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신용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전분기보다 41조, 전년대비 169조 증가
가계대출, 전년대비 10% 늘어난 1705조
백신접종 확대로 판매신용도 9.4조 불어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했다. 그간 정부의 대출 규제와 시장금리 상승에도 지난 1년간 170조원 가량이 폭증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2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2003년 이전 가계신용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에 사실상 최대 기록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가계신용은 매분기 역대 최대 기록을 깨고 있다.
가계신용은 은행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분기 중 41조2000억원 증가해, 전분기(36조7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2분기 기준 최대 증가다. 전년동기대비로 봐도 168조6000억원(10.3%) 늘어나, 통계 편제 이후 최대 폭 증가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상반기에 가계신용이 크게 늘어나진 않는 경향이 있는데 다소 이례적이긴 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눈덩이처럼 불며 가계 빚을 밀어 올렸다. 가계신용 대부분(95%)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은 올 2분기 말 170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조2000억원(10.3%) 증가했다.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상품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17조3000억원 늘며 전분기 보다 소폭 줄었다. 실제로 2분기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량이 전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타대출은 21조3000억원 증가해 전분기(14조3000억원)보다 크게 늘며 2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84조원(12.5%) 늘어나며 통계편제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사진=한국은행) |
업권별로는 예금은행 증가폭이 전분기에 비해 축소됐으나,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및 기타금융기관 증가폭이 확대됐다.
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송 팀장은 "정책모기지의 주택금융공사의 양도분이 늘어나면서 예금은행 비중이 줄어든 특수한 요인이 있었다. 따라서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났다"며 "기타대출이 2분기 늘어난 데에는 4월말 일부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 따른 자금 수요로 인해 신용대출이 예금은행과 비은행에서 모두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매매 및 자금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정책 모기지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측면에서는 질이 나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예금은행의 대출은 12조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전분기 18조7000억원 늘어난 것에 비하면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축소된 반면, 기타대출이 주택거래 및 주식투자(공모주 청약 등) 관련 자금수요 등으로 늘어났다.
송 팀장은 "4월 말 일부 대기업의 공모주 청약으로 인해 기타대출이 크게 증가했고, 청약 이후에도 전부 상환되지 않았다"면서 "또 코로나19 관련 생활자금 수요가 지속된 영향이다"고 분석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주택담보대출이 전분기와 비슷한 규모로 증가한 가운데 기타대출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1분기 5조6000억원에서 2분기 9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기타금융기관도 같은 기간 10조5000억원에서 17조1000억원으로 대출이 크게 뛰었다. 정책모기지 취급 증가로 기타금융중개회사 등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확대됐으나, 기타대출 증가폭이 소폭 축소됐다.
백신접종이 확대되자 소비심리가 개선되며 신용카드 소비가 늘어난 것도 가계 빚 폭증을 부채질했다. 판매신용 잔액은 100조6000억원으로, 1년 새 9조4000억원(10.3%) 불어났다. 실제로 민간소비 증가률은 지난해 말 -1.3%에서 올해 1분기 1.2%, 2분기 3.5%로 개선됐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