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편집성 정신분열증 앓다 함께 살던 아버지 살해
法, 심신미약 인정…치료감호·10년간 전자장치부착명령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가족들이 자신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바람에 인생이 꼬였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결국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40대 아들이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 및 치료감호를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ㅅ |
A씨는 지난해 4월 6월 아버지 B씨와 함께 살던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 자택에서 자전거포크(자전거 앞바퀴와 손잡이를 연결하는 부품)를 B씨에게 수차례 내치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B씨가 자신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는 바람에 변변한 직업을 구하지도 못하고 고인이 된 어머니 C씨가 남긴 재산을 나눠주지 않아 독립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당일 주변 PC방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20대 후반이던 2009년 경부터 편집성 정신분열증을 앓으면서 정신건강의학과 통원·입원치료를 받거나 정신병원에 9차례 강제 입원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또 B씨와 단둘이 살면서 수차례 B씨에게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위협했고 이로 인해 B씨는 자신의 방 출입문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고 형법상 감경사유를 인정,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편집성 정신분열증의 일반적인 특성과 피고인이 보인 증상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편집성 정신분열증에 대한 약물 투여 중단 등의 영향으로 피해망상, 과대망상, 공격적 증상이 발현되고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상적인 자아가 완전히 파괴된 경우가 아니라면 감히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패륜적인 범죄를 저질렀고 남아있는 가족들을 상대로 언제라도 재범할 위험성이 있다"며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므로 형 집행 종료 또는 치료감호 종료 후 적어도 10년 동안은 보호관찰이라는 국가의 후견적 감독이 필요하다"며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1심 양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했고 검찰은 양형이 너무 가볍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10년이 짧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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