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이틀간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과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양국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설리번 보좌관이 16∼17일 몰타에서 왕이 외교부장과 회동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발표문을 통해 회담 사실을 알리고 "양국은 중·미관계의 안정과 개선에 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부장의 회동 당시 모습[사진=신화사 뉴스핌] |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 회동 이후 4개월 만에 만난 설리번 보좌관과 왕 부장은 이틀에 걸쳐 총 12시간가량 회동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양안 문제, 마약 퇴치, 인공지능 및 기후변화 등 글로벌 및 역내 안보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자는 설리번 보좌관이 회동서 양국이 경쟁 관계이나 미국은 중국과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미국이 대만해협에 대한 현상 유지와 양안 평화·안정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왕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가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며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발전은 강대한 내생적 동력을 갖고 있으며 필연적인 역사 논리를 따르는 만큼 저지할 수 없다"며 "중국 인민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한 고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회동서 양국이 단절됐던 군사 당국 간 소통 채널을 복구할 수도 있는 신호가 제한적으로나마 감지됐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관계자들은 해당 사안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오는 19일 시작되는 유엔 총회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11월 미중 정상회담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몰타 회동 성사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성사 기대감도 다시금 고조되는 모습이다.
올해 초 중국 정찰풍선 사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상황에서 지난 5월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부장이 회담했고, 이후 양국 고위급 대화 채널이 복원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이번 의제에 있었다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부장의 이번 회동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와 맞물려 진행됐는데, 미 당국자는 "설리번 보좌관이 러시아 전쟁에 대한 중국 지원과 왕 부장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한 미국의 오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왕 부장의 방러 전 이런 우려가 영향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취소하고 18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