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기자]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 포기로 대규모 자금조달에 대한 리스크에서는 벗어났지만, 조선과 해운에 치우친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문제는 또다시 숙제로 남게 됐다.
또 이번 하이닉스까지 최근 공을 들였던 M&A가 이유는 둘째치고 모두 실패로 돌아가며, M&A 명가로서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도 차후 행보에 부담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TX그룹이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한 데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2.5~3.0조원이며, 인수 이후에도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며 “이번 인수 포기는 STX그룹 계열사에게 자금 부담을 완화 시켜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고 평가했다.
STX는 전날 하이닉스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유럽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하이닉스의 낸드 및 비메모리 등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해 향후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STX가 하이닉스 인수 포기로 대규모 자금부담 우려에서 벗어나며 일단,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애초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이루려 했던 사업다각화는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종철 STX 부회장은 지난 7월초 인수의향서 접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닉스 인수를 해운ㆍ조선ㆍ기계 등 동일 사이클로 움직이는 현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반도체 부문으로 다각화 함으로써 위험 분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사업다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실제, STX조선해양, STX유럽, STX팬오션, STX엔진, STX중공업 등 STX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대부분 조선ㆍ해운 기업이거나 이들 산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기업들로, 시황 침체기 때 위험을 동시에 겪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STX는 요즘처럼 조선과 해운경기가 악화되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STX가 빠른 시일내 사업다각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M&A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M&A 명가로서의 이미지도 이번 하이닉스 인수 포기로 바래게 됐다. STX는 그룹 출범 첫해인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시작으로, 2002년 산단에너지(STX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STX팬오션), 2007년 아커야즈(STX유럽) 등 잇따른 M&A를 성공시키며 지난해 기준 재계 14위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대한통운, 대우건설, 인천정유, 현대종합상사에 이어 이번 하이닉스까지 눈독을 들였던 기업마다 인수에 실패하며 M&A 명가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STX가 M&A를 통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지만, 최근에는 M&A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재무건전성이 나빠진 STX로서는 추가적인 M&A 보다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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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