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1976년 긴급조치9호·반공법위반으로 기소돼 유죄
긴급조치9호 위헌결정으로 검사가 재심 청구…40년 만에 재심
원심 "전부 무죄" → 대법 "긴급조치9호 부분만 판단해야"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재심개시 결정된 혐의 외에 재심 사유가 없는 부분까지 심리해 전부 무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와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았던 A(86) 씨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는 군사정부 시절인 1975년 교제 중이던 여성 B씨에게 '가장 친한 친구 중에 한승헌 변호사가 있는데, 공산주의자가 아님에도 반공법위반으로 구속시켜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한다'고 말해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혐의로 이듬해 경찰에 체포됐다.
또 B씨에게 '공산주의 이론은 좋은 것이고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이론 80%가 맞아들어가고 있다', '북한은 여기서 선전하는 것과 다르다', '미스터박(박정희 전 대통령)은 불쌍하다. 곧 정권이 바뀔 것이다' 등 공산주의를 찬양한 반공법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A씨는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6월 및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 받고 1977년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2013년 헌법재판소가 긴급조치 9호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2018년 검사가 해당 부분에 대한 재심청구를 했고 40여년 만에 재심이 열렸다.
재심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 위반에 대해 직권파기하는 한편, 반공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B씨에게 이같은 말을 한 사실이 없고, 다만 '북한에서는 토지 80%가 국유지이다', '영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민주주의적 사회주의가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등 말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사실과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해당 발언이 어떻게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될 수 있는지 명백하지 않고, 당시 경찰의 공작종결보고서에 '용의자(피고인)가 목적의사 없이 B에게 여자 앞에서 남자로서 자만을 보이려고 목적의사 없이 불언한 언동을 해 훈방조치하고자 한다'고 기재되어있다"며 "반공법위반 부분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결에는 재심의 심판 범위에 대한 법리 오해가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재심청구인이 긴급조치 위반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재심사유를 명시적으로 주장하면서 재심청구를 해서 인정된 것이고, 대상 판결 전부가 불가분의 판결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전부에 대해 재심개시 결정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재심법원은 재심사유로 주장하지도 않은 반공법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심리해서 유죄 인정을 파기할 수 없고 양형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 한해서만 심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 중 반공법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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