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 기록 경신 후 분위기 급반전
한은 매파적이나 코로나19 팬데믹 공포 계속
[서울=뉴스핌] 문형민 기자 =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0%대 진입을 시도하던 국고채 금리가 멈춰섰다. 코로나19의 팬데믹(전세계적 유행) 공포로 인해 미국을 위시한 주요 국가가 금리 인하 등 정책 공조를 하는 마당이라 의외다. 이로 인해 국내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1월20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당일 1.455%에서부터 1.029%(3월4일)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다.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급속히 확산되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1.25%)를 깨고 내려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하게 형성된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 임시회의를 통해 50bp(1bp=0.01%포인트)를 인하하자 한은도 임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는 기대로 사상 최저 금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1.25%에서 1.00%를 넘어 0.75%까지 기준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 셈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2020.03.06 hyung13@newspim.com |
◆ '수퍼 개미'로부터 시작된 분위기 반전
하지만 지난 6일 오후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국채선물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대량 매도(마감 기준 1만8036계약 순매도)에 나서자 현물 금리도 상승 반전했다. 3년만기 국고채 최종호가 수익률은 전날보다 2.7bp 오른 연 1.078%.
시장 참여자들은 '수퍼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매도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던 심리를 건드렸다고 해석했다.
시장 심리의 불안은 우선 한은의 흔들림 없는 매파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미 연준은 50bp '빅 컷'에 이어 이달과 내달 추가 인하를 암시했다. 이로 인해 미국 10년 만기 국채는 0.8%대에 진입했다.
그렇지만 한은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통위와 4일 긴급 간부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 금리로 대응하기 보다 미시적 지원을 강조했다.
한 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이미 시장은 25bp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추가 25bp 인하를 생각하나 한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당장 금리가 튀어오르지는 않겠지만 추가 매수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고채 3~5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1.25%)를 밑돌고 있다. 한은의 인하 시그널이 없는 상황에서 금통위 정례회의가 예정된 다음달 9일까지 1개월 가량 투자자들은 역마진을 감수해야한다. 생일날 거하게 먹기 위해 몇 날을 굶어야할 지 고민해야하는 것.
게다가 금리가 더 떨어지면 상징성이 강한 숫자인 1.0% 벽을 깨고 내려가야한다. 0%대 진입을 가정하고 공격적으로 채권을 매수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 추경용 국채 물량 부담+코로나19 안정세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인해 국채 발행 물량이 10조3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포함한 올해 국고채 발행규모는 140조5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 물량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3월 중 국고채 발행 및 계획을 감안할 때 4월 이후 월평균 11조5000억원 가량이 발행될 것이고, 이는 매월 1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이라며 "특히 상반기에 58% 가량 발행됐던 경험과 추경 직후 집중적으로 집행해야한다는 것을 적용하면 2분기 중 월평균 발행규모는 14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도 금리 반등 이유다. 국내 일별 확진자 수는 지난달 29일 909명 정점으로 이후 600명대, 500명대로 줄고 있다. 이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한국에서 새로 보고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보고된 사례는 이미 알려진 집단에서 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고무적인 조짐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리가 크게 오르지 않을 거란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 유럽 등에선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의 온탕, 냉탕을 오가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hyung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