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브렛 캐배너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자가 피해 주장 당사자와 내주 의회 증언을 할 예정이다.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대법관 인준 과정이 점점 꼬이는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공화당 소속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은 위원회가 오는 24일 캐배너와 피해 주장 여성 크리스틴 브래슬리 포드(51)와 청문회를 열 것이라며 이는 최근 캐배너에게 제기된 혐의를 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랫 캐배너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따라 오는 20일로 잡혔던 법사위의 캐배너 인준 표결은 뒤로 미뤄지게 됐다. 공화당은 캐배너가 대법관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할 내달 1일 이전에 상원 전체 인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6일 캘리포니아주(州) 팔로알토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포드가 1982년 메릴랜드주(州)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15세 때, 캐배너가 자신을 침실에 가둔 뒤 몸을 더듬으며 옷을 벗기려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려진 이 익명의 주장이 WP의 보도를 통해 '실명 확인'된 것이다. 다니엘 파인스타인 상원 법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지난 7월 하순 포드 교수로부터 이 사건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익명을 전제로 보낸 이 편지가 지난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인준 절차를 연기하고 미 연방수사국(FBI)에 진상 조사를 촉구한 가운데 일부 공화당 의원도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캐배너 판사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면 명백히 실격"이라며 포드 교수로부터 설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캐배너는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캐배너는 "36년 전에 일어났다는 허위 주장을 반박하고 나의 진실성을 옹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법사위원회에 나가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FBI는 17일 밤 성명에서 "지난 12일, 그 혐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날짜가 7월로 표시된 서한을 받아 이를 백악관 변호인단(counsel)에 보냈다"며 다만 제기된 혐의에는 "연방 범죄 가능성이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일각에서 캐배너의 대법관 후보 낙마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에게 제기된 혐의는 "완전히 가짜"라며 캐배너를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동력 개발에 관한 한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캐배너는 "알고 있는 가장 훌륭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완전한 과정을 거치고 싶다"며 상원은 "절차를 거쳐 모든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배너 대법관 후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불과 수주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온 앤서니 캐네디 대법관의 뒤를 이을 후보로 캐배너를 임명했다. 그는 캐네디보다 보수 성향이 짙은 인물로 평가된다. 캐배너가 대법관으로 최종 인준되면 현재 보수 4명, 진보 4명의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으로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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