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80% 고용불안, 9년전보다 30%P ↑
스펙 위에 투잡, 미래위해 일같은 취미 도전
불황때 포기? “혹시 몰라” 돈되는 취미 몰두
[뉴스핌=김규희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박모(30)씨는 최근 가죽 공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퇴근 뒤 별 약속 없으면 가죽 공방으로 달려가 가죽기술을 연마한다. 박 씨는 “완성도가 높진 않지만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죽 기술을 배우면 나중에 직장을 그만뒀을 때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든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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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불안은 중소기업 직장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27)씨는 3개월째 중국어 학원 저녁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김 씨는 “학교 다닐 때는 시간이 여유로워 오전이나 오후에 학원에 다녀서 몰랐는데, 저녁반은 직장인들로 가득차서 놀랐다”고 말했다. 또 “어학 성적은 승진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외국어 성적을 만들어야 한다”며 “회사 동기 절반은 퇴근 후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들의 퇴근 후 삶이 점점 미래 지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의 취미는 과도한 업무와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 게임, 영화감상 등이 대부분이었다.
직장인에게 경제 불황이 닥쳐왔을 때 제일 먼저 포기하는 것이 ‘취미, 여가생활’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0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경제상황과 직장인’ 설문조사를 보면, 전체의 55.4%가 ‘취미, 여가생활’부터 포기한다고 응답했다.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장기적으로 '스펙'에 도움되는 영어, 중국어 등 어학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가구공예, 가죽공예 등 실질적으로 부업이 가능한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는 직장에서부터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 채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려는 시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 1065명을 대상으로 ‘2016년 직장인 고용불안감 현황’ 조사에 의하면 80.2%가 ‘현재의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재의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19.8%에 불과했다.
특히 직장인들의 고용 불안감은 과거와 비교해 월등히 높아졌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2007년 51.3%였던 고용 불안감이 28.9%p 오른 80.2%을 기록한 것은 직장인들이 극도의 고용 불안으로 인해 미래를 대비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을 뜻한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도 소득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불안정한 경우 웨이터를 하든, 청소를 하든 투잡을 뛰는 형태가 예전부터 있었다"며 "고용자체가 불안정하고 정규직이 아닌 경우 세컨드잡을 구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 "나중에 창업이나 개인 사업을 하는 차원으로 발전이 가능하기도 해, 현재 같은 고용 여건에서 투잡 또는 세컨드잡을 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