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 R&D 연평균 7.2% 증가
사람중심·연구 다양성 일궜으나 성과 창출은 숙제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문재인 정부들어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예산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24조원에 육박하면서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와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개발에 대한 성과 창출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R&D 집행액은 23조88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늘었다. 지난 15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집행 규모도 역대 최대 규모다.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 R&D 연평균 7.2% 증가
2017~2020년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 R&D 총 집행액은 연평균 7.2% 증가했다. 이는 지난 정부의(2013~2017년) 연구개발(R&D) 집행액 연평균 증가율 4.0%와 비교해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21.05.04 leehs@newspim.com |
지난해 R&D 집행 현황을 들여다보면, 현 정부에서 중점 추진해 오고 있는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활성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확대 ▲수도권과 지방의 R&D 격차 해소 등의 주요 국정과제와 관련 정책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사업의 경우, 지난해 집행액이 2조원에 달한다. 전년도 1조7000억원이 집행된 것과 비교할 때 18.3% 증가한 규모다. 내년에는 무려 2조5200억원까지 늘린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2017년 중소기업 R&D 3조원 시대를 열었으며 지난해에도 중소기업 R&D 4조원 시대를 눈앞에 둔 3조 9753억원을 투자하는 등 중소기업 R&D 혁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됐다.
지역간 R&D의 균형적 발전 차원에서 지난해 지역별 집행규모를 보더라도 지방(대전 제외)은 8조9000억원으로 39.6%에 달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7조2000억원(31.7%) 수준이었다.
지난해 연구자의 연구 몰입 환경 조성과 함께 잠재력을 갖춘 신진연구자의 발굴과 성장을 적극 지원한 결과, 과제 당 평균 연구비는 전년대비 10.8% 증가한 3억2000억원으로 늘었다. 연구책임자 1인당 평균 연구비는 3억97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4% 증가했다.
신진연구자(40세 이하)의 1인당 연구비는 1억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3%(3200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수혜를 받는 신진연구자 규모도 지난해 1만655명으로 2016년 7437명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연구책임자 수는 4만6937명으로 전년대비 5.3% 증가했고, 연구책임자 중 여성 비중은 2016년도 14.6%(5147명)에서 지난해 17.4%(8154명)로 증가했다.
◆ 사람중심·연구 다양성 일궜으나 성과 창출은 숙제
문재인 정부의 국가 R&D 예산 투입은 철저히 사람중심 과제 연구로 집중됐다. 신진연구자를 키우고 개인중심의 기초연구 분야도 확대했다.
과기부 한 고위 관계자는 "기초 연구의 경우,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리스크가 존재하다보니 연구자들의 창의력과 자율성을 고려한 측면"이라며 "연구단 중심의 대규모 연구보다는 소규모 연구를 할 때 나올 수 있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라고 말했다.
2020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결과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06.21 biggerthanseoul@newspim.com |
그러나 연구현장에서는 여전히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응용분야 R&D의 경우에는 치열한 연구과제 수탁 경쟁 속에서 일부 출연연 연구자들은 소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대형 연구과제가 많지 않아 연구원들이 소규모 연구 과제에 집중하다보니, 일부 출연연 원장은 "2억원 미만 R&D 과제는 받아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말도 들린다.
문재인 정부가 소외된 연구계층에 대한 기회의 폭을 넓히는 데 공을 들였으나 실제 연구 성과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들린다.
기초연구는 단시간의 성과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지만 국가 위기나 대응에 대한 대규모 연구 역시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무시할 수없는 상황이다. 개인 중심의 소규모 연구 과제가 다양성을 얻을 수 있지만, 연구 결과를 활용하는 데는 또다른 예산 투입과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과제중심제도(PBS·Project Based System) 자체의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여전하다.
앞서 임혜숙 과기부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PBS는 개선돼야 할 여지가 많다"며 "과제들이 파편화돼 있고 기간과 금액도 충분치 않을 뿐더러 연구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를 수행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공감한 바 있다.
이석래 과기부 성과평가정책국장은 "그동안의 국가 R&D 투자와 관련 성과 평가는 연말께 분석해 내놓을 것"이라며 "대학은 논문, 중소기업분야는 실용화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하는 만큼 성과 기준을 다양하게 펼쳐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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