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스타톡] '거미여인의 키스' 문태유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때, 인간은 어떻게 변할까요?"

기사입력 : 2018년01월19일 13:32

최종수정 : 2018년01월22일 16:17

[뉴스핌=글 황수정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처음에는 제가 '몰리나'일 줄 알았어요. 타인들이 저를 봤을 때 단단한 것보다 여려보이니까요. 그런데 컴퍼니 쪽에서 '발렌틴'으로 함께 하자는 거에요. 그때 머리가 띵했죠. 반전 매력이랄까. 이후에 다시 대본을 읽어니 더 재밌어지더라고요.(웃음)"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마누엘 푸익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낭만적 동성애자 '몰리나'와 반정부주의자 정치범 '발렌틴'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작은 감옥 안에서 만나 사상과 이념을 극복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배우 문태유는 '발렌틴' 역을 맡아 때로는 까칠하게, 때로는 처연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공연하는 두 시간 분량 외에는 모든 전사, 후사가 가려져 있잖아요. 지극히 열혈적으로 사회를 바꾸고 싶어했던 피 끓는 젊은이 발렌틴이 감옥에 갇혀 모든 행동에 제약을 받음으로써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 와중에 옆에 있었던 사람이 하필 몰리나였고, 그를 통해 또 변하게 되죠.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지만,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오는 변화, 여기에 제일 중점을 두고 접근했어요."

극 초반 발렌틴은 동성애자인 몰리나를 무시하지만, 감옥의 따분함을 견디기 위해 그가 해주는 영화 이야기를 즐겨듣는다. 원작 소설에는 여러 종류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공연에서는 '표범여인' 이야기를 나눈다. 문태유는 이야기 자체가 '억압된 발렌틴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표범여인 서사는 사실 몰리나와 발렌틴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보여주기에는 조금 약해요. 몰리나에게 많이 동화된 내용이죠. 오히려 이야기를 통해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볼 수 있어요. 대사 속에 섹슈얼한 코드가 꽤 많아요. 발렌틴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발렌틴을 더 자극하고 반응하게 만드는 거죠."

자극받은 발렌틴은 결국 몰리나와 육체적 사랑을 나누고 키스도 나눈다. 물론, 그 전에 몰리나는 아픈 발렌틴을 도와주고, 스스럼없이 변을 치워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주는 등 헌신적인 보살핌을 베풀었다. 그럼에도 문태유는 "발렌틴은 몰리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발렌틴은 극 중에 몰리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가 떠난 다음에야 이 감정이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거죠. 사실 사랑은 말로 설명할 수 없잖아요. 발렌틴은 감옥 안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식욕, 성욕, 수면욕 등 기본적인 욕구를 모두 몰리나를 통해 해결하게 돼요. 처음에는 몰리나를 무시했을지 몰라도 어느 순간 그의 가치관을 인정하게 된 거죠. '거미여인의 키스'는 과장하거나 신파적이지 않고 굉장히 현실적인 것 같아요. 사랑의 감정은 여러 가지 본능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작품은 사랑의 감정보다 본능적인 부분을 더 강조하는 것 같아요."

그가 말한 것처럼, 공연 말미에는 '동성애'라기보다 '인간 대 인간'의 교감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더이상 미룰 수만은 없는 이슈, 생활 가까이에 들어온 현안, 문태유는 '생각할 여지를 주는' 좋은 장르이자, 대학로에서 꼭 해야할 이야기라고 말한다. 덧붙여 그는, 앞으로 정치적 담론의 연극 작품도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다.

"젠더, 섹슈얼 이런거 다 의미 없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요. '성소수자'라고 하지만 절대 다수에 비해 소수일 뿐, 오래된 이슈이고 현안이에요. 모두가 공유하고 느껴볼 소재인 거죠. 평소에 동성애에 옹호적이지 않던 분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 무대 위 저희 연기를 통해 '저것도 사랑이지'라고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거죠. 감히 예견하건대, 앞으로는 정치적인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많은 일들을 겪었고, 자연스럽게 희곡에도 담길 거에요. 대학로는 항상 변하니까요."

변화는 대학로만 있는게 아니다. 문태유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지난해는 그에게 잊지 못할 변화가 많았다. 본명 이승원에서 예명 문태유를 쓰기 시작했고, 회사도 생겼다. 지난해 작품을 7개나 하며 바쁘게 보냈다. '이승원'보다 '문태유'로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이름이 덜 어색하다는 그. 더 많은 사람들이 문태유를 알게 되길 바란다.

"결과적으론 이름을 바꾸고 어느 때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어요. 하지만 이승원으로서의 9년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죠. 최근에는 이승원보다 문태유가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럴수록 제가 덜 어색해요.(웃음) 정신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분명히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쉬지 않고 작품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올해는 무대에 쉬지 않고 올라가고 싶은 욕심과 조금은 재충전 하는 걸 절충하려고 해요. 길게 연기를 하려면 안배도 해야 하니까요. 그동안 잘 버텼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을 하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글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딥시크 부당하게 데이터 수집했을 수도"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부당하게 회사의 데이터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오픈AI 기술로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자체 시스템에 비슷한 기술을 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I 업계에서 훈련에 사용되는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기법은 흔하지만, 오픈AI는 서비스 약관에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픈AI의 시스템이 생성해 낸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오픈AI의 리즈 부르주아 대변인은 NYT에 보내 이메일에서 "우리는 중국의 조직들이 미국 AI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디스틸레이션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한 방법을 사용해 활발히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딥시크가 부적절하게 우리 모델을 디스틸레이션 했다는 징조를 검토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공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딥시크는 지난주 R1 모델을 내놓으며 전 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믿어온 실리콘밸리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는 R1 모델 개발에 단 2개월의 시간과 600만 달러 미만의 자금이 소요됐다고 밝히며 그동안 실리콘밸리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무색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개발이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는 딥시크가 도난당한 미국 기술과 첨단 미국 반도체를 활용해 저렴하게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서 미국이 AI 분야에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에 대한 미국 표준과 유사하게 글로벌 표준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mj72284@newspim.com mj72284@newspim.com 2025-01-30 03:07
사진
여야, 설 이후 전력망법 등 입법 본격화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설 연휴 이후 국회의 민생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여야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산업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및 유가족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위원회(여객기 참사 특위)'와 국정협의회 등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고 있다. '푸른 용의 해' 우리는 더 높게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4·10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등 물가 상승까지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까지 쉴 틈 없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른 뱀의 기운으로 우리 모두가 꺾이지 않고 희망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서울달에서 바라본 국회 모습. 2024.12.31 mironj19@newspim.com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첨단산업 에너지 3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해상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에 합의했던 법안이 있다"며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법안 63건 중 본회의에서 통과된 게 24건이고, 나머지 법안 39건은 아마 더불어민주당도 합의 처리하는 데 특별한 그것(이견)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전력망 구축 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던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 주도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고준위 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영구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에너지 3법과 함께 '미래 먹거리 4법'으로 불리는 반도체산업 특별법은 '주52시간 근무제 예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다음 달 초 토론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국회 특별위원회도 활동을 이어간다. 여객기 참사 특위는 오는 2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여야는 국정협의회 가동을 위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마련된 국정협의회는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열고 참석자 및 공식 명칭 등을 확정했다. 협의회 참석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4명이다. 그러나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의회는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양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국정협의회 실무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여야가 설 이후 본격적인 민생 행보에 나설 경우 협의회 가동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정부-국정협의체 실무협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실무협의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2025.01.09 pangbin@newspim.com rkgml925@newspim.com 2025-01-29 07: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