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목표요? 단기적으로는 현재 20대에 보여드릴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로, 색다른 연기를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요."
1998년 SBS 드라마 '순풍산부인과'로 데뷔해 어느덧 23년차 배우가 됐다. 이태리가 최근 종영한 tvN '구미호뎐'을 통해 제대로 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극중 이무기를 통해 데뷔 후 첫 악역에 도전해 성공적으로 드라마를 마무리 지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태리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2020.12.15 alice09@newspim.com |
"'구미호뎐'은 저에게 선물 같은 드라마였어요. 굉장히 설레고, 특별했고, 많이 기대됐죠. 그래서인지 아직도 '이무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웃음). 촬영하는 동안 너무 즐거웠고, 배우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많은 사랑 보내주신 덕분에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네요."
이태리가 이번 작품에서 맡은 이무기는 옛날 역병 환자들이 버려진 사굴에서 태어난 악신으로, 본능적으로 살아있는 것들을 증오하는 인물이다. 산신인 이연(이동욱)을 노리고 아음(조보아)의 몸에 들어갔다 죽음을 맞이하나, 어화도에서 부활에 현대에 나타난 캐릭터이기도 하다.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고, 새로운 변신을 통해 반전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악역을 하면서 제 색다른 모습과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렸고요. 악역으로서 많은 원성을 사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웃음),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악한 모습을 표현해 긴장되는 대립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죠."
이무기는 드라마 초반부터 등장하지 않았다. 부활 후 현대에 다시 돌아온 인물이었던 만큼, 드라마 중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어느 정도 전개가 된 상태에서 등장한 만큼, 이태리에겐 큰 부담이 있었다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태리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2020.12.15 alice09@newspim.com |
"사실 굉장한 부담이었어요. 등장하기 전부터 이무기에 대한 이야기들로 한껏 긴장감이 형성된 상태였고, 최종 빌런으로서 엄청난 긴장감과 대립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죠. 초반 이무기 설정은 순하고 약해보이기만 했는데, 이 인물은 굉장히 악한 마음이 속내에 담겨 있고, 이걸 감추고 있어서 더 소름끼치고 묘한 섬뜩함이 보이길 원했어요. 그전까지 미묘한 감정과 표정, 눈빛 등으로 조금씩 감정을 끌고 가야했고요.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모두 많이 도와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웃음),"
이무기는 '구미호뎐'에서 최종 빌런으로 등장하며 이동욱, 조보아, 이랑과 대립하는 인물로 나오지만, 이태리가 이런 악역을 연기하며 가져가려 했던 서사는 분명 존재했다.
"이무기는 태어날 때부터 악으로 태어난 게 아니고 무시당하고 버려지고, 사랑받지 못하면서 악으로 변해버린 인물이에요. 그래서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고, 아무도 관심조차 없던 인물이죠. 행복도, 사랑도, 긍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부분이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법을 몰라 세상사람 모두를 통제하고 복종하게 하려고 하죠. 주변 사람들을 죽이고, 통제하는 방법은 잘못됐지만, 이무기의 과거를 듣는다면 그가 왜 이렇게 변할 수 없었을까,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태리 [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2020.12.15 alice09@newspim.com |
1998년 SBS '순풍산부인과'에서 아역 배우로 데뷔해 그간 숱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인물을 맡았다. 그런 이태리가 23년 만에 첫 악역에 도전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두의 호평을 받았지만 그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이무기는 불안정한 마음과, 넘치는 악의 기운이 있지만 그걸 숨겨야만 하는 인물이에요. 그렇기에 초반에는 힘도 약해보이고, 순한 맛의 '이무기'로 등장하죠. 그 악함을 숨기고 착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다 보니 어색해 보이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설정과 감정을 디테일하게 설득시키지 못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그럼에도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아서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웃음)."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며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이태리도, 여전히 하고 싶은 배역은 존재했다. 바로 지금의 나이 대에 어울리는 '청춘 로맨스'였다.
"안 해봤던 모든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게 잘 어울리는 시기가 있는 것 같고요. 현재로서는 조금 더 나이 들기 전에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하고 싶은 생각이 커요. 하하.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큰 만큼, 다양한 캐릭터로 쉬지 않고 열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목표가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죽을 때까지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뵐게요(웃음)."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