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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시대'가 클래식했다면 '이서현 시대'는 혁신을…'새로운 리움'을 만난다

기사입력 : 2021년10월05일 16:19

최종수정 : 2021년10월05일 16:25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오랫동안 빗장을 닫았던 리움미술관이 8일부터 관람객을 다시 맞는다. 이제는 이서현 리움 운영위원장(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체제다.

홍라희 전 관장이 이끌던 리움이 격조있고 클래식했다면, 이서현 위원장이 이끄는 리움은 보다 세련되고, 다이나믹해진 것이 특징이다. 한결 과감해졌다. 예전 같으면 미술관 로비에 사선의 천장이라든가, 검고 육중한 기둥과 의자가 가능치 않았을 듯한데 확 달라졌다. 바야흐로 새 시대다.

근래들어 젊은 미술애호가층이 대거 확산된 것에 부응하듯 리움 또한 확실히 젊어졌다. 동시에 첨단화, 디지털화를 더욱 깊고, 실질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했다. 우아하고 품격 있었던 과거의 리움에서 미래지향적이며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미술관으로 달려가고 있다.

리움은 국내 사립미술관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리더 격의 뮤지엄이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일체의 기획전을 중단해 4년여 만에 기지개를 켜게 됐다. 기업이 세운 사립미술관이라 해도 등록미술관으로써, 공공성과 시대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아예 휴관에 돌입해 수준 높은 미술관문화를 향유하려던 미술팬들은 갈증이 컸다. 그런데 1년9개월여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와 개편을 거쳐 대중과 다시 접속한다.

[서울=뉴스핌] 아니카 이, '완두수염진딧물', '점박이 도롱뇽', '푸른 민달팽이'. 2019, 켈프, 아크릴, LED, 기계나방 144.67x55.88x63.50cm,162.56x66.04x66.04cm,154.94x68.58x68.58cm. Courtesy 47 CANAL, New York ⓒAnicka Yi, 2020 [사진=리움]. 2021.10.5 art29@newspim.com

최근 이건희컬렉션이 대중들로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이건희컬렉션 기증특별전이 열띤 호응을 얻자 리움은 적잖이 고무된 상태다. 이에 상설전을 전면 개편했다. 10여년 넘게 큰 틀을 유지하던 리움의 컬렉션 전시(상설전)를 대거 개편해, 지금껏 소개하지 않았던 작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절반 이상의 작품이 처음 공개되는 것이어서 리움이 오랜 기간에 걸쳐 수집한 알짜배기 작품들을 두루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상설전은 그 미술관의 목표와 비전, 맥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다.

리움의 '현대미술 상설전'은 3개의 특별한 주제로 재구성됐다. 우리의 삶과 예술에서 가장 진지하고도 풍성하게 변주되는 빛깔인 '블랙'을 탐색한 '검은 공백', 비물질의 세계로 확장된 현대미술을 열린 시각으로 보여주는 '중력의 역방향', 예술의 끝없는 상상력을 성찰케 하는 '이상한 행성' 등의 주제로 총76점이 모였다. 상설전은 2층에서부터 지하로 내려가며 관람하도록 되어 있다. 2층의 '검은 공백'에는 최만린, 최욱경의 검은 조각과 회화를 필두로, 가다 아메르의 자수회화, 에티오피아 출신의 미국 작가 줄리 머레투의 차콜빛 추상연작 등이 내걸려 숭고하고도 장중한 예술세계로 인도한다.

상설전 중 1층의 '중력의 역방향'은 2층과 지하층의 전시를 연결해주는 전환의 공간이다. 동시에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다룬 공간이기도 하다. 유리, 금속, 아크릴로 구성된 출품작들은 재료 본래의 물성을 갖고 있지만 작품의 투명성, 빛이나 움직임으로 인해 매우 초현실적이다. 관객은 마치 무중력 공간에 온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1층 전시실 초입에 위치한 나와 코헤이의 두개의 육면체 작품이 특히 그렇다. 끝없이 뿜어져 나오는 빛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무한분열하는 세포(cell)들은 공중에 붕붕 떠다니는 듯하다. 여기에 빛의 특성을 활용해 인간의 시지각을 실험하는 로버트 어윈의 '무제', 강철과 유리로 양방향 거울을 만든 뒤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 댄 그레이엄의 '슬라이스' 등 관객참여형 작품이 추가됐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이브 클랭이 1961년 격렬한 퍼포먼스를 통해 제작한 회화 '대격전'. 리움의 기획전 중 '펼쳐진 몸'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리움] 2021.10.5 art29@newspim.com

지하 전시실의 '이상한 행성'전은 이름에서도 유추되듯 관객을 기이한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낯선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괴물, 기계생명체같은 존재들이 부유하거나 움직인다. 우주의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한 듯한 느낌인데, 전시장 초입에 놓인 최우람의 작품부터 심상치 않다. 모래 위에 길게 누워있는 금속의 기이한 해골뼈 위에는 길고 가는 홀씨가 하늘거린다. 최우람이 창안한 '쿠스토스 카붐'이란 기계생명체로, 인간과 기계의 공생이 가능한지를 묻는 키네틱 작품이다. 이어 만나는 아니쉬 카푸어의 곡면 스테인리스스틸 조각 '이중 현기증'은 사물을 왜곡해서 반사하는 작품이다. 자꾸 주변을 맴돌며 조각에 투영된 일그러진 내 모습과 주변 모습을 관찰하며 즐거운 혼돈을 경험할 수 있다. 이승조의 추상화와 볼프강 라이프의 천연밀랍으로 꾸민 작품도 곁들여졌다.

새롭게 추가된 재미 아티스트 아니카 이의 설치미술은 상설전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품이다. 천장에 걸린 노란 고치는 '완두수염진딧물', '점박이 도롱뇽', '푸른 민달팽이'인데, 기계음을 발산하며 안쪽에 로봇곤충이 날아다닌다. 살아있는 기계를 보는 듯한 미래적 작업으로, 유기체와 인공물의 경계를 흐리면서 '기술의 진보가 장차 인간 삶을 어떻게 바꿀가'를 질문해보게 한다.

한편 8일 개막하는 기획전인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은 모든 예술의 뿌리인 '인간'을 천착한 전시이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재난의 시기에, 인간 존재는 어떤 의미를 지니며 그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해본 인문학적인 특별전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51명 작가의 작품 130여 점이 운집했다. 기획자는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을 다룬 20세기 중반의 미술을 시작으로, 휴머니즘의 위기 및 포스트휴먼 논의를 거쳐 제작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그 가치를 탐구했다.

전시는 모두 7개의 섹션으로 짜여졌다. 인간를 다룬 예술적 성찰을 다각도로 돌아보며, 오늘의 지구촌 인류가 맞닥뜨린 난관과 미래 이슈를 매우 진지하게 짚어봤다. 첫 질문은 '나는 혹은 인간은 스스로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가'이다. 지난 시기 인간은 '그렇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근래 이 신념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철학자들은 인간 이성은 불완전하고, 주체는 분열돼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타인을 통해 비로소 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첫 섹션은 '거울보기'로 꾸며졌고, 예술가들의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자화상과 초상이 다채롭게 어우러졌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론 뮤익 '마스크 Ⅱ',2002,혼합재료,77x118x85cm.개인소장. ©Ron Mueck [촬영=한도희, 사진=리움] 2021.10.5. art29@newspim.com  

자신의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 덩그러니 눕혀놓은 론 뮤익의 '마스크Ⅱ', 다양한 예술가들의 초상사진 속에 시대를 대변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담아낸 주명덕과 육명심의 '예술가 시리즈', 스타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집합한 앤디 워홀의 '마흔 다섯 개의 금빛 마릴린', 중동 민주화운동을 다룬 쉬린 네샤트의 '왕서' 연작 등이 첫 섹션을 장식하고 있다.

두번째 섹션은 몸을 다룬다. '펼쳐진 몸'이란 타이틀로 21세기 인간존재를 이해하는 핵심단어인 몸을 다룬 다채로운 작품들이 모였다. 누구든 몸을 통해 삶을 체험하고, 타인과 소통함을 작품들은 여실히 말해준다. 이 섹션에서는 신체를 '살아있는 붓' 삼아 격렬한 행위의 흔적을 담은 이브 클렝의 회화와 한국행위예술 발전의 기폭제가 된 이건용의 회화가 연달아 내걸렸다. 또 여성주의 퍼포먼스의 선구적 예를 보여준 쿠바계 미국작가 아나 멘디에타, 개인의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 중국 작가 장후안의 작품도 포함됐다.

섹션3는 'distortion 일그러진 몸'이다. 문명화된 인간사회 이면에 또아리를 틀어온 악의 본성, 폭력성, 야만성을 다룬 동서양의 다양한 작품들이 이 섹션에서 선보여지고 있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정상과 비정상을 두부모처럼 잘라 구분하려는 사회 관습에 저항하는 비판적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여성 신체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유방', 신디 셔먼의 '부서진 인형' 연작, 로버트 롱고의 인간과 좀비, 폐기된 로봇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 나왔다.

네번째 섹션은 강한 듯 하지만 유리처럼 연약한 인간의 내면을 다루고 있다. 'fragility 다치기 쉬운 우리'로 명명된 이 섹션에서는 초연결시대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분리불안과 고독에 시달리는 오늘의 인류를 포착한 작품들이 나왔다. 진짜와 가짜,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불안정성을 다룬 요안나 라이코프스카, 김옥선, 니키 S. 리, 김상길, 정연두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섹션5는 'equivalence 모두의 방'이다. 걸핏하면 창궐하는 극단주의와 인종주의, 불평등을 타파하고, 다양성의 기치를 환기시키려는 예술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섹션이다. 야스마사 모리무라, 엘름그린&드라그셋. 최하늘, 정은영의 영상 조각 설치미술 등이 한데 모였다. 여섯번째 섹션은 'avidness 초월 열망'이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덕분에 인간의 욕망은 날로 가속화되지만 브레이크 없는 열망은 적잖이 위태롭다. 인간과 기계의 상생적 관계를 모색한 백남준의 '로봇 K-456', 기계를 통한 신체의 확장과 인간향상을 꿈꾸는 스텔락의 퍼포먼스, 기술만능주의를 비튼 이형구의 사진 연작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섹션 7은 'cohabitation 낯선 공생'으로 인간중심주의가 초래한 작금의 전지구적 위기를 일깨운 작품들이 나왔다. 생명공학과 공상과학의 상상력을 접목한 데이비드 알트메즈의 독특한 조각, 동물과 자연의 지혜를 빌어 탈-인간중심적 삶을 모색하는 염지혜와 김아영의 작업이 이 섹션에 포함됐다. 막스 후퍼 슈나이더와 피에르 위그의 작품은 '낯선 미래를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재개관에 맞춰 새롭게 리뉴얼된 리움의 로비 [사진=리움] 2021.10.5 art29@newspim.com

이번에 리움은 미술관 심볼과 서체도 바꿨다. 새로운 비전을 목표로, 둥글게 회전하는 미술관 MI를 개발했다. 서체 또한 볼드하게 재편했다. 로비 공간은 동시대 감성에 맞게 로툰다를 중심으로 리뉴얼했고, 뮤지엄샵도 대대적으로 바꿨다. 이 작업은 제일모직, 삼성물산에서 이서현 위원장과 호흡을 맞췄던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총괄했다. 오랫동안 로툰다에 드리워졌던 최정화의 '연금술' 대신 김수자의 '호흡'이 빛을 발하고 있고, 숯의 화가 이배의 대형작품이 로비에 설치됐다. 미디어아트를 상영하는 '미디어 월'은 화질 5천만화소 이상, 가로 11.3m 높이 3.2m(462인치)의 초대형 디스플레이로 보강돼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찬란하고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또 디지털 가이드와 리움 DID 등 디지털 서비스도 업그레이드돼 눈으로 보기 힘든 작품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음미하는 등 보다 입체적이면서 생생한 감상이 되도록 했다. 리움미술관은 지난 9월1일 신임 부관장에 괄목할만한 기획전을 큐레이팅해온 미술비평가이자 교육자인 김성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한편 호암미술관은 '야금_위대한 지혜'라는 타이틀로 전통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금속공예를 통해 한국미술의 역사를 짚어보는 융합형 전시를 준비했다. '야금(冶金)'은 광석의 채굴부터 불로 금속을 다루는 과정과 결과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선사 청동기시대부터 고대 장신구와 무속도구, 불교미술 등 전통 금속공예와 국가무형문화재, 현대작가들의 공예, 조각, 영상을 아우르는 이 전시 또한 파격적인 연출로 과거와 다른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혁신적으로 달라진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 관람은 웹사이트를 통한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연말까지 무료입장.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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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2924명 복귀 의사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20일부터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추가 모집이 시작된 가운데, 최소 사직 전공의 2924명이 복귀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한수련병원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에 복귀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 4794명 중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는 2924명(61.5%)으로 집계됐다.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 2924명 중 즉시 복귀를 희망한 사직 전공의는 719명(15.1%)이다.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 입대한 사직자의 제대 후 복귀 TO(정원) 보장을 조건으로 복귀를 희망한 사직 전공의는 2205명(46.4%)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전공의 추가 모집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는 3월과 9월 상·하반기로 나눠 수련 모집을 하는데 의료계 요청에 따라 추가 복귀 길을 열어준 셈이다. 복지부는 사직전공의가 요구한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 입대한 사직자의 제대 후 TO 보장을 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에 대해서는 기존 발표한 의료개혁 과제 중 구체화가 필요한 과제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의 경우는 오는 6월 1일부터 수련이 개시되면 인정된다. 군입대 전공의를 포함한 복귀 전공의 TO 보장도 수용됐다. 원 소속 병원·과목·연차의 TO가 기존 승급자 등으로 이미 채워진 경우도 사직자가 복귀하면 정원을 추가 인정한다. 다만, 이미 군입대한 전공의가 제대한 후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문제는 향후 의료 인력, 병력 자원 수급 상황, 기존 복귀자와 형평성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전공의 약 3000명이 복귀해도 전공의 출근자 비율은 2023년 전공의 임용대상자와 대비하면 절반에 못 미친다. 2023년 전공의 임용대상자는 1만3531명이다. 올해 3월 사직전공의 전체 인원은 1만1713명으로 재작년 대비 86.6%에 해당하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고 있다. 만일 3000명이 복귀할 경우 2023년 대비 전공의 비율은 35.6%다. 복지부는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회 등 6개 단체가 전문의 수급 차질을 막고 의료공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직전공의의 수련 복귀를 위한 추가 모집을 열어줄 것을 건의했다"며 "고심 끝에 수련 현장 건의를 받아들여 5월 중 수련 재개를 원하는 전공의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수련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2025-05-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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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재점화 '위약금 면제' 논의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SK텔레콤(SKT) 해킹 사고로 유출된 정보가 당초 예상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밝혀지자, 유심 해킹 피해 고객 위약금 면제 논의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SKT 유심 해킹 사고 민·관 합동 조사단(민관합동조사단)'의 2차 조사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조사단은 SKT 서버에서 총 25종의 악성코드와 23대의 감염 서버를 추가로 확인했다. 조사단은 이번 사고로 약 2695만건 이상의 유심 정보(전화번호, 국제 이동 가입자 식별번호인 IMSI 등 약 9.82GB 규모) 유출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리눅스 서버 3만여대를 포함한 전체 서버로 점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조사단은 일부 서버에서 개인정보(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등)와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약 29만건이 포함된 파일을 발견해, 해당 정보의 유출 여부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 류정환 SKT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이 19일 데일리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정승원 기자] SKT를 이용하며 '2년 약정' 계약을 맺은 고객 김모(35)씨는 이날 통신사 변경 상담을 신청했다. 김씨는 "유심 정보 해킹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지만, 약정 기간이 약 1년 3개월 남았다는 이유로 10만원을 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며 "SKT가 고객 신뢰를 회복하려면, 고객의 위약금 지불 부담부터 덜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비슷한 처지의 박모(27)씨도 약정(2년 약정) 만료를 약 1년 앞두고, 위약금 8만원을 안내받은 상황이다. 박씨는 "일 때문에 바빠서 전화 상담을 받았는데, 자세한 위약금 도출 과정은 물어보지 못했다"며 "해킹 피해로 금융 범죄 피해는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위약금 부담에 통신사 변경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SKT는 전날 이 같은 고객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하기 위해 SKT 고객신뢰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객신뢰위원회는 최근 해킹 사고로 손상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출범한 외부 전문가 중심의 독립 기구다.  홍승태 SKT고객가치혁신실장은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고객의 생각을 정리해 회사에 전달하는 등 고객 시각을 반영하는 역할을 위원회가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T 측은 위원회가 직접 위약금 면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위약금 면제의 쟁점은 'SKT 귀책사유'…정부·법조계도 주목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LTE·5G 이동전화 서비스 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SKT 이용약관 제 43조(위약금 면제)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 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가 위약금 면제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사진=SKT 약관 캡처] 2025.05.19 yek105@newspim.com 위약금 면제 여부를 결정할 핵심 기준은 'SKT의 귀책사유 여부'가 될 전망이다. LTE·5G 이동전화 서비스 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SKT 이용약관 제 43조(위약금 면제)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가 위약금 면제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조항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약관에서 말하는 귀책 사유란 계약상 급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를 의미한다"며 "SKT는 통화나 데이터 등 통신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한 만큼, 이번 사건이 위약금 면제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현재 회사의 귀책사유를 가리는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단은 현재 유심 해킹 사고의 원인 및 경위, 피해 규모, 사내 보안 관리 실태, 사고 대응 과정의 적정성 등을 조사 중이다.  정부는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위약금 면제 등 책임의 경중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브리핑에서 "4개 법무법인에 의뢰한 검토 결과를 받아봤지만 아직은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며 "결국은 조사단의 결과를 보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은 SKT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 ▲정보보호 기술 수준 ▲보안조치의 적정성 등을 기준으로 귀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준과 조사단 결과를 고려해, 행정 행위 수준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 "6개월 내 분쟁조정 결과 나올 것"…소비자 집단행동은 '속도'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SKT 유심 정보 유출 사태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신청서 [사진=이철우 변호사] 2025.05.19 yek105@newspim.com 정부 조사가 길어지는 사이, 일부 고객은 집단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SKT 이용 고객 59명은 지난 9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통신사 이동 시 위약금 면제 및 1인당 30만원 배상을 골자로 하는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대표 신청자인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현재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돼 사건 번호가 부여됐으며, 전체 절차는 6개월 이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소비자에게 위약금 면제를 비롯한 어떤 보상안이 마련된다는 전제하에 신청 금액의 일부가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5조 제2항("약관의 조항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조항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한다")에 따라 소비자분쟁조정위가 SKT에 불리하게 약관을 해석해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SKT의 약관에는 '회사의 귀책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만 명시돼 있을 뿐, 귀책사유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 변호사는 "핵심은 '회사 귀책사유'에 대한 해석이다"라며 "SKT 측은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가 있어야 회사의 귀책사유가 성립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약관법 제5조 제2항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귀책사유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을 때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회입법조사처 "SKT 정보 유출 계기로 '위약금 면제' 제도화해야"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 [사진=국회입법조사처 캡처] 2025.05.19 yek105@newspim.com 국회입법조사처는 'SKT의 귀책사유'가 인정되기만 한다면 약관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동통신사 스스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묻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SKT가 가입 약관에서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고객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번 해킹사태가 SKT 귀책사유로 인한 서비스 문제라면 이 조항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 해킹 사고와 관련해 피해 소비자를 위한 위약금 면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유심 해킹 사태 이후) SKT가 뒤늦게 유심 무상 교환 조치를 발표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 조치가 미흡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피해자가 통신사 이동을 원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소영 변호사는 이날 "구체적으로는 정보통신망법의 '침해 사고 대응' 부분, 혹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보호'나 '사업자 의무' 조항에 위약금 면제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며 "또, 보고서에는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소비자 보호 지침도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차 조사 결과 브리핑을 마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SKT 유심 해킹 사태 대응에 있어 철저한 조사, 투명한 절차, 그리고 국민 우선의 정보 공개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임하고 있다"며 "절대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오는 6월 말까지 IMEI 등 민감정보 유출 여부, 전체 서버 추가 점검, 해킹 경위와 사내 보안 실태, 회사 귀책사유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yek105@newspim.com 2025-05-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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