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격호 총괄회장 ‘판단능력 저하’ 인정…주총 실패 가능성 높아져
[뉴스핌=강필성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 지정을 받으면서 부친의 위임장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명분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
앞으로 신 총괄회장의 중요한 결정 대부분을 후견인이 대리하게 될 경우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광윤사의 대주주인 만큼, 광윤사 등을 통한 소송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1일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청구를 받아들였다.
신 총괄회장이 2010년부터 서울대학병원 외례진료 과정에서 기억력 장애와 지남력 장애를 호소했고 아리셉트(Aricept), 에이페질(Apezil) 등과 같은 치매 관련 치료약을 지속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남력은 현재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을 말한다.
재판부는 “자녀 중 한쪽에 후견업무를 맡긴다면 후견업무를 둘러싼 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후견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 후견법인을 한정후견인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한정후견은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을 경우 법원이 정한 범위 안에서 후견인이 대리·동의·취소권 등을 갖는 경우를 일컫는다. 법원이 사실상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이 온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성년후견 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정신감정을 위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로서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통해 롯데그룹에 각종 소송을 제기했던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단번에 좁아지게 됐다. 무엇보다 신 총괄회장의 뜻에 따라 그룹을 경영하겠다는 그의 주장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은 부친의 육성 동영상 등을 통해 “롯데그룹은 장자가 이어야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펼쳐지는 주총 표대결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올라 있지만 일본 내에서 이 주식 이전과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문제가 있다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문제제기가 이뤄진 것.
일본 재판부에서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국내 가정법원의 판단을 인용할 경우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그룹은 법원의 판단력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측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그룹은 총괄회장이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 결정으로 총괄회장이 적절한 의학적 가료와 법의 보호를 받게 되어 건강과 명예가 지켜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그룹 경영권과 관련한 그 동안의 불필요한 논란과 우려가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며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총괄회장님의 건강상태가 그릇되게 이용된 부분들은, 상법적 혼란을 초래해왔다는 점에서 순차적으로 바로 잡아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신 전 부회장 측은 항소를 통해 다시한법 법원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판결 직후 신 전 부회장의 개인법인인 SDJ코퍼레이션을 통해 “비록 한정적이라고 하지만 재판부의 한정후견개시 결정에 대해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며 “즉시 항고 절차를 밟아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