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News

속보

더보기

[김윤경 국제칼럼] "우리가 으스댄다고 말하지 마세요"

기사입력 : 2014년03월12일 11:27

최종수정 : 2014년06월23일 15:30

셰릴 샌드버그 등 여성차별적 언사 폐지 주장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말 한 마디로 천냥빚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한다. 말이 행동을 규정하거나 촉발하기도 하며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의 사고(思考)를 지배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세졌다며 언론들은 분석에 분주하다. "진돗개는 한 번 물면 안 놓는다. 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 "천추의 한을 남기면 안 된다"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로 생각하고 규제를 확확 들어내야 한다"

과연 표현의 수위가 높아진 건 분명하다. '쳐부술 원수'는 '규제'인데, 그 만큼 간절히 원하고 절박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많다. 말이 그런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내 깊은 생각 속 한 마디가 울컥 튀어나와 당황스러워지기도 한다. 또 그걸 계기로 자신의 진심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가 이 말과 관련한 흥미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셰릴 샌드버그는 자신이 쓴 개발서 '린인(Lean In)'의 이름을 그대로 딴 여성 운동을 벌이며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중. 그런 와중에 또 일을 벌였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가 중심이 되어 "우리를 으스댄다고(bossy)라고 말하지 마세요" 캠페인이 전개된다.(출처=월스트리트저널)
캠페인 이름은 "우두머리인 척 한다는 말 쓰지 말라(Ban Bossy)'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홈페이지(http://banbossy.com/#)를 통해서 지켜볼 수 있다.

보시(bossy)란 단어는 흥미롭게도 여성들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 속된 말로 하면 '나대지 마라' '남자같이 굴지 마라'라고 같은 말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샌드버그는 9학년 때 이 말을 들었고 굉장한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친구 민디와 놀고 있는 샌드버그에게 와서는 "너는 셰릴과 친구하지 않는게 좋겠다. 얘는 너무 으스대니까(She's bossy)"라고 했다 한다.

이 캠페인에 같이 나선 안나 마리아 차베스 미국 걸스카우트 총재 역시 마찬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차베스 총재는 "남자 형제들, 동네 친구들과 함께 전쟁놀이를 하곤 했는데 여자아이였던 나에겐 탄약수집 임무만 맡겼다. 그래서 부대장을 하고 싶다 했더니 남자 아이들은 '너 정말 으스대는구나(bossy). 여자애는 군대를 이끌 수 없어'"라고 했다고.

'보시(bossy)'란 단어가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처음 등재된 건 1882년 한 잡지에서 나온 문장 "지독하게 으스대는(dreadfully bossy) 여성이 있었다"란 말을 쓴 뒤였다 한다. 구글이 지난 100년간의 서적을 뒤져 분석한 결과 '보시'란 단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여성이 남성의 일자리를 뺏어선 안 된다"는 정서가 패배했을 때 많이 쓰였고, 1970년대 중반 여성 운동이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때에도 자주 사용됐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출처=블룸버그)
샌드버그와 차베스는 이런 단어가 자주 사용될 수록 은연 중에 여자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리더로서의 능력에 대해 불신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실은 많은 사회과학자들의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또 이렇게도 말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에게는 '공격적이다(aggresive)' '분노에 차 있다(angry)' '날카롭다(shrill)' 등의 표현을 하는 게 통상적이며, 성공했고 힘을 가진 남성들은 호감을 받지만 반대로 힘있는, 성공한 여성들은 사랑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철의 여인'으로도 불렸던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총리에게 한 외교 전문가는 '너무 뻐기고 거슬리는 영국 여성'이라고 표현했고,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서도 외교가에서 "거들먹거리는 처신을 한다"는 평가를 하는 쪽이 있었다고.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당연히 '보시'란 표현은 단골로 쓰였다.

안나 마리아 차베스 미국 걸스카우트 총재(출처=AP)
샌드버그의 주장은 그러니 이런 말로 여자 아이들을 위축시켜선 안된다는 것. 미 의회에 여성 비중이 19%에 불과하고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5%만이 여성인 것은 그런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은 하지 못했지만 남성들 중심의 사회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나 역시 이런 표현을 많이 들어야 했다. 가장 많은 말은 "피곤하다"였다. 대개의 남성 선후배, 동기들은 부당한 지시가 내려와도 일단 "네" 하며 일을 맡는다. 하지만 내 경우 대체로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납득을 시켜달라"고 상사에게 요구했다.

그럴 경우 "피곤하다" "너 혼자만 정의로운 줄 아느냐" "이래서 여성이랑 일하기 힘들다" 등의 뒷말을 감수해야 했다. 갈등이 계속되면 결국 소수인 내가 맞춰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점점 조용해지려 했고, 이견이 있거나 불의를 만나도 꾹 참는 쪽을 더 많이 택하게 됐던 것 같다.

그러는 와중에 남성 중심적 사고 체계가 갖춰지고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이런 말을 쓰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기집애 같이 왜 그래?" 

정말 놀라운 학습 결과였다.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그 말을 쓰지 않고 있다. '기집애'가 일을 소극적으로 하고 개인적이며 잘 토라지고 하는 주체를 나타내는 단어로 통용되고 있기에 나는 앞으로도 이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얼마 전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했던 여성들이 아빠처럼 된 건 아닌가"라고 했던 일갈이 가슴을 쳤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당신과 일하기 피곤하다"는 말에 주눅들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따질 걸 처음부터 차근차근 따지지 못하면 쌓고 있는 탑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중요한 건 여성인 나의 선언적인 외침이나 다짐이 아니라 소통이고, 그 이전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무수하게 회자되는 불통(不通)이란 건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지 못하는 사람은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은 권리도 4분의 3만 행사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말에 "그런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니 부럽다"고 한 한 유명인도 과연 불통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사진
특검, '공천개입 의혹' 윤상현 의원 소환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7일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소환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25분께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이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의원은 "진실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부분은 조사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윤 의원은 2022년 6월 치러진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특검은 김건희 여사가 당시 전략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 윤 의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이다. 김 여사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직후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로, 같은 해 6월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에 전략공천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개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 발표를 하루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며 "상현이(윤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달 8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윤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2025.07.27 mironj19@newspim.com wonjc6@newspim.com 2025-07-27 10:0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