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테이퍼링과 월러의 만기구조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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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①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3. 단발성일까
연준의 중립금리 추정치 상향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까. 지난 2018년의 경우 중립금리 추정치가 두차례 높아졌다. 이 선례를 따르면 최소 한번 더 높아질 여지가 있다. 더구나 그 때와 지금의 물가 동학이 같지 않다. 특히 재정정책의 규율이 팬데믹 이후 대거 무너졌다. 이를 감안하면 연준의 중립금리 추가 상향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당분간`물가상승률이 목표치 위에서 끈적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가 크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연준의 중립금리 추정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연준 인사들의 인식 또한 그때 그때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기 쉬워서다. 소비와 고용이 빠르게 냉각되거나 자산시장 균열로 리세션이 도래하면 연준 인사들의 중립금리 추정치는 다시 후퇴할 수 있다.
전술한 가정 하에, 구조적 요인에 의해 중립금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한층 강해질 경우 거기에 맞춰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의 터미널 레이트(최종 금리)는 더 끌려 올라가야 한다. 이번 사이클의 총 금리인하폭이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간 시장 일각에선 미국 경제의 중립금리가 예전보다 높아져 있어 연준의 정책기조가 실제로는 덜 긴축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연준이 추정하는 중립금리가 추가 상향될 경우 지금의 정책기조가 크게 긴축적이지 않다는 이들의 인식을 좀 더 수용하는 게 된다.
이는 행여 2분기 이후 미국의 물가오름세가 역주행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금리를 내리지 말자`거나 오히려 `금리를 더 높여야할지 모른다`는 주장의 논리적 토대가 될 수 있다.
물론 전날 확인한 파월 의장의 발언은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지속돼 연내 금리인하가 당도할 것`이라는 믿음을 더 강화하는 쪽이었다. 소프트랜딩을 향한 파월의 믿음과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연준 인사들의 높아진 성장률 전망치와 낮아진 실업률 전망치도 여기(골디락스적 미래)에 힘을 보탰고 시장도 환호했다.
FOMC 정책위원들의 중립금리 추정치 변화 추이 [사진=연방준비제도] |
4. 구조적 요인
사실 중립금리 상승과 관련해선 지난해부터 주요국 중앙은행들 내에서도 연구가 진행돼 왔다. 기후변화 문제(녹색투자 자극)와 AI를 필두로 한 테크놀러지 전환(생산성 증대를 위한 투자 야기), 지정학적 마찰(글로벌 공급망 재배치 과정에서 투자 확대) 등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려는 과정에서 투자 수요가 계속 생겨나면서 중립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여기에 미국의 경우 고질적인 재정적자 문제(방만한 재정정책)가 총수요의 자극과 민간 저축의 흡수를 심화해 중립금리를 계속 밀어올릴 것이라는 논리가 더해졌다. 미국의 재정적자 이슈는 국채시장에 더 오랜 기간 중력장을 행사할 위험이 있다. 사실 재정규율 약화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기축통화국의 특권을 누리는 미국은 그 방만함이 더 깊어질 위험이 도사린다.
연준의 중립금리 추정치가 이번에 소폭 상향되긴 했지만 그 수준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나 비앙코 리서치의 짐 비앙코 등이 생각하는 중립금리 레벨에 비해 현저히 낮다. 다만 이번 점들의 분포(개별 정책위원들의 중립금리 추정치의 분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중립금리가 3%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연준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생각에 동조하는 인사들이 추가될 경우 시장과 연준의 괴리는 지금보다 높은 중립금리 추정치에서 수렴할 것이다.
☞ 비앙코와 서머스의 美인플레 경고② "4~5% 중립금리"
4. 수익률곡선상의 함의 ..QT 테이퍼링 vs 월러의 만기구조 재정립
중립금리의 상승은 미국 국채시장의 해수면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장기물 금리의 이론값에서 단기 정책금리의 장기 평균치가 올라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은 단기 영역의 국채 수익률을 누르게 돼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한다(스티프닝하게 만든다).
여기에 해수면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결합하면 장기와 초장기 영역의 수익률은 더 높아지거나 크게 끌려내려오지 않게 돼 수익률곡선의 스티프닝을 심화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연준의 QT 테이퍼링 혹은 중단 (양적긴축의 점진적 축소 및 중단)은 수익률곡선의 과도한 스티프닝을 억제할 수 있는 요소다. 전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QT(양적긴축) 속도를 낮추는 것에 대해 논의했고 조만간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조기 QT 테이퍼링을 약속한 대목은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이면서도 연내 세차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 것`과 함께 이번 FOMC의 비둘기적 요소에 해당한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추이. 미국 10년물-2년물 수익률 스프레드 [사진=koyfin] |
그러나 최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제기한 방안은 방심을 불허한다.
월러 이사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의 만기구조를 단축해 나가자고 했다. 연준 대차대조표내 장기물 국채 보유 비중을 줄이고 단기물(재정증권) 비중을 늘리는 형태로 구성을 바꾸자는 이야기다. 그는 "금융위기 이전에 연준 대차대조표의 3분의 1은 단기 재정증권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지금은 그 비중이 5%에도 못미친다"며 연준 대차대조표의 만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QT 테이퍼링이 진행된다 해도 월러의 방안과 결합한다면 이는 국채 수익률곡선의 기울기를 가파르게 할 수 있다. 연준 포트폴리오내 만기를 맞은 장기물이 단기물로 대체돼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단은 금물이며 이 논의가 연준 내부에서 얼마나 활성화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정치 불확실성에 의한 텀 프리미엄(기간 프리미엄) 부활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몇차례 지적했듯 가을 대통령 선거라는 불확실성 재료가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불안을 심화시켜 텀 프리미엄의 부활을 낳는다면 수익률 곡선에는 스티프닝 동력으로 작동하게 된다.
핌코는 최근 보고서에서 만성적 재정적자에 따른 텀 프리미엄의 부활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어 미국의 재정규율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시장이 더 많은 리스크 보상(텀 프리미엄)을 요구해야 - 채권시장 야경단의 준동 -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미국 의회예산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전망 및 연방기금금리 전망 [ 사진=美의회예산국] |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