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검찰이 21일 LG화학 등 7곳의 석화 담합 의혹을 수사했다.
- 검찰은 PVC 등 8개 제품의 가격 인상 사전협의를 의심했다.
- 과거에도 석화업계 담합 적발로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PVC 등 품목 소수업체 과점…가격 결정 관행 도마
[서울=뉴스핌] 김지헌 기자 =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이 대규모 가격 담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국내 석화업계의 가격 결정 관행과 내부통제 체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2000년대에도 범용 석화제품을 중심으로 장기간 가격 담합이 적발돼 대규모 제재를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은 제품 차별화가 제한적인 데다 소수 업체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경쟁사의 가격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다만 과점적 시장구조 자체가 담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정상적인 가격 경쟁과 불법적인 사전 합의를 구분하면서, 반복되는 담합 의혹을 막기 위한 기업 내부통제와 예방 시스템이 실제 작동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PKC·OCI·LG화학·한화솔루션·애경케미칼·롯데정밀화학·유니드 등 7개 업체가 수년간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이들 업체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18일 전·현직 경영진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 가운데 PKC 영업본부장을 지낸 배모씨와 LG화학 사업부장·해외법인장 등을 지낸 황모씨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유신 OCI 대표와 장영수 전 PKC 대표 등 나머지 6명의 영장은 기각됐다.
현재 수사는 가격 인상 과정에서 업체 간 사전 합의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단계다. 원재료 가격과 수급 상황이 비슷한 업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조정하는 것 자체가 곧 담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업체들이 가격 인상 시기나 폭을 사전에 협의했는지 여부다.

석유화학업계의 가격 담합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HDPE·PP 시장에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약 11년간 가격을 담합한 10개 업체에 총 10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 해에는 한화석유화학과 LG화학 등 7개사의 LDPE·LLDPE 가격 담합도 적발해 541억7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듬해인 2008년에도 SM·톨루엔·자일렌·MEG·DEG·EO 등 6개 기초·중간원료 가격을 담합한 8개 업체가 제재를 받았다.
과거 대규모 제재 이후에도 유사한 의혹이 다시 불거지면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결정 과정과 기업 내부의 공정거래 관리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차별화 어려운 범용 석화…과점 구조 속 담합 위험 도마
이처럼 담합 행위가 반복된 건 석화업계의 시장 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상품의 차별화가 쉽지 않고 대체 가능성이 큰 데다, 소수의 과점 업체들이 오랜 기간 시장을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수사 대상 품목 가운데 폴리염화비닐(PVC)만 봐도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이 국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LG화학의 국내 PVC 시장점유율은 48.2%, 한화솔루션은 47% 수준으로 양사가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인 만큼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도 쉽지 않다.

공정거래 자문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경쟁사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시장 구조에서는 특정 업체의 도전적인 행위가 곧바로 타사에 영향을 미치게 돼 상호의존적인 시장 구조가 형성된다"며 "이처럼 상호의존적인 대응이 반복되다 보면 담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담합 의혹이 불거진 시기 역시 석유화학 업황과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시기와 겹친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중동전쟁으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진 시기에 가격을 담합해 수조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챙겼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결국 담합이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만큼 사후 제재를 강화하는 데 그치기보다 사전 예방 장치를 보완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한 고위 관계자는 "담합은 근절돼야 할 행위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시장 구조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본래 역할은 경쟁 촉진에 있는 만큼 과도한 규제로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는 접근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담합이 반복되는 시장 구조의 특성을 고려하면 사후 처벌보다는 경쟁 활성화라는 의도에 맞게 예방 및 방지활동에 정책 역량을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도 담합을 예방하고 조기에 적발하기 위한 제도는 운영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공정거래 관련 내부통제와 임직원 교육,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CP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고 평가 역시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수사 대상 업체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공동행위가 인정될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해 설비 감축과 사업 재편, 고부가 제품 전환 등에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과징금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재무적인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heoneykim@newspim.com












