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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국제칼럼]셰릴 샌드버그에 거는 기대

기사입력 : 2013년02월08일 16:12

최종수정 : 2013년02월08일 22:36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출처:가디언]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한국인 최초로 하버드대 법학과 종신교수가 돼 한국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버린 석지영 교수의 자서전을 최근 읽었다.

석지영 교수는 소위 '엄친딸'의 전형이다. 내 생각엔 아마 나 같은 나이 어느 정도 든 중년의 여성이 읽는 경우는 적을 것 같다. 이 보다는 아마 유학을 계획하고 있거나 미래에 대한 야망이 큰 10대~20대 여성들이 많이 읽거나, 혹은 부모님 등으로부터 읽으라고 권유받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하버드대를 '수석졸업'(실은 하버드대엔 수석졸업이란 건 없다)했다 하여 전 언론이 떠들었던 홍정욱 전 국회의원의 경험담 <7막 7장>이 불티나게 팔렸던 것과 비슷한 식으로.

흥미롭게도 석지영 교수의 책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는 석 교수가 자신은 결코 독특한(sui generis) 사람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항변하듯 말하고 있는 책이다. 어쩌면 성공이란 단어로 다 채워지지 않았을까 했던 이 책이 실패와 좌절, 고민과 갈등이 더 많이 구체화된 것이라 사실 조금 놀랐다.

성공한 사람들이 쓴 책이란 대개 스테레오 타입의 성장 과정이 있고, 약간의 시련이 양념처럼 뿌려지고 결국엔 지금의 성공, 이란 구조를 갖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구조를 시원스레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여성들, 그 희박한 존재 중 하나인 셰릴 샌드버그도 오는 3월11일 자신의 삶과 야망, 그리고 자신처럼 되고자 하는 여성들을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을 펴낼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기업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샌드버그는 전력도 화려하다. 27세에 재무부에서 로렌스 서머스 당시 재무장관의 보좌관을 맡았고 32세엔 구글의 부사장을 지냈다. 2008년 막 커나가려는 페이스북에 합류해 회사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지난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셰릴 샌드버그의 저서 표지
샌드버그의 저서 <기울어져라; 여성과 일, 그리고 이끌려는 의지(Lean In; Women, Work and the will to Lead)>는 아마존 등에서 이미 예약판매를 개시했다. '기울어져라(Lean In)'란 말은 정확한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상체를 뒤로 젖히고, 그래서 뭔가 중심에서 빠져나간다는 'Lean Back'의 반대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닐까 한다. 일이든 뭐든 좋아하는 것에 확 달려들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자 블로그 '코퍼레이트 인텔리전스(Corporate Intelligence)'를 통해 이 책의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그런데 샌드버그의 책에 대해 WSJ은 강점과 약점이 다 있는 책이라고 중립적인 평가를 내렸다. 강점이라면 물론 샌드버그가 얼마나 거친 남성들의 사회에서 성공의 반열에 설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도전들에 자신있게 임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일테다. 

하지만 이는 고스란히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버드를 나오고 20대의 새파란 나이에 재무장관을 보좌하고 30대 초반부터 기업 임원에 오른 이야기는 그와 같은 재능과 배경을 갖지 못한 대부분의 미국 여성들에게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샌드버그는 이 책을 쓴 건 몇 년 전 TED에서 '왜 여성 리더가 소수인가(Why we have too few women leaders)'란 주제로 강연을 한 것이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면서 그걸 더 구체화하고자 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일에 대한 야심이 부족하고 헌신도 적어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일이 적은 것"이라고 말해 찬반 논란을 낳기도 했다.

특히 미 국무부를 거쳐 현재 프린스턴대 교수인 앤-마리 슬로터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에 '왜 여성은 아직도 다 가질 수 없을까'란 글을 기고하면서 논란은 더 불붙었다. 슬로터는 "정부 고위직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10대 두 아들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곡예(juggling)란 불가능했다"고 회상하면서 일에 있어 가정이 기회비용이었음을 토로했다. 그리고 더 큰 꿈을 갖고 일에 헌신하면 여성도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건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여성이 야망이 없어 성공 못한다는 샌드버그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슬로터의 주장에 더 동감한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야망이 있다고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아니다. 

다행히 그건 샌드버그도 잘 아는 것 같다. WSJ도 그런 내용이 샌드버그의 책에 담겨 있다고 전했다. 샌드버그는 저서에서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나가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게임에서 유리하며, 이렇게 행동하려는 여성들에 대해선 우두머리 행세를 하려고 들고(bossy) 수치심을 모르고 추파를 던진다(shamelessly flirtatious)는 평가를 한다"고 썼다.

고등학생 시절 샌드버그는 의회에서 인턴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 정계의 거물이었던 팁 오닐 전 하원의장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기회가 생겼다. 샌드버그는 "오닐 전 의장은 나를 보고 와서 머리를 토닥이더니 내가 보좌하고 있는 지역 의원에게 '예쁘군요'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보고 딱 한 마디 물었다고. "넌 치어리더(pom-pom girl)니?"라고.

샌드버그는 만약 오닐 전 의장이 살아있다면 이렇게 대답해 주고 싶다고 썼다. "난 페미니즘을 위한 치어리더라고 말할 것"이라고.  샌드버그의 응원이 좀 더 현실적인 것이길, 마치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처럼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이 아니길, 그의 책을 기다리며 기대해 본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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