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여대 AGV 제자리 서있는 근로자 앞으로 상품 '척척'
무인 지게차 도입으로 안전사고 위험도 줄여
다만 로봇 운반 상품 가볍고, 깨지지 않는 것으로 한정돼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2일 오후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FC)의 집품 과정이 이뤄지는 7층. 큰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무인 운반 로봇(AGV)이 물건이 가득 채워진 5층 짜리 선반을 들고 격자무늬를 그리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AGV가 향하는 목적지는 집품을 해야하는 근무자 앞. 제자리에 있던 근무자는 선반이 앞에 도착하면 모니터 화면에 뜬 위치에 담긴 물건을 꺼내 옆에 놓인 바구니에 옮겨놓는다.
쿠팡 대구FC에서 상품을 실은 AGV가 격자무늬를 그리며 움직이고 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강정훈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이런 자동화 과정으로 근무자들의 업무량을 65% 단축했다"며 "쿠팡은 대구FC를 첨단 물류 기술을 테스트하는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FC는 축구장 46개 크기에 달하는 아시아권 최대 규모 물류센터다. 쿠팡은 지난해 3월부터 대구FC 운영을 시작했지만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은 이곳에서 자동화 기술을 테스트하고, 다른 물류센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구FC에는 AGV가 1000여대 이상, 상품에 찍힌 바코드를 인식해 비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는 소팅봇이 수백대, 그리고 무인 지게차 수십여대가 운영되고 있다.
쿠팡 대구FC에서 소팅봇이 상품을 배송지별로 분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자동화 기술의 핵심은 근무자들의 업무강도는 낮추고, 정확도는 높이는 것이다. 1층에 위치한 수백 대의 소팅봇은 '제로(0)'에 가까운 오차범위를 보인다. 근무자가 상품의 운송장을 스캔해 소팅봇 위에 올려두면 소팅봇은 최단 거리를 계산해 맞은편으로 이동,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한다.
무인 지게차는 물류센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이다. 물류센터에서 가장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지게차 때문이지만, 대구FC는 지게차와 근무자의 동선을 펜스로 완전히 구분해 안전사고를 원천 봉쇄했다.
다만 이날 대구FC를 둘러보며 혁신 기술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운 부분도 보였다. 근무자의 업무강도를 낮춰주기엔 AGV나 소팅봇이 운반할 수 있는 상품의 제약이 너무 크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AGV에는 신발, 속옷, 수세미, 고무장갑 등 작고 가벼운 상품들만 진열돼 있었고 생수나 사료처럼 무겁고 큰 물건은 없었다. 소팅봇도 8kg까지만 운반이 가능하며, 유리나 액체 같은 파손이 있을 수 있는 상품은 운반이 제한됐다.
쿠팡 대구FC 외부 전경.[사진=쿠팡] |
쿠팡은 앞으로도 대구FC에 자동화 물류 기술 도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배송 물량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동화 기술 관리자 채용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강정훈 전무는 "대구 FC에서 검증된 기술들은 다른 지역의 FC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