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 후퇴…롱 청산 '직격탄'
변동성 지표 상승…단기 불안 심리 반영
기관 강세 vs 개인 약세…엇갈린 힘겨루기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희미해지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큰 변동성을 겪었다. 지난 24시간 사이 3700억원 이상의 포지션이 청산됐으며, 이 가운데 95%가 롱(매수) 포지션이었다. 주요 타깃은 이더리움(ETH)과 비트코인(BTC)이었다.
19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암호화폐 시장 시총 2위인 이더리움에서 1억7,000만달러(2,362억원), 비트코인에서 1억400만달러(1,445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로 청산됐다. 이는 이더리움이 하루 만에 3%가량, 비트코인이 약 2% 하락하면서 레버리지를 활용해 베팅하던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무너진 데 따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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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8.19 koinwon@newspim.com |
시장 불확실성은 통화정책 기대 변화와 맞물려 있다. 암호화폐 기반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12% 수준이던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현재 26%까지 치솟았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위험 노출을 줄이는 모습이다.
옵션 거래 플랫폼 디라이브(Derive)의 창립자인 닉 포스터는 "이번 움직임은 구조적 변화라기보다는 단기적인 포지션 리셋에 가깝다"며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과 단기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방어적인 포지셔닝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변동성 지표 상승…단기 불안 심리 반영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단기 불안 심리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디라이브 데이터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7일 내재변동성(IV)은 68%에서 73%로 치솟았지만, 30일 IV는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향후 며칠은 요동치겠지만 장기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가격 흐름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국시간 19일 오후 8시 10분 기준 비트코인은 11만5,000달러 선으로 밀리며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더리움은 4,288달러로 내려앉았다.
다만 리플(XRP)은 3.015달러로 상대적 강세를 보이며 주간 상승률을 9%에서 4% 수준으로 일부 유지했다.
시장 내부 체력, 즉 시장 Breadth(시장 폭) 지표를 살펴보면 미묘한 온도차가 드러난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암호화폐 가운데 63개 종목이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거래되고 있어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여전히 견조함을 보여준다. 200일선은 시장의 중장기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이를 웃돌고 있다는 것은 전반적인 강세장이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단기 흐름은 다소 다른 양상이다. 상위 종목의 절반 가까이가 5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져, 단기적으로는 하락 압력이 뚜렷해진 모습이다. 통상 50일선은 단기 모멘텀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지점을 밑돈다는 것은 최근 매수세가 위축되고 단기 약세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 기관 강세 vs 개인 약세…엇갈린 힘겨루기
시장 전문가들은 기관과 개인의 '엇갈린 베팅'을 주목한다. 싱가포르 암호화폐 마켓 메이킹 업체 엔플럭스(Enflux)는 "기관의 확신은 견고하다"며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 스트래티지)가 430 BTC를 5140만달러에 추가 매입하며, 보유량을 총 62만9376 BTC로 확대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스트래티지는 지난 2020년 첫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이후 462억달러를 투입해 총 62만9376 BTC를 확보했으며, 평균 매입가는 7만3320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는 한발 늦는 모습이다. 기관이 전략적 매수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달리, 리테일(개인 투자자) 자금 유입은 뚜렷하게 둔화된 상태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가 비트코인 선물의 '펀딩레이트'다. 최근 이 지표가 음수로 전환되면서, 숏 포지션을 잡은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수익이 돌아가고, 롱 포지션을 유지하는 쪽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는 시장 내에서 롱보다 숏을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옵션 시장에서도 매수세가 콜(매수옵션)보다는 풋(매도옵션)에 집중되면서, 가격 하락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관은 장기 성장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개인은 단기 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며 보수적·방어적 포지셔닝을 강화하는 양상이다.
◆ 잭슨홀에 쏠린 시선
결국 시장의 눈은 오는 21~23일 예정된 잭슨홀 심포지엄으로 향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압력과 정치적 부담 속에서 금리 경로를 어떻게 설명할지가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암호화폐 검색량은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워싱턴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에 들여놓기 위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진전을 보이는 등 제도권 진입 기대감은 살아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시장은 "장기 낙관론과 단기 방어 심리"라는 상반된 기류 속에 놓여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