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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목 왔는데"…노량진·가락시장 '초상집' 분위기

기사입력 : 2021년12월01일 12:55

최종수정 : 2021년12월01일 12:55

노량진시장, 제철·대목 맞이했는데 '한산'…"주말에 사둔 고기만 죽어 나가"
김장철 대목 맞이한 가락시장…"위드코로나 기대했는데 초상집 분위기"

[서울=뉴스핌] 지혜진·박성준 기자 =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1층 가판 앞에는 상인들 2~3명씩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시장은 1, 2층 판매장 면적이 8642㎡로, 축구장 1개 크기(7140㎡)보다 큰 규모지만 오후 4시쯤 시장을 찾은 손님은 겨우 10명이 넘는 수준이었다.

상인들은 '예년 같았으면 대방어도 지금 시간쯤 두세마리 팔아 치웠을 텐데' 푸념하며 몇 안 되는 손님이 행여 자기 가게의 물건을 찾을까 눈치를 살폈다.

◆제철·대목 맞이했는데 '한산'…"주말에 사둔 고기만 죽어 나가"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0일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시장에서는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516명까지 늘어났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외경. 2021.12.01 heyjin6700@newspim.com

위드코로나 전환으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허탈해했다. 일부 상인들은 위드코로나로 손님이 몰릴 것을 대비해 광어며 우럭이며 도미를 주문해 뒀는데 며칠째 팔리지 않아 가득 찬 수족관만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제철을 맞이한 대방어도 가판 위에 그대로 늘어져 있었다. 수족관에 너무 오래 있었는지 배를 까뒤집고 뻐끔뻐끔 숨을 몰아쉬는 생선들도 하나둘 생겨났다.

수산시장 경력 30년이라는 정연호(52) 씨는 "주말에 손님이 많이 올 줄 알고 주문을 잔뜩 해뒀는데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며 "오래된 생선은 건져서 매운탕거리로 파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가게 상인들도 표정이 어두웠다. 아예 손을 놓고 꾸벅꾸벅 졸거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군데군데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눈에 띄었다. 상인들은 간혹 시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방어 한 번 보고 가라", "필요한 거 있음 보고 가라"며 말을 붙였다.

"시장 상인들은 매일매일 PCR(유전자증촉) 검사를 매일매일 받아야 합니다. 오늘 날짜의 음성 확인증을 받지 않은 사람은 서둘러 4층 선별진료소로 오셔서 검사받으시기 바랍니다." 시장에는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 대신 PCR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방송 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시장종사자 전체를 대상으로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음성이 확인된 상인들은 모두 '11월30일 음성확인'이라는 초록색 스티커가 붙여진 동그란 배지를 달고 있었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지난달 30일 한적한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2021.12.01 heyjin6700@newspim.com

손님이 뜸한 것도 문제지만 코로나19 검사도 상인들에겐 고역이다. 상인들은 매일같이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끼고 서류를 작성한 뒤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 상인은 콧속을 깊이 파고드는 PCR 검사용 면봉 때문에 '아이고' 소리를 내며 인상을 쓰고 한동안 코를 움켜쥐고 있다가 다시 가게로 되돌아갔다.

지하 1층 가공처리매장에서 사무직으로 일한다는 장민숙(40) 씨는 "사무 보는 일만 하는데도 매일같이 검사를 받아야 해서 괴롭다"면서도 "최근 시장 내 집단감염이 커지고 있는 게 더 걱정이라 검사는 꼬박꼬박 받는다"고 말했다.

오후 6시를 넘겨도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2층의 회식당은 21곳 중 6곳이 확진자 발생 등의 이유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이날 오후 7시까지도 한 가게에 다섯 테이블 이상 손님을 받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도 유명 연예인이 찾았다는 가게가 다섯 테이블을 겨우 넘겼고, 나머지는 한두 팀이 전부였다. 손님이 아예 없어 종업원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가게도 있었다. 식당 주인들은 "매년 이맘때면 12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어야 하는데"라며 가게 밖을 두리번거리며 손님을 찾았다.

아버지는 40년째, 자신은 6년째 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한다는 신동윤(38) 씨는 "우리는 지금 목숨 걸고 장사하는 거다"라며 "코로나19 상황이 2년째라 그런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씨는 "위드코로나 시행하고 반짝 손님이 늘었는데 지금은 보다시피 문 닫은 가게도 많고 사람들 발길도 뚝 끊겼다"며 "시장 집단감염이 커지면 노량진 시장에서 물건 납품받는 것조차 꺼리는 거래처가 나올까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장철 대목 맞이한 가락시장…"위드코로나 기대했는데 초상집 분위기"

같은 시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김장철을 맞아 북적여야 할 채소 가게에 상인과 흥정하는 손님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배추를 옮기는 지게차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지난달 30일 인적이 뜸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모습. 2021.12.01 heyjin6700@newspim.com

작업장도 한산했다. 50포기가량 쌓여 묶음 포장된 배추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한쪽에는 시동이 꺼진 트럭이 10대 넘게 세워져 있었다. 도매상가에서 물량 하역 작업을 하는 용재호(59) 씨는 "전국적으로 장사가 안되니까 확실히 물량이 많지 않다"며 "도매시장도 코로나19 영향을 바로 받는다"고 귀띔했다.

작업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수산물 코너에는 각종 생선과 낙지 등이 수족관에서 헤엄치고 있었지만 구경하는 손님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각 상가 입구에 서 있는 상인들은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찾는 거 없냐'며 '보고 가라'고 손짓했다.

차가운 날씨에 손님까지 없자 삼삼오오 모여 난롯불을 쬐는 상인들도 보였다. 그들은 난로 앞에서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한 상인은 아예 호객행위도 포기한 듯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입구 앞 의자에 앉아 천장만 응시했다. 수산시장에서는 헬멧을 쓴 상인 한 명만이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 앞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상인들 앞치마에 달린 '코로나19 예방접종'이라고 쓰인 배지가 눈에 띄었다. 가락시장은 지난달 2일 최초 확진자 발생 후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총 297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상인들은 PCR 검사를 받고 '음성인증' 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이미 줄어든 손님의 발길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상인 박성자(60) 씨는 "재작년에 비해 작년 매출이 줄었고 올해는 작년보다도 매출이 한참 더 떨어진다"며 "위드코로나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작년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문판균(55) 씨는 "우리는 자영업자 정부 지원금 대상이 아니라 그마저도 못 받았다"며 "한 달에 채워야 하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싸게 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해도 손님 자체가 없으니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들도 적막한 시장 분위기에 당황한 반응이었다. 이날 시장을 찾은 김종수(59) 씨는 "집이 멀지 않고 대형마트보다 시장 분위기가 좋아서 가락시장 가끔 찾는데 시장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여기가 엄청 넓고 도매시장이 크게 있어서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손님이 확실히 없는 건 사실"이라며 "시장이면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까 어색하다"고 말했다.

 

heyj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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