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버락 오바마가 금융위기 이후 회복과 책임을 강조했지만, 의회는 정부 권한과 한계를 둘러싼 갈등 언어로 대응했다.
- 같은 America·responsibility·freedom이 양당에서 서로 다른 현실과 가치로 쓰이며 공통 정치언어가 붕괴됐다.
- 세계질서 유지를 위한 미국의 부담이 누적되며 국내 분열과 정당성 위기가 심화됐고, 그 귀결로 America First가 등장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금융위기 이후 의회의 언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만 흔든 것이 아니었다. 탈냉전 이후 미국 정치를 지탱해 온 언어에도 균열을 만들었다. 자유시장에 대한 신뢰는 흔들렸고,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첨예해졌다.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곧 미국 정부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민주주의의 질문으로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는 국가적 위기를 공동의 회복이라는 언어로 설명하려 했다. 대통령 연설에서 반복되는 핵심어는 recovery, responsibility, reform, investment, middle class였다. 경제를 살리는 일은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중산층을 다시 세우고 미래에 투자하는 국가적 과제라는 메시지였다.
2010년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에서 그는 국민에게 이렇게 말했다.
"We don't quit. I don't quit."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나 역시 포기하지 않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는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담겨 있다. 위기는 국가가 함께 이겨내야 할 시련이며, 정부는 그 회복을 이끄는 공동체의 도구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의회의 언어는 대통령이 그리는 회복의 서사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Congressional Record』 제111대 의회 제2회기에서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과 「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도드-프랭크 월가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을 둘러싼 토론을 살펴보면 반복되는 핵심어는 government, taxpayer, freedom, debt, Constitution, bureaucracy였다. 대통령이 경제위기의 회복을 말할 때, 의회는 정부의 권한과 한계를 말하고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금융위기를 시장의 실패로 설명하고자 했다. 규제가 약화된 금융시장이 탐욕과 투기를 키웠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제도 개혁이 경제를 다시 안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같은 위기를 정부 확대의 위험으로 해석했다. 대규모 재정지출과 연방정부의 권한 증가는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고 국가부채를 늘리며, 결국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제한정부의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흥미로운 점은 양당 모두 끊임없이 'America'를 이야기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미국은 더 이상 같은 나라가 아니었다. 민주당이 말하는 미국은 위기 앞에서 함께 책임을 나누는 공동체였고, 공화당이 말하는 미국은 정부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지켜야 하는 헌정공화국이었다. 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정치적 현실을 가리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단어의 차이가 아니라 민주주의 언어의 변화였다. 클린턴 시대 의회가 세계경제 속 미국의 역할을 논쟁했다면, 금융위기 이후 의회는 연방정부의 정당성을 논쟁하기 시작했다. 토론의 중심은 세계화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정부로, 정부에서 개인의 자유로 이동했다. 미국이 세계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는 점차 의회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대신 정부를 얼마나 제한해야 하는가가 정치의 중심 의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과거에는 같은 현실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경쟁했다면, 이제는 현실을 설명하는 언어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recovery를 말했고, 의회는 debt를 말했다.
대통령은 investment를 말했고, 의회는 taxpayer를 말했다. 대통령은 responsibility를 말했고, 의회는 freedom을 말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합의가 사라진 데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공통의 정치언어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데서 시작되었다.

티파티 운동과 세계를 잃어가는 의회의 언어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치의 균열은 더욱 깊어졌다. 대통령은 세계 속 미국의 회복을 이야기했지만, 의회는 미국 내부의 자유와 정부의 한계를 둘러싼 논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2011년 「Budget Control Act of 2011(2011년 예산통제법)」 제정을 둘러싼 부채한도(debt ceiling) 협상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미국 역사상 부채한도 협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2011년의 논쟁은 단순한 재정정책을 넘어 민주주의 언어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연방정부가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부채한도를 상향해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의회는 장기간 대립했고, 세계 금융시장마저 미국 의회의 결정을 지켜보아야 했다.
『Congressional Record』 제112대 의회 제1회기 토론을 살펴보면 공화당 의원들은 constitutional government, liberty, taxpayer, Washington spending, future generations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였다. 연방정부의 지출을 줄이고 헌법이 규정한 제한정부를 회복하는 것이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이라는 논리였다.
특히 티파티(Tea Party, 작은 정부와 재정건전성을 내세운 보수 시민운동)의 영향을 받은 의원들은 워싱턴의 관료주의와 연방정부의 팽창을 미국 자유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하였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default, economic recovery, compromise, shared responsibility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국가부도는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를 위협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초당적 타협과 공동의 책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양당 모두 '책임(responsibility)'을 반복해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단어가 가리키는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공화당에게 책임은 정부를 축소하고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었고, 민주당에게 책임은 국가가 경제를 안정시키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제 같은 단어조차 더 이상 같은 정치언어가 아니었다. 민주주의의 갈등은 정책의 차이를 넘어 언어의 의미 자체를 둘러싼 논쟁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의회 안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같은 시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군사력이 아니라 국제협력과 동맹을 통해 미국의 역할을 다시 세우려 했다. 2015년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에서 그는 미국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America must always lead on the world stage."
"미국은 언제나 세계무대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이 문장은 클린턴이나 부시의 언어와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표현은 달라졌지만 미국이 세계질서를 이끄는 국가라는 전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다만 그 지도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군사력에서 협력과 신뢰로 이동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시대 의회의 변화는 대통령과 다른 정책을 주장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민주주의에서 정부와 의회가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정책을 둘러싼 경쟁이 점차 상대를 설득하는 토론보다 상대를 부정하는 언어로 변해 갔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드러낸다.
클린턴 시대 의회가 자유무역의 장단점을 논쟁하고, 부시 시대 의회가 전쟁의 필요성과 한계를 토론했다면, 오바마 시대에는 정부의 규모와 조세, 국가부채, 의료보험을 둘러싼 논쟁이 상대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2009년 대통령의 합동회의 연설 도중 공화당 하원의원 조 윌슨(Joe Wilson)이 "You lie!"라고 외친 사건은 이러한 변화가 공개적으로 드러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후 의사진행 방해와 극단적 대립은 반복되었고, 정치적 갈등은 의회 밖 국민의 분열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었다.
그 결과 미국 의회정치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 합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점차 잃어갔다. 국가부채, 이민, 총기 규제, 의료보험과 같은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되었지만, 갈등은 커질수록 해결은 어려워졌다. 세계는 여전히 미국을 자유세계의 지도국가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그 지도력을 뒷받침할 공통의 정치언어가 약화되고 있었다.
문제는 대통령과 의회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언어가 국민을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상대를 부정하고 타협을 거부하는 언어로 변하면서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패권국가의 역설
냉전 이후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이었다. 클린턴은 자유무역과 세계경제를 통해 미국의 책임을 설명했고, 조지 W. 부시는 자유와 안보를 통해 세계질서를 지키려 했다. 오바마는 협력과 신뢰를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고자 했다. 세 대통령의 언어는 서로 달랐지만 하나의 공통된 전제를 공유하고 있었다. 미국은 국제질서를 유지할 책임과 의무를 가진 국가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세계적 책임은 미국 내부에 점점 더 큰 비용과 부담을 축적하고 있었다.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 질서는 세계경제를 확대하고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었지만,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미국의 대중 상품무역적자는 2001년 약 830억 달러에서 2015년 약 3,670억 달러로 급증했다.
또한 2016년 발표된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데이비드 돈(David Dorn), 고든 핸슨(Gordon Hanson)의 '차이나 쇼크(China Shock)' 연구는 중국산 수입 증가가 미국 제조업 고용과 지역경제에 장기적인 충격을 가져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와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 심화는 중산층의 불안과 보호무역 요구를 키웠으며, 많은 미국인은 세계화의 최대 수혜국이 아니라 그 비용을 부담하는 당사자로 현실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또한 브라운대학교 『Costs of War Project』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이 수조 달러 규모의 전비와 장기적인 재향군인 지원 비용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감세정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경기부양 정책, 사회보장 및 의료지출 확대가 겹치면서 미국 재무부(U.S. Treasury) 통계 기준 연방정부의 국가부채는 2001년 약 5조 8천억 달러에서 2016년 약 19조 6천억 달러로 증가하였다.

불법 이민과 국경 문제는 국가 정체성 논쟁으로 이어졌고, 총기 폭력과 인종 갈등, 의료보험과 연방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대립도 더욱 심화되었다. 세계적 책임은 확대되었지만 그에 따른 경제적·재정적·사회적 비용도 함께 누적되었고, 그 부담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점점 더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했지만, 그 비용을 왜 미국 국민이 계속 부담해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 변화는 『Congressional Record』에도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제111대부터 제114대 의회에 이르기까지 토론의 중심은 세계에서 국내로, 정책에서 정체성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는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정책 경쟁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책을 둘러싼 경쟁은 점차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정당성을 부정하는 언어로 바뀌었고, 타협은 줄어들었으며, 국가적 과제는 반복되었지만 해결은 더욱 어려워졌다. 같은 'responsibility', 'freedom', 'Constitution'이라는 단어도 더 이상 같은 의미를 담지 못했다. 대통령이 '우리(we)'를 말할수록 의회는 '그들(they)'을 말했고, 공통의 정치언어는 점차 사라져 갔다.
이것은 곧 패권국가의 역설을 의미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였지만, 그 힘을 국내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점점 합의하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가 말한 '정당성의 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는 여전히 강력했지만, 그 권력을 행사하는 이유와 방향에 대한 시민적 합의는 점차 약화되고 있었다. 세계는 여전히 미국의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미국 사회는 누구를 위한 국가이며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가를 두고 공통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2016년의 "America First"는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아니었다. 그것은 20여 년 동안 세계적 책임과 국내의 부담이 충돌하고, 그 갈등을 조정할 정치언어가 점차 힘을 잃어가면서 나타난 역사적 귀결이었다. 다음 장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세계의 패권국가는 왜 자국민에게 "먼저 미국"을 약속해야 하는 나라가 되었는가.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