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다소 상기된 표정이지만 당당한 걸음걸이로 검찰 청사에 들어선 반백의 노신사. 포토라인에서 포즈를 취한 뒤, 검찰 수사관들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내 사라졌다.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으로 관심이 높았지만 현장에 모인 기자들은 그의 구속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 않았다. 현 정권과 재계의 핵심 파워인맥을 자랑하는 그였기 때문이다.
기자가 지난해 취재현장에서 본 천신일(67)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검찰 소환 분위기다. 당시 그는,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후 1년의 시간동안 그의 이름은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 단골(?) 리스트였다. 정치권의 대 정권 공세에서도, 검찰의 정재계 내사 한편에서도 그랬다.
이런 천 회장이 다시 검찰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렸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인 임천공업의 세무조사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 이 모 대표에게서 대가로 40억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혐의다.
그는 1일 현재, 개인일정을 이유로 일본에 머물며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의 칼날이 매섭다. 동시다발로 그동안 미뤄뒀던 재계 곳곳의 비리 척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서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수사가 단순한 개인 비리 의혹을 넘어 현·구 권력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 주변 한 인사는 "천 회장에 대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 버금가는 파워맨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단순히 국세청 인사 몇명 캐내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면 현정권 후반기에 후폭풍이 클 수 있다"고 해석했다.
천 회장은 사실, 노무현 정권때만해도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얼굴이었다. 현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 재계 인사였지만 정치권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61학번 동기이자, 평생지기 후원자로 각계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천 회장은 세중나모여행을 알토란 같은 중견그룹으로 만든 경영자다. 세중정보기술, 세중컨설팅, 세중S&C, 세중게임즈 등 전체 관계사 매출이 1000억원대를 넘는다. 핵심 파워인맥과의 오랜 교감이 사업 확장에 크게 도움이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단적으로 천 회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도 돈독한 사이다. 삼성그룹이 여행업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이 회장과 천 회장의 관계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이를 발판으로 세중은 삼성그룹과 CJ 등 관계사들의 상용여행물량 대부분을 도맡아왔다. 한때 전체 매출 비중에서 삼성그룹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세중은 현재 서울 태평로 삼성타운의 삼성생명빌딩 19층을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와도 꾸준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두터운 친분으로, 포스코의 여행물량과 물류도 상당부분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천 회장이 재계와 정치권, 체육계 등 각계에 방대한 인맥 지도를 형성하고 있어 이번 임천공업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전환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태양광사업 등 사업확장 이면에 일부 특혜 시비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