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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재계는] 구광모 LG 회장, 신사업 날개…'위기를 기회로'

기사입력 : 2023년11월07일 06:24

최종수정 : 2023년11월09일 14:01

구 회장, 선대회장 뜻이어 '전장·배터리' 사업 결실
'ABC' 전략 통해 새로운 LG 구축 나서
상속권 분쟁에 리더십 타격 우려…원만한 해결 시급

[서울=뉴스핌] 이지용 신수용 기자 = "첫째도, 둘째도 철저히 미래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지 답을 찾는 것이 미래준비의 시작이 돼야 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LG의 중장기적 경영전략에 대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2023, 재계는] 글싣는 순서

1. 생존·사절단·미래…역대급 바쁜 '총수들'
2.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유 있는 '초격차 기술' 강조
3. 반도체 터널에 돈먹는 배터리...과도기 넘는 최태원 SK 회장
4. "가장 완벽한 통합의 시대 리더십"…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3년 신화
5. 네이버 이해진, AI 글로벌 경쟁 시험대...카카오 김범수, 창사 이래 최대 위기
6. 구광모 LG 회장, 신사업 날개…'위기를 기회로'
7.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롯데' 향한 밑그림 그리기
8. 김승연 한화 회장, 육·해·공 다 갖춘 글로벌 방산기업 도약
9. 최정우의 포스코, 철강 그 이상의 미래 기업으로 변신중

구 회장은 "LG가 만들 상품과 솔루션, 브랜드 등이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지가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라며 미래 관점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는 구 회장이 LG의 주력 사업들이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고 과감하게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LG가 선제적으로 미래 산업을 점하겠다는 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구광모 회장은 "LG가 만들 상품과 솔루션, 브랜드 등이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지가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라며 미래 관점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리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LG 임원진과 대화하고 있는 구 회장. [사진=LG]

구 회장은 4대그룹 총수들 가운데 가장 막내지만 글로벌 산업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섰다. 이른바 사업 전망이 불확실한 사업은 접고 이른바 '돈이 되고 전망 좋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21년 6년 연속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이어온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LG가 장기간 일궈온 핵심 사업이었지만 자존심을 굽히고 실리와 미래 성장을 선택한 것이다. 다음해인 2022년에는 12년간 해온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했다. 중국 패널 등 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향후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보수적이고 신중했던 구본무 선대회장과는 달리 구 회장은 '실용주의 LG'로 체질 개선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구광모, 선대회장 뜻 이어 '전장·배터리' 꽃피워

구 회장은 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사업 정리를 통해 얻은 자금을 '전장'과 '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이들 사업을 LG의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구본무 선대회장이 전장과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보고 큰 기대와 애정을 쏟았던 만큼 구 회장도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이 사업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배경이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선대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LG 지주사 직속으로 자동차 부품팀을 신설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전장 기업인 '마그나'와 함께 'LG마그나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앞서 2018년에는 1조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인수를 이끌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 전략이 최근 전장 사업의 매출을 통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LG전자 전장부문의 영업손실은 1198억원에 달했지만, 올해 3분기 134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사업 시작 10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오는 2030년에는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 10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다.

LG전자의 전장부문 수주잔고는 지난 2020년 55조원이었지만 지난해 말 80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으며 올해 말에는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앞으로 신규 멕시코 공장이 4분기부터 본격 가동되고, 헝가리 공장 설립도 이뤄지고 있어 북미와 유럽 등에서도 전기차 부품에 대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배터리도 구본무 선대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인 사업이다. 당초 LG는 1995년부터 2차전지 독자 개발에 나섰고 1998년에는 국내 최초로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했다. 2009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인 LG화학은 배터리를 양산, 미국의 제네럴모터스(GM)에 전기차 납품 계약을 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선대회장이 뿌린 배터리 사업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GM과 첫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지난해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일본의 도요타와 연간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GM 합작 2·3공장,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혼다 합작공장, 현대차 합작공장 등을 비롯해 애리조나 및 미시간의 단독 공장에 대한 증설도 준비 중으로 내년부터 북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올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73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급증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경쟁사인 삼성SDI는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SK온은 적자 국면에 있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회장 취임 당시 구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5년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큰 성과를 내면서 구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가 관계자는 "구 회장은 취임 후 '2등 주의', '안정주의'에 빠져있던 LG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기업문화부터 수평적으로 바꾸고 전망 좋은 사업을 적절히 선택해 집중했다"며 "LG만의 사업에 집중하고자 했던 선대회장의 방향성을 이은 결과, 최근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구광모, 'ABC'로 선대회장 뛰어넘나

전장과 배터리 사업은 구본무 선대회장이 씨를 뿌려 구 회장이 꽃을 피운 사업으로 평가 받는다. 취임 5주년을 맞는 구 회장은 이제 자신이 직접 신사업을 발굴해 LG의 새로운 수익구조 창출에 나서고 있다. 전장과 배터리를 기반으로 삼아 또 다른 신사업을 확대해 선대회장 그늘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언하고 전장과 배터리 못지 않은 투자를 단행 중이다. 앞으로 5년간 ABC 사업에 들어갈 투자액만 54조원에 달한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처음 열린 사장단 협의회에서 "앞으로의 지주사는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회와 위협 요인을 내다보고, 선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사업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구 회장은 챗GPT 등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자체 인공지능(AI) 개발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8월 말 AI의 사업 육성 전략 점검을 위해 북미를 찾았다. 구 회장은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이를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따라 사업 구도에 큰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체인저"라고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구 회장의 AI 사업 육성 행보는 올해 곧바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LG가 지난 2020년 그룹 차원에서 설립한 'LG AI 연구원'이 지난 7월 초거대 AI인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LG AI 연구원은 전문 데이터에서 근거를 찾아 응답을 해주는 '유니버스', 분자구조와 수식 등을 학습해 신소재 개발을 돕는 '디스커버리',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는 '아틀리에' 등 3가지 플랫폼을 만들었다.

LG는 이 같은 AI 플랫폼을 LG의 각 계열사에 제공했으며, 계열사에서의 활용 및 개발 과정을 거쳐 외부 기업들에도 판매하는 기업간거래(B2B)에 나설 전망이다. LG AI 연구원의 인력은 설립 초기인 2020년 70명에서 현재 250명을 넘기는 등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 LG AI 연구원이 지난해 AI 플랫폼을 개발하던 도중 오픈AI의 챗GPT 발표로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플랫폼 개발을 서둘렀으며, 대대적인 설명회 행사까지 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LG가 AI를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역점 사업으로 두고,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광모 LG 회장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언하고 전장과 배터리 못지 않은 투자를 단행 중이다. 사진은 구 회장이 지난 8월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랩센트럴'에서 요하네스 프루에하우프 랩센트럴 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LG]

구 회장은 바이오 사업도 꾸준히 챙기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 뒤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8월에는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항암 신약과 세포치료제 등 신약 개발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관련 연구소와 스타트업을 찾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구 회장은 이와 함께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을 강화하는 등 클린테크에도 사업 역량을 모으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 회장은 첨단 사업을 추진하면서 'ABC 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져 놓고 이들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한 뒤 목표를 달성하면 그 다음 목표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이는 구 회장의 깔끔한 경영 철학이 엿보이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등 LG가 아닌 1등 LG로 이제는 발돋움 해야 할 시기"라며 "한 분야에서의 돋보적인 기술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배터리를 잘 만들어도 완성차 기업에 좌우되는 만큼 LG는 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하청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LG만의 모빌리티 사업을 꾸리고자 했던 선대회장의 방향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상속권 분쟁', 안정적 경영에 변수

구 회장은 최근 이 같은 사업 성과를 뚜렷히 내고 있지만 LG가에서 처음으로 상속권 분쟁에 휘말리는 리스크를 겪고 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을 놓고 구본무 전 부인인 김영식 여사 및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LG측은 "합의에 따라 4년 전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일단 구 회장이 재판에 휘말린 만큼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 모녀의 요구대로 지분이 재분배되면 LG의 지분구조가 변동되면서 경영권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현재 LG의 지분 15.95%를 가진 최대주주다. 세 모녀의 지분율은 김 여사가 4.02%, 구연경 대표 2.92%, 구연수씨가 0.72%다. 만약 법원이 세 모녀의 손을 들어주면 구 회장의 지분은 9.7%로 줄어들어 들고, 세 모녀는 14.09%로 늘어난다.

재계에서는 세 모녀가 승소해도 구 회장의 정통성과 장자승계 원칙을 따랐던 만큼 경영권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75년간 LG 총수 일가에서 소송 등의 분쟁은 없었던 만큼 이번 소송전이 구 회장 및 LG그룹에 대한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구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일부 갈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구 회장이 LG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상속권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황용식 교수는 "분쟁으로 인한 잡음이 계속 생기면 현 체제와 경영권에 대한 불신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구 회장은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면 사업 전략과 개편 등을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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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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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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