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주말에 보는 이슈+] '대나무숲' 靑 국민청원, 직접민주주의 기능 살리려면

기사입력 : 2018년12월09일 06:37

최종수정 : 2018년12월09일 06:37

국회 입법조사처 "유명무실해진 청원권 되살려…전자청원 일종"
국민 60% 지속 원해…'개편 후 유지' 의견이 '그대로'보다 많아
전문가 "축소보다는 확대로 가야…분야 나눠 체계적 대응 필요"

[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국가 단위의 '대나무숲'이 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누구나 억울하거나 분노할 만한 일이 있으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달려가는 시대가 됐다.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나랏님'의 답변도 얻을 수 있으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작은 조직의 '대나무숲'에서 나타나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개인의 주장이 검증되지 않은 채 노출되고 여론을 형성했다. 많은 청원이 분노와 혐오를 자양분으로 삼아 목소리를 키웠다. 결국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개편을 요구하는 청원도 적지 않다. 실명제를 도입하고 청와대 권한을 벗어난 청원에는 답변을 하지 않는 등 게시판의 역할과 기능을 축소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청원게시판의 순기능에 집중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유명무실해진 국민의 기본권인 '청원권'을 되살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SNS 시대를 맞아 점점 빨라지는 국민의 여론 응집 속도에 국가가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유명무실 '청원법'의 부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선보였다. 청와대 홈페이지 내에 참여게시판 형태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개설한 것.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개설 이후 현재까지 35만개가 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 청원 답변 요건인 한달 내 20만명을 충족, 청와대의 답변을 얻어낸 청원은 총 55개다. 개설된지 1년 4개월이 지났으니 한달에 약 3.4개꼴로 답변이 이뤄진 셈이다. 언론매체들도 청와대 청원을 적극 기사화하면서 게시판에서 형성된 여론을 확대 재생산했다.

역할이 커진 만큼 국민청원 게시판을 바라보는 시각도 둘로 나뉘었다. 직접민주주의에 기여하는 순기능에 집중하는 시선과 혐오·갈등을 조장한다며 역기능을 우려하는 시선으로 갈라진 것.

우선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우리 사회가 직접민주주의에 한발 더 나아갔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차량 내부에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슬리핑 차일드 체크)' 도입이 시급하다는 청원을 비롯해 음주운전 처벌 강화, 외상센터 지원 등 국민청원을 통해 여론이 형성된 제안들은 법 개정까지 나아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해 "국민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집단지성과 함께 나아가는 게 성공하는 길"이라면서 "국민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함께 만드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청원 게시판이 유명무실해진 청원권을 되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원권은 제헌헌법에서부터 인정됐던 헌법상 기본권이지만 '잊혀진 권리'로 불렸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40개 중앙행정기관 중 청원이 접수된 기관은 3곳에 불과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구글 트랜드 분석을 통해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겨나면서 청원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청원 게시판은 주요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자청원 제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 전경 /김학선 기자 yooksa@

◆ 분노 배출 창구로 전락?…靑 "개편안 준비"

청원 게시판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가 지나치게 뜨거워진 탓일까.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없애달라'는 청원이 다수 올라와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0%의 국민은 청원 게시판이 지속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 중 40%가 실명제 등 개편을 통해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회 갈등을 조장하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32%로 집계됐다.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은 여론이 모이는 창구를 넘어 개인의 억울한 사연을 쏟아내는 대나무숲 역할까지 맡고 있다. 이러한 청원들이 청와대의 권한을 넘어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답변 대기 중인 청원 중에는 '억울하게 떠나신 저의 아버지의 원한을 풀어주세요', '사랑하는 23살 딸이 두번의 살인행위로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경남 양산시 모산부인과 의료사고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등 억울함을 토로하는 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가해자의 엄벌을 요구하는 이들 청원은 사법부 관할이라 청와대에서 답변할 경우 3권(입법·사법·행정) 분립을 해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실제 청와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의 파면을 요구했던 청원에 대해 "법원에 전달하겠다"고 답변, 3권 분립 침해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전문가 "축소보다 입법·사법 끌어안는 확대로 가야"

전문가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회 갈등이 비춰진다고 해도 순기능이 더욱 많다고 강조했다. 청원 게시판을 개편해 직접민주주의 기능을 살리고 국민의 청원을 더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소수들은 본인이 가진 분노나 박탈감을 표현해서 오염 시킬 소지는 있으나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그러나 게시판을 없앨거나 축소하는 것보다는 확장시키거나 개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SNS 시대에 와서 정부의 대처가 너무 느리다. 국민의 SNS 학습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데 반해 정부의 대응이라든지 대처는 굉장히 늦고 미숙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청원 게시판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개편을 해서 참고로 남겨둘 필요성이나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그러면서 "분야를 좀 나눠 청원에 대응했으면 한다"며 "행정부의 각 부서로 이관을 하는 기능을 살려 각 부서에서 반응을 하면 실질적으로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청원은 국민들의 가감없는 의견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거기에 대해 제한을 가하면 원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면서 "최대한 목소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유지해야 한다. 실명제는 의견 표명이 제한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사법부 관할의 국민청원이 다수 올라오는 것에 대해 "청와대만의 국민청원이 아니라 행정·입법·사법을 통틀어 청원하되 여과 과정을 거치는 청원 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goe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