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고시에 '소득의 과반 사업장' 명시
여러 업체서 콜받는 특고에겐 적용 힘들어
사업주·근로자도 산재가입 꺼리는 분위기
이재갑 "전속성 폐지 맞다…다각적 검토"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올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산재보험 적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근무환경이 열악한 특고 종사자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은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라는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전속성' 기준에 막혀 특고 종사자들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고민은 더 깊다. 전속성은 '업무상 주로 하나의 사업체에 속한 정도'를 말한다. 산재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소득의 절반 이상이 하나의 사업장에서 발생해야 한다.
◆ 고용부, 특고 산재보험 적용 대책 마련 분주…뾰족한 수 없어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보험 담당 실무부서들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특고 산재보험 적용 숙제를 풀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실제 산재보험 징수와 집행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0.10.08 kilroy023@newspim.com |
다만 이들 모두 아직까지 뾰족한 수는 없다. 산재보험료를 징수하려면 하나의 소속된 사업장을 특정해야 한다는 전속성이 최대 걸림돌이다. 택배종사자들의 경우 택배물량 건별로 산재보험료를 징수하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택배 물량이 매달 수억건에 이르는 상황에서 실무부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전속성 기준은 쉽지 않는 문제다. 다각적으로 연구 해서 고쳐나가야 한다"면서 "전속성을 폐지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데 이 경우 소득파악을 어떻게 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느냐가 최대 과제"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자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고용부 국감에서 "대리운전기사, 배달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전속성 문제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전속성 요건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미봉책이라도 대리운전 회사들의 연합체 또는 배달대행 회사들의 연합체 등을 만들어 특고의 전속성을 그 연합체에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산재보험 징수 대상이 하나의 사업체가 아닌 해당 연합체가 된다.
이에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내부적으로 전속성 요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폐지하는 방향은 맞다"고 답했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직군별 특징이 있다"며 "특징별로 그에 맞는 보험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특고 전속성 기준 적용 까다로워…사업주·근로자도 산재가입 꺼려
정부가 전속성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폐지 외에 어떠한 대책을 내놔도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여러 업체에서 물량을 받아 일하는 택배기사, 배달기사 등 일부 특고 종사자들은 과반 이상 소득을 올리는 업체가 매달 바뀔 수 있어 전속성 기준을 적용하기 까다로운 것이 현실이다. 이 경우 산재가입 사업장이 매달 바뀌는 해프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업무시간의 절반을 소속 업체에서 보내야 한다는 기준도 실제 업무 현장에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명시돼 있는 퀵서비스기사 및 대리운전기사 전속성 기준 [자료=고용노동부] 2020.11.05 jsh@newspim.com |
일례로 고용노동부 고시(제2017-21호)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퀵서비스기사 전속성 기준에 대해 '소속 업체에서 전체 소득의 과반 소득을 얻거나 전체업무시간의 과반을 종사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관련된 소득 및 시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근로복지공단이 매년 해당 업종의 실태를 조사하여 별도로 정한다'고도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사업주와 특고 근로자들 대부분은 산재보험 가입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사업주 입장에선 산재보험 가입 후 근로자가 다치거나 하면 처리 절차가 복잡해지고, 고용부의 집중 근로감독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 또 근로자들은 매달 나가는 산재보험료 부담(사업주와 반반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산재보험 가입을 꺼리는 사업주와의 갈등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CJ대한통운 소속 한 택배기사는 "국감 이후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있지만 동료들 대부분이 반신반의하고 있다"면서 "사업주와 원만히 유지됐던 계약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산재보험 납부대신 소득 공개요구가 거세지는거 아니냐는 불신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귀띔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