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김민기 회실 놀러 갔다가 그림 세계에 빠져
화투시리즈 등 다양한 오브제로 작품 세계 확장
23일까지 서울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조영남은 노래를 불러온 세월과 비슷하게 그림을 그려왔다. 그는 1973년 서울 안국동에 있던 한국화랑에서 첫 그림전을 가졌다. 그 전시회를 기획한 사람이 바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가수 김민기였다. 당시 서울대 미대 2학년이었던 김민기는 조영남을 그림의 세계로 이끈 후배였다. 조영남이 우연히 김민기의 화실에 놀러갔다가 그림 그리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날 때면 김민기는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만들고, 조영남은 옆에서 그림을 그렸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조영남의 화투시리즈 중 하나인 '극동에서 온 꽃'. [사진 = 장은선갤러리 제공] 2024.08.05 oks34@newspim.com |
그로부터 50년. 조영남이 '화업 50년, 화투짝 같은 인생'이라는 타이틀로 '조영남 초대전'을 갖는다. 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 30여 점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가수 조영남의 삶은 탄탄대로였지만 화가 조영남의 그것은 파란만장했다. 2015년 소위 '대작논란'으로 첫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5년 간에 결쳐 치열한 법정공방을 펼쳐야 했다. 화가로서 승승장구하던 중에 대작논란에 휘말리면서 그는 여러가지로 치명상을 입었다.
긴 싸움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싸늘한 여론재판으로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대중들은 조영남이 화가에게 푼돈을 쥐여주고 대신 그림을 그리게 해서 비싼 값에 내다 판 파렴치한으로 치부했다. 5년 간의 세월 동안 전시회는 물론 가수로서도 마이크를 놓다시피 했다. 사람들로부터 상처도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녹록지 않은 세월을 견뎠다. 그래도 도심 한가운데의 '유배지'(?)에 칩거하면서 놓지 않은 것이 붓이었다. 예전보다 더 많은 그림을 그렸고, 차곡차곡 작품으로 쌓였다. 작품 세계도 훨씬 다양해졌다. 그렇게 쌓인 작품은 대법원 판결 이후 다시 전시회를 가질 수 있었던 힘이 됐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비와 우산'. [사진 =장은선갤러리 제공] 2024.08.05 oks34@newspim.com |
장은선갤러리에서는 2012년과 2021년 초대전에 이어 2024년 이번이 세 번째 초대전이다. 화투, 바둑판, 소쿠리와 같은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해온 조영남은 이번 전시회에서 화투시리즈를 주로 선보인다. 대부분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가 녹아 있는 작품들이다. 최근 소쿠리, 노끈 같은 입체적인 오브제를 콜라주하는 그의 작업은 일련의 설치물로 자연스레 발전되면서 변모하는 과정도 볼 수 있다. 또 평면에서 공간 설치물로 확장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조영남은 일상 속의 평범한 소재를 사용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표현한다. 그의 이러한 작업들은 지난 50년간 켜켜이 쌓이면서 새로운 오브제들과 만난다. 때로는 클림트의 그림과 만나고, 시인 이상과 만나는가 하면, 파리의 에펠탑도 만난다. 그러한 다양성이 '화수(畵手)' 조영남을 만나는 재미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조영남의 근작 '노인과 에펠탑'. [사진 = 장은선갤러리제공] 2024.08.05 oks34@newspim.com |
1945년 황해도 태생. 한양대학교 음대를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명예졸업 했다. 보테가갤러리 초대전, 비너스갤러리 초대전, 청담 PICA 프로젝트 개인전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서 50여회 개인전을 했고, 부산 현대미술관 ,LA아트쇼, 인사아트페어,광주비엔날레 특별전-한국특급전, 아시아 아트 페스티벌, ART ASIA MIAMI 등 600여 회의 그룹 전에도 참여했다. 월~토 11:00 ~ PM 6:00. 일요일·공휴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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