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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의 일터] '건설업계 잔다르크' 손성연 CNC건설 대표 "무에서 유를 창조...건설은 운명 같은 내 직업"

기사입력 : 2023년12월25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12월25일 08:00

차별 이겨내며 40년 외길...직원들과 함께 일군 회사
끝까지 마무리 짓는 책임감·불의에 굽히지 않는 용기 필요
건설업, 모든 길과 통한다...창의적이고 매력있는 산업

절박할수록 돌아갈 수 있는 있는 지름길이나 꼼수는 없다. 우리 사회 일터 고수들에게는 그들만의 성공 노하우가 있다.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일을 대하는지, 그 일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까지 지난했던 과정과 그늘들, 화려함 뒤에 가려진 노력과 자세를 곱씹어 보면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볼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료를 거쳐 여성가족부 차관까지 일자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고민하고 일터의 정점까지 올랐던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이 각 전문 분야의 고수들을 만나 그들만의 경험과 비밀스러운 성공 레시피를 듣는다.

[서울=뉴스핌]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 = 지금은 거의 사라진 말 중 하나가 '금녀의 직업'이다. 그러나 40년 전이라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무수히 많은 금녀의 직업이 있었고 토목기사는 그중에서도 여성들이 발을 디디기 어려운 직업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여성들이 극히 적은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1970년대 말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대한민국 제1호 여성 토목기사로서 1982년부터 건설 현장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손성연 CNC종합건설 대표는 뛰어난 건설인이면서 시대를 앞서가는 여성 리더다.

경기도 안양 CNC건설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손 대표는 '건설업계의 잔다르크'라는 별명만큼이나 강한 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단정하고 온화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토목공학을 전공하게 된 사연, 자신만의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 그 어렵다는 종합건설업체를 흔들림 없이 30년 가까이 키워온 이야기를 쭉 들으면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계획한 일은 언젠가는 해내고야 마는 의지, 불의와 부당함에는 절대 굽히지 않는 용기, 맡은 일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끝까지 마무리를 짓는 책임감, 이러한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는 그이기에 30여 년 동안 건설사를 이끌어오면서 건설 분야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온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고 훌륭하게 열매를 맺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고자 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큰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들었다.

[안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손성연 씨앤씨종합건설 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안양시 씨앤씨종합건설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3 pangbin@newspim.com

◆ "운명같이 시작된 토목공학도의 길"
- 토목공학과로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 제가 지금 생각해도 지금의 이 길을 걷게 된 것은 제 운명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저는 토목공학과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나온 명지여자고등학교는 명지대학교와 같은 재단에 속해 있었고 고등학교 성적 우수자를 몇 명씩 명지대학교로 보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교무처장님 본인이 그냥 제 원서를 1지망 가정학과로, 2지망 토목공학과로 해서 명지대학교에 제출을 했어요.
그런데 제 원서를 보고 토목공학과 교수님들이 통상 가정대보다는 공대가 합격선이 높았기에 지망 순서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고 여학생도 한 명 토목공학과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아 저에게 직접 전화를 하셨어요. 그 전화를 받고 토목공학과에 원서가 접수된 줄 처음 알았고, 당시 재수를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라 특별히 답을 못했죠. 그래서 아버지가 교수님을 만나고 4년 장학생에 취업 보장이라는 조건을 듣고 조건이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셨는지 권유를 했어요. 집안 형편 등을 고려해 4년 장학생으로 그냥 진학하자고 결정하게 된 거였어요.

진학을 해보니 토목공학과는 물론 공대 전체에 여학생이라고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3학년까지 공부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다녔죠. 다만 자격증은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4학년 여름 토목기사 시험을 보고, 합격했습니다. 이어 4학년 2학기 때 교수님이 직접 대림산업에 저를 데리고 갔는데 그 자리에서 전공과 영어 시험을 봤고, 둘 다 만점을 받아서 바로 합격했습니다. 그때부터 건설업 커리어가 시작됐죠. 전혀 생각지도 않은 학과였는데 평생업이 됐으니 운명이구나 생각합니다.

[안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손성연 씨앤씨종합건설 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안양시 씨앤씨종합건설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3 pangbin@newspim.com

◆ "건설은 아이를 출산하는 것처럼 기쁜 일"
- 건설업의 매력과 어려운 점을 얘기해 주신다면.
▲ 어느 대기업 대표가 '건설을 했으면 다른 일은 다 할 수 있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만큼 건설업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건설은 모든 것이 다 다릅니다. 현장의 지질 구조도 다 다르고,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계속 수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큽니다.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됩니다.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 건설업 CEO 후배들에게 그러한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는 뭔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종교인이기 때문에 종교를 통해 위안과 평안을 얻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건설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젊은 학생을 만날 때는 건설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얘기해 주려고 노력합니다. 없던 건물이 생겨나고,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지고, 없던 지하철 노선이 새로 생겨나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는지 얘기해 줍니다. 마치 아이를 하나 출산하는 것처럼 기쁜 일이라고요. 건설은 정말 매력적인 산업입니다. 사업 스케일도 큽니다. 10억원 이상 이익을 볼 때도 있고, 반대로 10억원 이상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올 한 해도 300억원이 넘는 수주를 세 개 이상 해냈습니다. 보람도 크죠. 집중해서 하면 그만큼 성과가 나기 때문에 매력적인 산업입니다.

[안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손성연 씨앤씨종합건설 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안양시 씨앤씨종합건설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23 pangbin@newspim.com

◆ "건설현장서 여자 터부시되던 시절까지 경험"
- 커리어를 시작할 무렵 여성 차별이 심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 그 당시는 정말 여자가 현장에 오는 것 자체를 싫어했죠. 심지어는 사고가 나면 상사가 나에게 "손 기사, 어제 현장 갔었어?"라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처음 근무했던 대림산업에서는 똑같이 대학을 나와도 남자는 4급, 여자는 6급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용납이 안 돼서 시정해 달라고 요구했죠.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다른 회사로 옮겼습니다. 옮긴 곳이 남광토건이었는데, 거기서 면접 볼 때 제가 "이 회사는 남녀 차별하는 것은 없냐"고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후에도 우리 회사가 개성공단에서 건설을 많이 했는데 북한은 남녀 차별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회사 현장에 들어가는데도 북한 경비가 못 들어가게 해서 저희 직원이 나와 대표라며 데려간 적도 자주 있었죠. 이제는 제가 나이도 있고, 세상도 많이 바뀌었죠. 현장에 가면 엄마처럼 직원들 고생한다고 안아주고 격려해 줍니다. '돈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무리하게 일하지 말라고 하죠. 엄마 리더십이라고 할까, 직원들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 건설업에서 가장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인지, 여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건설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이고 스트레스가 심한 일입니다. 자기 자신을 조절하고 균형을 맞출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즉 자신의 육체와 정신 건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보통 일에서 얻는 보람과 스트레스를 비교하면 스트레스가 더 많은 부등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부등호를 바꾸는 것은 바로 자신의 역량과 DNA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 스스로 20대 때 못 가졌던 꿈과 비전, 희망을 지금 느끼고 있습니다. 여자 후배들은 저보다 10년 이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정말 이 분야에 여자가 별로 없죠. 뚝 떨어져서 10년 아래 여자 후배들이 좀 있는데, 아무튼 토목학회 일도 그렇고 후배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건설 현장이 여성의 섬세함이나 꼼꼼함이 장점으로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매번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힘들고 위험한 일이지만 보람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안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손성연 씨앤씨종합건설 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안양시 씨앤씨종합건설에서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23 pangbin@newspim.com

◆ 사업은 '바르게'..."직원과 함께 일군 회사, 사익 위해 운영하지 않아"
- 사업을 하면서 지켜온 원칙이 있으신지.
▲ 23년간 회사를 운영해 오면서 한 번도 회사 통장을 가져본 일이 없습니다. 회사는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일군 우리의 회사죠. 개인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회사를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회사는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은 다 공유합니다. 회사 부채도 없습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가라고 할 정도입니다. 한 해에 110억원 손실을 본 경우도 있었지만 기존에 쌓아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2000년에 창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직전에 근무했던 회사 경영자가 회삿돈을 함부로 쓰는 것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대학 시절 은사 사모님을 통해 은사님이 저를 '제자로 키운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하셨다'는 말을 듣고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국세청으로부터 동안양세무서 명예서장으로 임명받아 일일 서장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안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손성연 씨앤씨종합건설 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안양시 씨앤씨종합건설에서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23 pangbin@newspim.com

-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택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 저는 종교인이라서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교수, 고위직 공무원, 사업가 중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으신다면 저는 다시 사업가가 되고 싶다고 답하겠습니다. 제 주도로 이끌어갈 수 있고, 노력하는 대로 이룰 수 있는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손성연 CNC대표는 남성의 일 중에서도 '터프한' 분야로 꼽히는 건설업계에서 30여 년간 몸담으며 CEO로 일한 지 20여년이 넘었다. '대한민국 여성 토목기사 1호', '개성공단 진출 여성기업인 1호', '건설기술인 대상 수상'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다. 명지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림산업에 입사했다. 이후 남광토건, 건화기업, 유성건설, 신경건설 등 유수 건설사를 거쳐 2000년 4월 CNC종합건설을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안양=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손성연 씨앤씨종합건설 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안양시 씨앤씨종합건설에서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23 pangbin@newspim.com

<에필로그>
건설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 일인지를 설명하는 손성연 대표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 지닌 자신감과 보람이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1호 토목기사로서 주목을 받으면서 일했지만 현장에서 차별은 피할 수 없었고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까지 경험했던 그가 41세 나이에 건설사를 창업한 것은 계획한 일을 해내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온화하게 미소 띤 얼굴에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전형을 보여주는 손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이런 노력과 의지가 모여 오늘날 우리 사회의 토대가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의 마음까지 들게 됐다.

성취는 용기 내어 도전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건설업계의 접대 문화와 거리를 두며 맡은 바 일은 손실을 보더라도 끝까지 책임지고 해내고 발주처로부터 신뢰를 얻어온 그의 경영 원칙.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키는 사람에게 결국 보답이 돌아간다는 것은 그를 보고 따르는 후배들에게도 큰 용기를 주게 될 것이다. 다행히 그의 말대로 지금은 일 잘하고 좋은 결과를 내면 발주처가 먼저 찾는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니 정말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건설 현장에도 더 많은 여성들이 꿈을 펼칠 때가 되어가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시간이었다.

*김경선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장은 1991년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공직에 입문했다. 30년 넘는 공직생활 대부분을 고용노동부에서 보냈고, 마지막으로 여성가족부 차관을 역임했다. 은퇴 후 공직생활에서의 경험과 역량을 MZ세대 직장인들과 공유하고자 행복한직장생활연구소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있다.

kyoungseon04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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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윗집 발망치 소리, 내년부터 끝" [세종=뉴스핌]김정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지난 2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세종시에 위치한 이곳에는 주택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여러 시험동이 있지만, 5층짜리 실제 아파트 건물 한 동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한켠에는 'db35lab(데시벨 35 랩)'이란 영문과 숫자 표기가 부착돼 있었다. 아파트 1층 내부에 들어가야 이 표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는 LH가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보다 낮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층간소음기술연구소의 시험동 이름이다. 층간소음 등급별 시연 모습 [사진=국토부기자단 공동] 거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 화면에는 2층의 층간소음을 일으킬 수 있는 런닝머신, 책상과 의자, 공 등의 도구들이 보였다. 우선 화면을 통해 윗층에서 아래층에 전달되는 성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려줬다. 말 그대로 '발망치' 소리였다. 들려오는 소음은 49데시벨로 4등급 수준이다. 층간소음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2005년 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일부에서 이러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중량충격음이다. 이번에는 실제로 윗층에서 걷는 소리를 듣는 순서였는데, 귀를 쫑긋 세우지 않고서는 소음을 느끼기 어려웠다. 미세한 진동음이 들리긴 했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어 1m 높이에서 3kg 무게의 공을 떨어뜨리는 실험도 시연됐다. 이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중량충격음으로, 역시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지만, 이곳의 실제 시연에서는 역시 진동음이 확 줄었다. 의자 끄는 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음이어서 경량충격음이라고 하는데 4등급 수준에서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했지만, 실제 시연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충격음이 전달되지 않았다. 이처럼 층간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데는 1등급 기준인 37데시벨에 맞춘 성능으로 시공된 바닥 때문이었다. 기존 슬래브 두께보다 두꺼운 250mm로 시공하고, 그 위에 40mm 복합완충재와 30mm 고밀도몰탈 및 와이어 메쉬 등을 함께 깔아 놓은 바닥재다.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202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슬래브 두께는 210mm로 상대적으로 얇고 낮은 등급의 완충재와 일반 몰탈을 적용해 3등급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를 매년 개선해 온 결과 올해 1등급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LH는 이러한 기술 개발을 실험동 연구에 그치지 않고, LH 공동주택 각 현장에 실증 시공을 하면서 실증 결과 데이터를 쌓아왔다. LH가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단지는 양주회천 A15블록으로, 당시 3등급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평택고덕 ab57-2블록에 2등급 수준으로 끌어 올려 적용했다. LH 연구원 관계자는 "이 같은 1등급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과 공법을 연구해 왔다"면서 "47개의 기술 모델 개발과 총 1347회에 걸친 실증을 거쳐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정립해 내년부터 주택 설계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1등급 기준 설계로 분양가 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기존 공동주택 24평형(전용면적 59㎡) 기준으로 가구당 300만~400만 원의 공사비가 더 소요되는 것으로 LH는 추정하고 있다.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층간소음 1등급 설계 적용 때문에 수분양자의 분양가 상승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체 원가절감과 함께 정부 재정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공사비 상승의 주요인인 슬래브 두께를 슬림화하면서도 1등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감지기를 통해 경고 알람이 뜨는 월패드 시연 장면 [사진=국토교통부기자단 공동] 층간소음 1등급 설계는 새로 짓는 공동주택에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구축에서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LH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층간소음 감지기를 IT업체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바닥에 여러 차례 충격을 줄 경우, 층간소음 감지기의 센서가 작동해 해당 세대 월패드를 통해 주의를 당부하는 알람이 뜨도록 하는 장치다. 정승호 LH 스마트주택기술처 팀장은 "구조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는 없겠지만,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기준을 해당 세대에게 알림으로써 아래층 이웃과의 분쟁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시연은 기존 공동주택에 적은 비용으로도 층간소음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팸투어에 참여한 국토교통부 기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층간소음 1등급 바닥구조 [사진=뉴스핌DB] LH는 바닥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에 국한하지 않고, 옆 세대와의 벽간소음, 화장실 배관 소음 등 공동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소음 저감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벽간소음을 저감하는 소음 차단 성능 1등급 벽체 구조는 2019년 11월부터 이미 설계에 반영한 바 있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배관이 아래층을 통하지 않고 각 세대 내에서 설치되는 자체 배관을 적용해 배관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내구성이 좋은 장수명 주택, 수요자의 취향에 맞게 가변형 평면 구성이 가능한 라멘 구조 주택, 레고처럼 조립·건설하는 모듈러 주택 등 주택 건설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주택 유형에도 층간소음 1등급 접목 방안을 모색해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H는 층간소음 저감 기술 저변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민간의 고성능 신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1등급 기술 요소의 시장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층간소음 기술 마켓을 통해 6개의 고성능 기술을 발굴했으며 LH 공공주택 현장에서 그 성능을 검증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LH는 층간소음 1등급 적용 확산을 위해 db35lab을 내년 3월부터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자체 층간소음 시험 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데시벨 35랩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해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LH는 또 그간 개발해 온 층간소음 저감 기술 요소와 시공법, 실증 결과를 중소 민간 건설사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더불어 자체 기술 개발과 층간소음 저감 시공·품질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에 대한 기술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은 "2년 전 취임 당시 제일 먼저 강조한 게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약속한 것이었다"면서 "내년부터는 LH가 짓는 모든 아파트에 1등급 기준을 적용해 국민 일상의 생활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벽식 구조의 공동주택에서 벗어나 라멘(기둥식) 구조와 모듈러에도 층간소음 1등급 기준을 적용해 100년 이상 가는 장수명 주택의 근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dbman7@newspim.com 2024-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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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동행카드, 고양·과천도 30일부터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가 오는 11월 30일 첫 차부터 고양시와 과천시까지 서비스를 확장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서울~고양~과천을 오가는 시민들도 월 5만~6만원대로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출발한 기후동행카드는 3월 30일 김포골드라인, 8월 10일 진접선·별내선까지 확대됐다. 서울 공동생활권인 인구 100만의 대규모 도시 고양시와 지리적으로 서울시와 경기남부의 길목에 위치한 과천시까지 연결됨에 따라 수도권으로 본격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서울 외 지역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도시철도 구간 [이미지=서울시] 서울시와 고양시, 과천시는 지난해 2~3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11월 30일 고양시(3호선·경의중앙선·서해선), 과천시(4호선)의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확정지었다. 관계기관들과 함께 시스템 개발·최종 점검을 완료했다. 이번 확대로 3호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서울시 송파구 오금역까지 모든 역사(44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경의중앙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역에서 구리시 구리역까지 34개 역사, 서해선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역에서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역까지 7개 역사, 4호선은 남양주시 진접역에서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역사까지 34개 역사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기후동행카드 서비스 범위에 이미 고양시를 경유하는 서울 시내버스 28개 노선과 과천시를 경유하는 6개 노선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서울과 고양·과천을 통근·통학하는 약 17만 시민의 이동 편의가 더욱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과천·고양 등 시민들도 기후동행카드의 다양한 문화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과천시 4호선 확대로 대공원역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방문 시 서울대공원 50% 할인 등 혜택을 참고하면 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올해 1월 23일 서비스 시작 이후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시범사업 단계부터 큰 호응이 확인된 바 있다. 7월부터 본사업에 들어가면서 청년할인권·관광객을 위한 단기권 등 다양한 혜택이 더해졌다. 평일 최대 이용자가 65만명이 넘어가는 등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과천 지하철 적용을 시작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시스템 개발 검토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확장을 위한 타 경기도 지자체와의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고 시는 덧붙였다.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서 '모바일티머니' 앱을 무료로 다운받아 충전하면 된다. 실물카드는 서울교통공사 1~8호선 고객안전실, 지하철 인근 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후 서울교통공사 1~8호선, 9호선, 신림선·우이신설선 역사 내 충전기에서 권종을 선택·충전 후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고양시, 과천시 확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시(031-909-9000), 과천시(02-3677-2285),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윤종장 서울시 교통실장은 "김포·남양주·구리에 이어 고양·과천 확대로 경기도 동서남북 주요 시군까지 기후동행카드의 무제한 대중교통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통비 절감·생활 편의·친환경 동참 등 일상 혁명을 수도권 시민들까지 누릴 수 있도록 수도권 지역 서비스 확대·편의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4-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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