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우려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는 암호화폐 산업의 전통 금융 시스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암호화폐에 특화된 신규 은행 5곳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12일(현지 시간) 서클(Circle)과 리플(Ripple)을 포함한 암호화폐 기업들의 은행 설립 신청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OCC는 미국의 국가 은행을 감독하는 규제 기관이다.
OCC의 이번 조건부 승인은 서클과 리플이 이른바 '트러스트 은행(trust bank)' 설립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트러스트 은행은 전통적으로 보험사, 자산 운용사, 급여 처리 업체들이 운영해 온 형태로, 일반 은행과 달리 예금 수취나 대출 업무는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OCC는 승인 기업들이 18개월 안에 은행 설립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며, 영업 개시 전에 최종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클과 리플을 비롯한 신청 기업들은 트러스트 은행 인가를 통해 비용이 많이 드는 중개 기관을 줄이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디지털 자산 보관과 가치가 고정된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이 포함된다.
이날 팍소스, 비트고, 피델리티도 승인을 받았다. 이들 기업의 경우 기존 주 단위 트러스트 인가를 국가 단위 트러스트 인가로 전환하는 신청이 승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 은행이 아닌 기업들의 금융 시스템 진입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암호화폐 기업과 핀테크 업체들은 특수 은행 인가를 신청하고 있으며,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 기업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은행 유사 서비스 확대를 검토해 왔다.
반면 은행권은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될 경우, 은행의 결제 및 예금 서비스와 직접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은행 로비 단체들은 이러한 트러스트 은행 인가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 서한을 제출한 바 있다. 은행정책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통해 OCC의 승인 결정이 "여전히 상당한 의문을 남긴다"며, "OCC가 제시한 요건들이 해당 트러스트 은행이 수행할 활동과 위험에 적절히 부합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kckim10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