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코로나로 배터리 공급 차질에 '역내 생산' 전환
한국, 관련 국가·기업들과 FTA·파트너쉽 구축해 유리
[서울=뉴스핌] 김정수 기자 = 미국과 유럽이 역내 2차전지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는 가운데 글로벌 2위 수준의 생산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배터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차전지 공급망 변화에 따른 기회와 도전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8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 유럽 등 주요 전기차 생산국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완성 전기차 개발에 효율적으로 집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전기차용 배터리는 해외에서 조달했다.
[사진 = 한국무역협회 로고] |
이 과정에서 세계 배터리 산업 공급망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생산에서 3국은 세계 생산량의 80%~90%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원자재 채굴 및 가공에서 소재 가공, 셀·모듈·팩까지 모든 가치사슬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지위가 공고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유럽 등이 배터리를 분업화를 통해 얻는 부가가치가 감소하자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터리 GVC의 문제가 전기차 전후방산업까지 영향을 미치자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은 배터리, 반도체 등 산업 핵심품목을 자국내(역내) 생산하도록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역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움직임은 우리에게 위기보다 오히려 기회"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34.7%로 중국(37.5%)에 이어 2위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공급망 재편에 나선 국가 및 완성차 기업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배터리 제조 파트너쉽을 맺으며 신뢰와 협력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경쟁자보다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정부와 기업이 풀어야할 과제로 안정적인 원료 공급선 구축을 제시했다. 배터리 생산 증가는 원료수요 증가로 이어져 가격상승이 불가피하고 양극재의 필수 원료인 리튬의 경우 2012년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또한 로봇·도심항공교통(UAM) 등 배터리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로 인한 국내 배터리 생산 및 수출 감소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규모가 큰 신흥국의 전기차 보급에 맞춘 배터리 시장 진출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성대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19세기까지는 황금(골드 러시), 20세기는 석유로 대표되는 에너지 자원(오일 러시)을 쫓는 시대였다면 기후변화와 포스트 팬데믹이 화두가 된 21세기는 유무형 자원을 놓고 데이터 러시와 배터리 러시가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모의 경제로 압도해야 하는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가 간 우호관계 형성과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파트너쉽을 다지는 노력도 중요한 과제"라며 민관 공동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freshwat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