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가 80년 광주, 권력에 희생당한 이들 앞에 가장 겸허한 태도로 선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안성기 주연의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언론배급시사회가 28일 열렸다. 영화는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한 톤을 유지하지만, 다소 충격적인 현실적 디테일과 반전을 내포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안성기가 연기한 오채근 역의 의미와 가치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한 장면 [사진=(주)엣나인필름] 2021.04.28 jyyang@newspim.com |
◆ 주인공의 아리송한 사연…안성기·윤유선이 나선 이유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살아가던 오채근(안성기)은 소중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광주 출신의 진희(윤유선)를 만나며 결심을 굳힌 그는 당시 계엄군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인 박기준(박근형)에게 접근한다.
안성기가 연기한 오채근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극 초반에는 그의 동기가 쉽사리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점차 구체화되는 그의 행적과 또렷해지는 기억 속에 꽤 충격적인 반전을 펼쳐낸다. 안성기는 선량함과 강인함, 무자비함, 나약함 등 다양한 인간적인 감정들을 오가며 관객들을 급속도로 몰입시킨다. 그의 눈동자에 가득 담긴 깊은 회한과 마지막 선택을 보며 왜 안성기여야 했는지 절로 깨닫게 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한 장면 [사진=(주)엣나인필름] 2021.04.28 jyyang@newspim.com |
윤유선은 광주 출신 진희 역으로, 저마다 하나씩 상처를 안고 있는 광주 사람들의 사이에서 채근을 자극한다. 별 의도없는 그의 행동이 주변인들과 연결되고, 이들 모두는 채근의 마음 속 부채의식을 건드린다. 박근형은 여전히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내며 반성없이 살아가는 죄인들의 뻔뻔함을 부각시킨다. 세 배우가 모였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그 가치를 인정받은 듯 하다.
◆ 현실과 픽션을 이어주는 인물의 힘…여전히, 꼭 필요한 이야기
영화 속에는 일부러 모아 놓은 듯 80년 광주를 겪어낸, 사연있는 이들 천지다. 동시에 극단적인 반대급부의 인물들이 배치돼 있다. "광주에서 저를 업고 가다 어머니가 총에 맞아 죽었다"라든가 "누구 덕에 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됐는데" 같은 정제되지 않은 대사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의 한 장면 [사진=(주)엣나인필름] 2021.04.28 jyyang@newspim.com |
여기에 픽션이 가미되면서 오채근이라는 인물의 역할이 영화의 더없이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중간의 반전과 더불어 영화를 관람하면서 몇 차례 감독이 배치한 상황, 설정을 마주하며 적잖이 놀라게 된다. 특히 아들, 진희, 박기준 등과 그의 관계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전개와 결말을 꽤 자연스레 꿰어 잇는다.
영화 속에 엄마를, 아내를, 아들을, 또는 형님을 잃은 이들의 설정들은 사연 없는 광주 사람은 없다는 걸 재차 말해주는 듯 하다. 지난 3월 한 5·18 계엄군이 광주를 찾아 사과한 사건이 절로 오버랩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수의 반성이 없는 시대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다. 오는 5월 12일 개봉.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