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인 브렛 캐배너가 수십년 전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라 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주 상원 법사위원회 인준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백악관은 캐배너의 지명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캘리포니아주(州) 팔로알토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크리스틴 블래시 포드(51)가 1982년 메릴랜드주(州)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술에 취한 캐배너가 자신을 침실에 가둔 뒤 몸을 더듬으며 옷을 벗기려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알려진 이 익명의 주장이 WP의 보도를 통해 '실명 확인'된 셈이다.
당시 포드 교수는 캐배너가 옷을 벗기려 하자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그가 입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또 캐배너가 무심코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포드 교수는 2012년 남편과 부부 요법으로 치료를 받을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WP가 입수한 2013년 치료 노트에 따르면 포드는 이를 '강간 미수'로 기술했다.
다니엘 파인스타인 상원 법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지난 7월 하순 포드 교수로부터 이 사건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주 익명을 전제로 보낸 이 편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파인스타인 간사는 성명을 통해 캐배너에 대한 혐의는 '극도로 심각'하다며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캐배너의 인준을 추진하기 전에 그것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캐배너의 인준을 뒤로 미루고 사건의 진상 조사를 더 우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법사위원장인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최소한, 이러한 심각하고 믿을만한 혐의들이 철저히 조사될 때까지 인준 투표를 연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캐배너의 위원회 인준 투표는 오는 20일로 잡혀있다.
공화당은 캐배너가 대법관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할 오는 10월 1일 이전에 상원 전체 인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준이 뒤로 미뤄질 경우 공화당의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수성'하려는 공화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부진한 상황이다.
한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보도한 블룸버그와 마찬가지로 WP도 이날 백악관이 캐배너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캐배너는 지난 14일 백악관을 통해 낸 성명에서 "이런 혐의를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부인한다"며 "고등학교 때 혹은 어떤 때에도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브랫 캐배너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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