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8월 인하만 고려, 연초부터 내려온 기업은행에 "편법 인상 자제"
[뉴스핌=우수연 기자]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들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해 당국의 지적을 받았지만, 오히려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했던 은행들은 이런 지적에서 비껴가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은 8월 중 대출금리를 인상한 하나·외환·IBK기업·NH농협은행의 여신담당 부서장들을 불러 편법 금리 인상을 자제하도록 당부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다른 은행들은 8월 중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적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 연초대비 대출금리 하락…신한銀 0.17%p vs 기업銀 0.59%p
기업은행의 경우 8월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지난 7월까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며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내려왔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8월 중 대출금리를 올렸다고 당국의 지적을 받았으나, 8월 기준 평균 주택담보 대출금리는 여타 시중은행들보다 낮은 수준(평균 3.41%)이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지금까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설이 나오면서 은행들이 자금을 싸게 가져올 수 있게 됐다"며 "낮아진 은행 조달금리를 반영해서 지난 1~7월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8월 중 당행의 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0.11%p 정도로, 이는 각 지점장의 권한 내에서 우대금리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이 합산된 결과"라며 "변동 폭 자체를 크게 의미 있는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은행 월별 주택담보 평균대출금리(분할상환방식, 단위: %, %p) <자료=은행연합회> |
반면, 신한은행은 연초부터 3.6~3.7%대의 높은 금리대를 유지하다 8월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평균 3.55%)를 소폭 내렸다. 연초대비 하락 폭을 비교해봐도 기업은행의 경우 8월까지 0.59%p 내렸으나, 신한은행은 불과 0.17%p 내리는 데 그쳤다.
결국, 신한은행은 높은 수준의 대출 금리대를 유지하면서도 8월 중 대출금리를 소폭 낮춰 기준금리 인하에 역주행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주력하는 장단기, 고정·변동 등에 따른 대출 상품이 모두 다른데 이를 일괄 적용해서 얘기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은행들은 상반기 중 거의 집단대출을 위주로 많이 취급했다고 알고 있다"며 "당행은 시장흐름에 맞춰서 움직인 것이지 금리를 특별히 과격하게 올리거나 내린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서민생활과 밀접한 대출금리에 주목하면서 제지에 나섰다. 29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반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인상된 것에 대해서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기관장들의 보고를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도 일부 은행들의 8월 중 대출금리 인상에만 주목할 뿐, 절대적인 대출금리 조정폭에는 무관심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대출 담당자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적용되는 여파를 올바르게 살펴보기 위해서는 해당월(8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출금리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 CD금리 등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며 올 연초부터 서서히 내려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상품 담당자는 "대출금리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이나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은 부분도 문제지만, 절대금액(대출금리)이 타행 은행보다 높은 것도 당연히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우리銀, 8월 기준금리 인하 가장 민감하게 반영
한편, 전체적인 흐름상 8월 기준금리(신규코픽스 기준)인하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 은행은 우리은행으로 나타났다.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며 코픽스 금리도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의 대출금리가 이와 가장 유사한 궤적을 그리며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이후 국내 주요은행 월별 주택담보 평균대출금리 및 신규취급기준 코픽스 추이 (분할상환방식, 단위: %) <자료=전국은행연합회> |
이런 추세를 반영하며 최근 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Itouch 아파트론'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에서 최저 수준인 2%대의 금리를 제공하게 됐다. 이 상품 중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대출(6개월) 대출의 경우, 우대금리 0.5%p를 적용하면 최저 2.94%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상품개발팀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코픽스 등)와 가산금리의 합으로 이뤄지는데, 당행의 경우 몇 달간 가산금리를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낮아진 만큼 대출금리도 하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