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어 금리인상 '쇼크'
서브 프라임 사태보다 심각
만기 도래 부채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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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지구촌 부동산 시장이 위기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오피스 빌딩과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율이 상승한 데 이어 주요국 중앙은행의 과격한 금리인상에 주택시장까지 적신호가 뚜렷하다.
역전세와 깡통 전세로 국내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2008~2009년 미국에서 발생했던 서브 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보다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외신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뉴욕과 런던, 홍콩에 이르기까지 각국 대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빈 건물이 골칫거리다. 코로나19 봉쇄가 종료됐지만 공실율은 더 크게 뛰었고, 금리 상승에 디폴트 리스크가 날로 치솟는 상황이다.
뉴욕 맨해튼의 고층 빌딩 숲 [사진=블룸버그] |
미국 모기지은행가협회MBA)과 모간 스탠리에 따르면 2023~2024년 사이 만기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채무액이 2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영국과 유럽 주요국,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까지 전세계 채무 규모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이다.
시장 조사 업체 그린 스트리트에 따르면 2022년 3월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이후 미국에서만 아파트 가격이 21% 폭락했고, 쇼핑몰을 중심으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18% 떨어졌다.
샌프란시스코 거리의 건물 임대 공고 [사진=블룸버그] |
이와 별도로 푸르덴셜 파이낸셜 산하 PGIM 리얼 에스테이트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오피스 빌딩 가격이 바닥을 찍기 전 각각 25%와 13%에 달하는 하락을 연출할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오피스 빌딩의 가격이 회복되는 데 6년이 걸렸다. CBRE 그룹의 리처드 바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에는 가격 회복에 10년 가량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관은 마켓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2023~2024년 사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시장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며 "경기 침체 리스크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전망"이라고 말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호워드 마크 오크트리 캐피탈 매니지먼트 공동 창업자 역시 투자자 노트를 통해 "오피스 빌딩 모기지와 그 밖에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디폴트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이번 부동산 시장의 하강 기류가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보다 극심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24개월 사이 2조9000억달러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3.50~4.50%포인트 인상된 금리를 적용해 연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팬데믹 사태 이후 재택 근무와 전자상거래 이용이 늘어나면서 공실율이 20년래 최고치로 뛴 상황에 금리인상 후폭풍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고 모간 스탠리는 강조한다.
골드만 삭스는 특히 오피스 빌딩 부문에서 부실 우려가 높다고 주장한다. 금리가 가파르게 뛰었을 뿐 아니라 은행권의 여신 요건이 강화된 데 따라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격 하락은 이미 현실화됐다. 일례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노른자위로 꼽히는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 주변의 오피스 빌딩이 2015년 가격보다 낮은 값에 매각됐다.
부동산 투자은행 이스트딜 시큐어드의 윌 실버만 이사는 FT와 인터뷰에서 "뉴욕 오피스 빌딩이 땅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