공유 전동킥보드를 관리하는 서울시 보행자전거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관련 법이 없어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라며 "아무 데나 주정차 돼있는 전동킥보드를 수거하는 것도 도로교통법 주정차위반에 근거해 견인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세금이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공유 킥보드 관리에 투입되고 있는 동안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여업체의 영업이익은 늘어나고 있다.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PM) 1위 사업자인 ㈜더스윙의 매출은 2020년 45억원에서 2021년 243억원, 2022년 556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00만원, 16억원 2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관련 더스윙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견인 주의' 안내를 하고 고객상담과 견인, 교육에 비용을 투입하는 등 기업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부 이용자가 반납금지 지역에서 발생하는 5m 이내 오차범위를 악용해 버스정류장 등에 반납하는 일부 사례는 막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