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극장과 영화 업계가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 동시 개봉이라는 도박에 나선 워너브라더스가 큰 성공을 거뒀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크리스마스에 극장과 HBO 맥스에서 동시 개봉된 '원더 우먼 1984'가 주말 동안 8500만달러(약 931억원)의 글로벌 극장 매출을 거뒀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1670만달러(약 18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예년 크리스마스 박스오피스 성적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에서 팬데믹 기간 동안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원더우먼 1984'의 주연을 맡은 배우 갤 가돗 [사진=로이터 뉴스핌] |
팬데믹 위기에 직면해 극장 산업이 고사 위기에 몰리자, 워너브라더스는 내년 개봉작을 모두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개봉한다는 극도로 과감한 방식을 택했다.
영화 업계에서는 워너브라더스의 이러한 행보에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제작사와 함께 작업하던 영화 업계 관계자들이 하루 아침에 스트리밍 플랫폼 종사자가 돼 버렸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올해 글로벌 극장 수익이 320억달러 증발하자,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작한 작품들을 텅 빈 영화관에서 개봉하느냐, 손실을 감수하고 온라인으로 개봉하느냐, 내년 팬데믹 이후 정상화 때까지 개봉을 연기하느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디즈니의 경우 '뮬란' 등 일부 작품은 추가 비용을 들여 온라인으로 개봉하고 '블랙 위도우' 등은 극장에서 개봉하는 등 복합적인 방식을 택했고, 소니는 모든 작품의 개봉을 내년 혹은 2022년으로 미루는 방법을 택했다. 유니버설은 '트롤 월드투어' 등 작품을 온라인에서 유료로 개봉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워너브라더스가 온-오프 동시 개봉이라는 가장 파격적인 방법을 택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더우먼 1984'의 극장 수익은 당연히 저조했지만, 이 작품의 개봉으로 HBO 맥스 유료 구독자는 크게 증가했다. 크리스마스 날 HBO 맥스 가입자의 절반 가량이 '원더우면 1984'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너브라더스와 HBO의 모회사인 워너미디어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적 제작사로 꼽히지만, HBO 맥스는 다른 서비스에 비해 높은 구독료 등으로 인해 부진하던 차에 이번 작품 개봉으로 탄력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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