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모두 톱다운 방식 선호…최근 회의론 제기
러시아 '6자회담' 제안에 韓 "톱다운 방식 필수적"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었던 지난해 1차 남북정상회담을 기억하시나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 정상이 첫 발걸음을 뗐던 순간이었습니다. 남북 정상은 회담의 결과물인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그간의 전쟁위험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한반도 평화의 봄’을 위한 여정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뉴스핌>은 4.27 판문점선언 채택 1주년을 맞아 1년 동안의 성과와 또 아직 남아있는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현재의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이같은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남·북·미 모두 실무진간 협상보다 톱다운 방식에서 비핵화 협상의 희망을 찾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북미 대화가 재개되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지며 톱다운 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 남북 모두 정상간 담판 선호
지난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시작된 이번 비핵화 협상과 앞서 실패한 협상과의 가장 유의미한 차이는 '톱다운' 형식에 있다.
정부는 톱다운 협상 방식이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이는 과거 실무진 선에서 진행됐던 비핵화 협상이 모두 실패했던 경험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상끼리 만나 통 큰 합의를 하고 이후 세부 실행계획을 세우는 방식으로 협상 동력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실무진 간 협상 보다는 정상끼리의 담판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대미외교라인은 매체를 통해 연일 미국의 대북라인 참모들을 깎아내리고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1부상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가리켜 '멍청하다'고 비난했고,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노골적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 교착의 원인을 미국 실무진으로부터 찾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실무진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정상끼리만 협상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러시아 '6자회담' 제안…南 사실상 거절
그러나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톱다운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년간 남북 정상은 판문점과 평양에서 총 3번 만났고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2번 만났으나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 의회 의원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톱다운 방식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미 상원 외교위원은 "정상급 대화는 사전 준비와 이해가 선결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토대가 마련됐을 때만 목적 의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측 북핵 실무협상 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톱다운 방식이 유효하지만 그걸 뒷받침할 의미있는 실무급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 4일 국제학술회의에서 "하노이 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된 원인은 협상 실무진들이 비핵화의 핵심 이슈와 관련해 충분히 논의하고 조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북러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러시아,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남·북·미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제안을 한 것이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현재 톱다운 방식이 필수적"이라며 사실상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