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끌어내린 국회,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 이미지 벗다
신속처리안건 지정 전례 만들었으나 동물국회 오명도 함께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이 30%를 밑돈다. 20대 국회 하반기인 2018년 말부터는 '정치'가 실종됐다.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연동형비례대표제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따른 야당의 보이콧 탓으로 돌린다. 야당은 여당이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과정에서도 의미 있는 정치가 있긴 했다. 20대 국회 초반 이뤄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거법 등 신속처리안건과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법 처리 등이다.
"매번 국회 임기가 종료될 때마다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7대보다 18대가 못했고, 18대보다 19대가 최악이고, 19대보다 20대가 처참했다는 식이다. 그럼에도 20대 국회는 입법부의 존재감을 보인 시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한 최고위원은 사석에서 20대 국회를 평가해 달라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을 가결 하고 있다. 2019.12.27 leehs@newspim.com |
◆ 대통령 탄핵 성공..."국회가 민심 받은 것"
2016년 11월 17일, 국회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대한 특별검사를 도입하고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했다. 같은 해 12월 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헌법 65조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으로 나뉜다. 국회가 탄핵을 의결, 헌법재판소에 소추안을 전달하면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대통령 탄핵 요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전체 재적의원 과반 동의가 있어야 발의할 수 있고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따라서 300석으로 이뤄진 20대 국회에서는 150명 이상 발의, 200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만 대통령 탄핵이 가능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128석, 더불어민주당은 122석이었다. 또 국민의당은 38석, 정의당은 6석, 무소속은 7석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한다면 탄핵을 불가능했다.
하지만 여당에서도 60표 전후로 이탈표가 발생하며 가 234표, 부 56표로 탄핵안은 가결됐다. 탄핵 절차로 대통령을 끌어내린 것은 헌정사 최초였다. 당시 민주당 탄핵추진실무준비단 업무를 맡았던 송기헌 의원은 "헌법 교과서에서나 보던 탄핵소추를 실제로 이뤄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당시 원내대변인이던 이재정 의원도 "국회가 민심을 받든 것"이라며 "정치의 중심이 거물급 정치지도자에서 일반 국민으로 넘어간 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4월 26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전날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안의 접수를 위해 의안과 문을 파손할때 사용한 쇠지렛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9.04.26 yooksa@newspim.com |
◆ '패스트트랙' 가동...여전한 몸싸움에 여야 의원 기소
20대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신속처리안건을 처음 지정하고 또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지난 18대 국회 말 몸싸움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막고 대화와 협치를 가능케 하자는 여야 합의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까다롭게 한 대신 상임위 정원 60%, 전체 국회 재적의원 60%가 발의하면 330일간 숙려기간을 가진 뒤 본회의에 우선 부의하도록 했다.
일명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된 1호 법안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이 법은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의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을 규정한다. 이후 유치원 3법, 공수처법, 선거법 개정안 등이 순차적으로 패스트트랙에 지정됐고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문제는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입법 과정에서 발생했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고자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본청 7층 의안과와 회의를 할 수 있는 본청 내 상임위 회의실을 모두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여야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위반·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지난해 10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8.29 kilroy023@newspim.com |
◆ 발의-입법까지 단 '석 달'...어린이 교통안전법 신속처리
역대 최악 20대 국회라지만 법안 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단 석 달이 걸린 법안도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 운전자 중과실로 사고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일명 '민식이법'이다.
지난해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9살 김민식 군이 4살 난 동생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졌다. 이에 강훈식 아산시을 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고, 심의 두 달여 만에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다만 본회의 상정 과정에서 한국당이 선거법·공수처법 상정을 막겠다며 모든 법안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여야 정쟁에 어린이 안전법안이 유탄을 맞은 셈이다. 이후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신속처리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생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신청을 철회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어 사망한 김민식 군의 엄마 박초희 씨와 아빠 김태양 씨가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 통과를 지켜보고 있다. 2019.12.10 leehs@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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